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elitung III] 01. 3년 만에 다시 찾다.

명랑쾌활 2017. 4. 17. 10:31

2014년 초 이후로 만 3년 만이네요.

그 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제는 이렇게 다시 갈 수 있는 상황이 된 게 행복합니다.

한국의 힘든 상황을 잠시 겪은 이후로는 더 자주 감사와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매사 느끼는 감사와 행복도 있지만, 가끔 이런 여행이라는 사서 고생 돈지랄을 하게 되면 좀 더 강하게 체감하게 된다고 할까요?


비행기 출발 대기를 하면서, 이번엔 라운지에 생돈을 내고 들어가봤다.

라운지 리셉션 직원에게 제휴 멤버만 이용 가능하냐고 촌스럽게 물어봤는데, 활짝 웃으며 일반인도 가능하다고 한다.

1인당 8천원 가량인데, 영수증도 없고, 심지어 거스름돈도 없다는 게 재미있다.

리셉션 직원은 오늘 부수입 짭짤하게 챙긴 거다. ㅎㅎ


돈에 비해 음식 질은 한참 못미치지만, 크게 실망스럽진 않았다.

애초에 큰 기대를 안했으니까.

푹신한 소파는 편했습니다만, 비용 대비 격차가 너무 심해서 다음엔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 돈이면 스타벅스를 가는 편이 낫겠다.

뭐 스타벅스의 불편한 의자를 견디기 힘든 몸이 되면 다시 또 생각이 바뀌겠지만.



블리뚱 Belitung 딴중 빤단 공항 bandara Tanjung Pandan 사진은 따로 찍은 게 없어서 생략함.


예전에 공항 건물에 있던 여행사만 믿고 왔는데,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나를 상대로 호객하는 사설 택시업자에게 물어보니, 예전에 상담했던 여행사 사장을 불러다 준다.

여행사 사장도 다른 사설 택시업자들 사이에 묻혀 여행객 상대로 호객을 하고 있었다.

여행사 이름 댔더니 냉큼 그 사장을 불러다 주는 게 신기했다.

사설 택시업자 몇 십 명이 서로 다 알고 있다는 뜻이고, 그렇다는 건 아무나 하고 싶다고 뛰어들 수 없다는 뜻도 된다.


3년 전에 잠시 만났을 뿐인데, 얼굴을 보니 낯이 익었다.

여행사 사장 아이ㅎ Aih 도 내 얼굴이 기억이 난댄다.

공항청사가 개축을 하면서 여행사 사무실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하지만 눈치로 보아, 사무실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3년간, 그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나 보다.

여행사 사장의 차를 타고 공항을 나섰다.


딴중 빤단으로 가는 길에 카올린 호수 Danau Kaolin 에 들르자고 부탁했다.

공항에서 딴중 빤단 가는 길에서 그리 멀지 않아, 사설 택시업자 누구든 얘기만 하면 따로 추가 비용 없이 데려다 준다.

아, 공항에서 딴중 빤단 시내까지는 차로 15분 거리지만, 무조건 10만 루피아(9천 몇백원)다.

더 달라고 수작도, 깎아준다는 흥정도 없다.


카올린 호수로 가는 길

아무 표지도 없다.


물빛이 예뻐서 찾기는 하지만 딱히 관광지는 아니다.

천천히 경치 감상하는 사람은 없고 다들 사진만 찍고 가기 때문에, 구멍가게 하나 없이 휑한 곳이다.


저 멀리 포크레인이 보인다.


블리뚱 주생산물인 주석을 캐는 광산 때문에 생긴 인공호수다.

특이한 물빛도 주석 성분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여기서 캔 주석이 말레이시아로 가서 유명한 주석가공회사 로열 셀랑고르 Royal Selangor 에서 가공되어 전세게에 팔렸다고 한다.

블리뚱에는 이런 호수가 몇 십 곳 더 있는데, 민간인에게 개방된 곳은 이 곳 뿐이다.

아이ㅎ 아저씨 얘기로는 광산 주인이 맘씨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카올린 호수 길 건너에서는 주석을 채굴 중이다.

광산이라고 하면 한국 사람은 산에 굴 파고 들어가 파는 광산을 떠올리지만, 외국엔 노천 광산이 드물지 않다.

저 곳도 계속 파다 보면 나중엔 호수가 생길 거다.


골든 튤립스 호텔 Hotel Golden Tulips 객실에서 바라 본 딴중 쁜담 해변 Pantai Tanjung Pendam

아고다를 통해 예약했는데, 왜 객실 설명에 '바다 일부 전망'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가격에 비하면 만족이다.


숙소에서 뒹굴다 보니 저녁이 됐다.

딴중 쁜담 해변은 서향이라 석양 경치가 유명한데, 오늘은 구름 때문에 꽝이다.


적도 지역은 해가 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다.


3년 전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곳에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사람이 바글바글 한데, 거의 현지인이고, 여행객 보다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다음날 저녁에 가봤는데, 저 넓은 곳에 빈 자리가 없어서 허탕쳤다.


딴중 쁜담 해변에도 전엔 없던 것들이 생겼다.

'TANJUNGPENDAM'이라는 글자 표지나, 어린이용 자동차, 저 멀리 보이는 빛나는 건 조그만 회전목마다.


은하철도 999도 다닌다.

요즘 세대는 뭔 말인가 싶겠지만, 나이 좀 먹은 사람들은 저런 거 보면 은하철도 999라고 한다. ㅋㅋ


해 떨어진 저녁에도 근처 주민들이 가족 단위로 나와 놀이터에서 노는 게 블리뚱 분위기다.

인니의 다른 지역에는 이런 광경 보기 힘들다.


일종의 노래방

큰 스크린에 자막 나오면 자기 자리 앉아 마이크로 노래를 부른다.


원래 인니의 노래방은 다른 손님들 다 듣는 곳에서 노래 부르는 일본식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다 밀폐된 방에서 노래 부르는 한국식 패밀리 가라오케인 <이눌 피스타 Inul Fista>가 히트를 쳐서, 대세가 됐다.

이눌 피스타도 한국인이 공동 투자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유니크 비스트로 Uniq Bistro 는 3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공연 밴드는 바뀌었는데, 왜소한 체구의 가수가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했다.


분위기는 서양 스타일이지만, 메뉴는 순 인도네시아식이다.


블리뚱의 특이한 점 중 하나인데, 유명한 관광지이면서도 여행객은 내국인이 주류다.

그리고 여행객이 찾는 곳이 따로 있지 않고, 현지 주민들도 일상적으로 찾는 곳들이다.

이 레스토랑도 딱히 외국인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이 아니고, 현지 주민들이 더 많다.

이런 특이한 분위기는 발리나 롬복 등 다른 여행지에서는 본 적이 없다.

오로지 블리뚱에서만 느꼈다.


인니에서는 보통 맥주 파는 곳이 외국인 대상이거나 불량한 분위기인데, 블리뚱은 다르다.

멀쩡해 보이는(?) 현지 주민들이 스스럼 없이 앉아서, 음료수나 맥주를 마시며 즐긴다.

분위기도 건전하다.


심지어 이슬람 두건을 쓴 여성도 앉아 있지만,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인니 다른 곳이라면 주류를 파는 업소에는 두건을 벗고 출입을 하던가, 아니면 아예 출입하지 않는다.

저 무리도 학생들로 보였는데 분위기가 밝고 건전했다.


DJ 타임~

이전에는 없었다.

인니에서는 아직도 DJ = 테크노인데, 앞에 나가서 춤 추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저렇게 앉아 멀거니 보고 있거나, 일행과 얘기 나누는 분위기.

DJ가 다른 의미에서 참 고생하고 있었다.


좀 듣다 보니 귀가 아프다.

몇 군데 테이블 손님들이 자리를 뜬다.

아마도 '이제는 우리가 집에 가야 할 시간~'이라고 알리는 목적으로 하나 보다.

그 의도에 충실히 따라 나도 레스토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