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도 아침은 주지만 고민할 것도 없이 숙소 건너편 밥집에 갔다.
간판이 없으니 이름도 모른다.
아침밥 장사만 하고 딱 문 닫는 곳이다.
메뉴도 인니 어느 식당에 가나 볼 수 있는 것들인데, 방금 해서 따듯하다는 것과 맛있다는 점이 다르다.
외국인이라고 밥을 너무 많이 퍼줘서 자꾸 남기게 된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포장해 간다.
건기 때 왔을 때는 말라 붙은 바닥에 쓰레기가 넘쳐나던 하천에 물이 차있다.
쓰레기 많기는 마찬가지인데 물은 바닥이 보일 정도는 된다.
그 많던 쓰레기들은 물에 쓸려 바다로 나가, 지금쯤 말레이시아 어디 앞바다쯤 흘러 갔을지도 모른다.
딴중 빤단에 다시 온 이유는 오직 하나, 등대섬 스노클링 때문이다.
Lotus 여행사에 연락해서 배 빌리는거 알선해 줄 수 있냐고 물으니, 걍 딴중 끌라양 해변 Pantai Tanjung Kelayang 이나 딴중 띵기 해변 Pantai Tanjung Tinggi 가면 배들 많으니까, 가서 바로 잡으랜다.
귀찮아서 그렇다기 보다, 정말로 그렇다는 거다.
중간에 거간질 하면 커미션 좀 챙길텐데, 참 요상한 사람이다. ㅎㅎ
딴중 끌라양 해변 가는 길에, 저번에 공사중이던 아스톤 블리뚱 호텔 Hotel Aston Belitung 이 완공됐다.
프로모션 가격 40만 루피아 대, 원래 70만~100만 루피아 정도 급이다.
숙소 좀 가리는 사람들 묵기 딱 좋은 곳이다.
수영장이 좀 작다.
여기저기 아직 공사 마무리가 덜 된게 보이지만, 이정도면 어딘가.
이제 딴중 빤단도 더 붐비게 될 거 같다.
딴중 끌라양 해변까지 가는 길은 저번 여행기에 자세히 썼으므로 생략한다.
이번에 갈 때는 무슨 옆마실 나들이 가듯 아주 쉽게 갔다. ㅋㅋ
저번에 왔을 땐 몰랐다, 저 앞에 저 바글바글한 배들이 다 섬 투어 가는 배라는걸.
그래서 사람은 알고 다녀야 떡이라도 하나 더 나오는 거고, 모르면 물어봐야 하는 건가 보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
딴중 끌라양 해변에 가면 위 사진처럼 왼편으로 바리케이트가 있어 입구 초소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여기서 걍 아무나 붙잡고 섬 가자고 하면,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 챙겨서 배 불러다 준다.
작년만 해도 배 대여료 35만 루피아에 장비 대여료 1인당 4만 루피아였는데, 배 대여료가 40만 루피아로 올랐다.
네 가지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이니 적어도 바가지는 아닐거다.
혼자든 커플이든 한가족이든 배 대여료는 똑같다.
혼자 여행 다니면 이럴때 좀 아쉽다.
타고갈 배
한국 사람이라면 오히려 심상해 보일 바위섬 풍경
한국 해변 치고 저런 바위들 없는데가 드물겠지만, 인니에선 드물다.
저 멀리 등대가 보인다.
비교적 얕은 곳인 밝은 청록색 바다는 잔잔하지만, 짙은 청록색 지역에 들어서자 너울이 제법 거칠다.
겁 많은 사람 쫄 정도는 된다.
대략 20여 분 달려 등대섬 (정식 명칭은 릉쿠아스 섬 Pulau Lengkuas) 에 다다랐다.
유리처럼 투명하진 않지만 제법 맑다.
돗자리 빌려주는 좌판 두 곳에 음료 파는 좌판 두 곳.
유명한 관광지 치고는 소박하다.
1882년에 영국이 지었다는 전체가 철로 된 등대는 아직도 튼튼하다.
옆으로 보이는 숙소는 등대 관리자들이 묵는 곳인듯 하다.
등대엔 발을 씻고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내부가 워낙 폐쇄적인 구조라 모래가 들어가면 공기 등이 바로 안좋아져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기부금이라지만 반강제인 입장료 5천 루피아를 내야 한다.
아, 엿됐다.
난 왜 높은 곳 경치는 좋아하지만 올라가는건 싫을까.
지면층인 0층부터 시작한다.
세 장의 사진은 같은 곳을 찍은게 아니라, 각각 1층~3층을 찍은 거다.
각 층마다 똑같다는 얘기다.
각 층마다 두 곳씩 나있는 창문은 보수는 커녕 제대로 닦지도 않는지 세월의 흔적이 물씬 풍긴다.
유리에 묻은 페인트들로 봐선 일부러 보존한 거 같진 않다.
슬슬 육두문자가 튀어나올 즈음해서 꼭데기층에 도착했다.
써있기로는 17층, 한국식으로는 18층(그래, 18!!층)이다.
거기에 등대부 상단까지 합치면 17+1층이다.
어지간하면 통제 안하고 손님 하고 싶은대로 두는 인니 답게, 등대 조명 시설이 있는 곳에 올라가도 막는 사람 없다.
이 큰 전면유리도 만든 당시 것이 아닐까 싶다.
쪽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보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멋진 경치에 정신 팔려 정신 없이 사진도 찍고 감상하다 문득 밑을 보니...
맞다. 난 50미터 높이에 안전장치라고는 허리 밑 높이의 난간이 다인 곳에 있었던 거다.
게다가 지은지 100년도 넘은 구조물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금껏 잘도 기대고 이리저리 다녀놓고는, 소름이 쫙 끼치면서 다리가 후들거린다.
역시 어메이징 인도네시아.
이런 곳에도 따로 안전장치란 없다. ㅋㅋㅋ
그렇다. 저런 곳을 아무렇지 않게 왔다갔다 했던 거다.
역시 두려움은 마음이 만든다.
0층 19계단 (1층 바닥까지 쳐서)
1층~10층 각각 18계단
11층~13층 각각 17계단
14~16층 각각 16계단
17층 14계단
18층 9계단
총 합계 321계단
머라삐 Merapi 화산 계단도 300개 쯤 되니 비슷한데, 상대적으로 좀 덜 힘들었다.
머라삐가 고지대인 이유도 있지만,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할지를 모르는게 덜 힘들 수도 있겠다 싶다.
군대에서 행군할 때도 얼마나 왔고, 또 얼마나 더 가야할지 생각 안하고 그냥 걷는 편이 더 나았었다.
앞일을 안다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등대섬 바로 앞에서 스노클링을 한다.
원래 좀 떨어진 곳이 더 깨끗하고 산호초나 고기도 많은데, 오늘은 파도가 세서 이곳에서 한댄다.
역사적인 카메라 방수케이스 첫 시험인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시계가 생각보다 흐린 편이라 좀 아쉬웠다.
물이 더러워서라기 보다는 맑은 날씨가 아닌데다 파도가 쳐서 그렇지 않나 싶다.
그걸 감안해도 롬복 섬 Pulau Lombok의 길리 뜨라왕안 Gili Trawangan은 여기에 비해 과장 좀 보태서 5배는 더 괜찮다.
여기저기 가보니 롬복이 얼마나 괜찮은 곳인지 새삼 인정하게 된다.
스노클링 하는 사이, 가이드는 작살로 꽤 큰 오징어 한 마리를 잡아왔다.
누구는 돈 쓰는 사이, 누구는 돈 벌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