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1년 반 동안 살았던 원룸을 떠나다.

명랑쾌활 2011. 2. 8. 21:21

원룸 유학생 생활이지만 살림 하나 둘씩 쌓여 제법 큰 짐이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훌훌 이웃들 나눠줄 물건이 70% 이상인데, 인니에서 계속 살 예정이기 때문에 바리바리 챙겼다.
(사소한 거 하나라도 만 루피아는 한다. 외국인이 만족할 퀄리티의 공산품은 비싸다!)

요 며칠 구역을 나누어 청소를 했다.
대충 하고 갈 만도 한데, 같은 집주인 소유의 옆방에 머물던 한국 여학생이 워낙 개난장을 치고 간 것을 나에게 하소연한 통에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집주인 할머니는  그 뒤로 한국 여학생 만큼은 절대로 안받겠다고 한다.
내게도 혹시 뒤이어 살 사람 있으면 소개해 달라면서도, 한국 여학생은 싫다고 꼭 덧붙였다.
한국 남학생이 좋다고 얘기한 것이 그나마 한국 이미지 면피 정도는 한걸까나.
1년 반 살면서도 이렇게 깨끗하게 한 적이 없을 정도의 방을 보자니 '이게 뭐하는 건가' 하며 웃음이 피식 나온다.
정작 살 때는 그럭저럭 대충 살아 놓고는, 정작 떠날 때 청소라니...

데뽁은 술판매 금지인 참 훈늉하고 경건한 지역이라 공부하긴 딱 좋은 곳이다.
뭐 그래봐야 어떻게든 술 먹어야 하는 사람은 자카르타까지 나가서 먹으니 그게 그거지만.
부디 내 뒤를 이어 방을 쓰게될 사람에게 좋은 결과와 행복이 있길 바란다.

* 토막살인사건 났었던 방은 3층에 있다. 뭐 대단한 비밀은 아니지만 정확한 호실도 알고 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