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태국 0808

방콕 도착 ~부록 : 쓸 데 없이 자세한 공항버스로 카오산 가는 법~

명랑쾌활 2008. 9. 30. 13:14

태국 시간 13:40 도착.
짐 찾는 곳으로 갔다.

한 발짝 씩 뒤로 물러서면 어떨까 싶다.
자기 가방 보는 데도 지장없고, 가방 꺼내는 데도 걸리적 거리지 않을텐데.

일반버스 이용해 볼까도 했지만 아직 국제 감각이 안돌아왔다.
(솔직히 시내버스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볍게 공항버스로 가볼까나~

...가볍긴 뭐가 가볍나.
지리를 모르니 그냥 지나칠 뻔 했다.
마침 한국 남자분 3분 중 한 분이 이쯤에서 내려야 하는거 아닐까요? 하시며 말을 걸어 오셨다.
뭐가 뭔지 헤벨레~ 했던 나는 헛! 그런가요? 하면서 창 밖을 보니 버거킹이 보인다.
이미 두 명의 웨스턴이 내리고 차는 막 출발한다.
어쩐다냐... 어물어물 하는데 짐 챙기느라 미처 내리지 못한 한 웨스턴이 차장에게 가서 뭐라뭐라 따진다.
차장 그 웨스턴의 말을 귓등으로 쳐낸다.
웨스턴의 언성이 점점 높아진다.
매우 독일스러운 영어발음.
차장이 차를 세운다.
언어가 서툴다고 주눅들어 의사 표현을 포기한다면, 불편과 스트레스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언어보다도 더 문제는 행동의 위축이다.
주눅들 일이 뭐가 있나. 한국 사람이 영어나 태국어 못하는게 그리 이상한 일인가?
웨스턴의 당당한 의사 표현을 보면서 잊었던 감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멋진 웨스턴에게 엄지를 들어 감사를 표하며 우리도 무사히 내렸다.

행선지는 동대문.
카오산 주변은 지도로나마 숙지를 해 두었기 때문에 발걸음도 가볍게 카오산 로드를 관통해 간다. 출장으로 방콕 한 번 와봤다는 한국분과 친구 두 분을 이끌고서.
(난 방콕은 아예 처음이라구. ㅇㅅㅇ;;)

그 유명한 동대문에 도착!
이국적인 태국의 멋진 건물보다도 반갑다.
워낙 웹으로 많이 본 곳이라 더욱 그렇다.
동대문을 배경으로 사진 한 방 찍어 줘야 할 듯한 기분. (참았다. -_-;)
마침 사장님은 부재 중 이셨다.
17시 쯤에나 오신단다.
(현지인 종업원들과 대화해서 안게 아니라, 종이에 한글로 써있더라.)
헛 어쩐다냐. 숙소도 잡아야 하는디...
람푸하우스는 당근 없을테고, 람부뜨리 빌리지로 급히 향한다. 물론, 한국분 세 분도 대동하고서다.

다행히 싱글룸 있단다. 한국분들이 쓸 3인실도 있단다. 잘 됐군.
한국 분들은 3일치를 한번에 하고 싶다고 하는데 하루 단위로 연장 밖에 안된단다.
싱글룸 하루 450 밧. 보증금(디파짓) 천 밧.
오오 이 모든게 중학생 수준의 영어와 중간 중간 한국어 추임새로 나눈 대화의 결과물이다.
역시 적극적인 마인드가 언어보다 더 중요하다.


내가 묵었던 C101호 (씨원오원 ㅋㅋ)의 내부와 창 밖 전경.
창 밖의 담벼락이 안습이다.
좀 떨어지더라도 전망이 좋았으면 했다만, 자본주의 법칙은 냉정한 법이다.
언제나 지불한 만큼의 값어치.
모든 것은 재화로 환산되어 가치를 부여 받는다. 청결, 쾌적, 전망같은 무형의 것 조차도.


부록 : 쓸 데 없이 자세한 공항버스로 카오산 가는 법

공항버스 타는 법.
청사 1층으로 나와서 왼쪽으로 주욱 걸어가면 공항 끝자락에 저딴게 나온다.
타야 할 버스는 카오산행 AE2, 사진 속의 버스는 AE4다.
앞의 부스에서 다짜고짜 웃으면서 (돈 드는거 아니니까 웃자) "AE2 카우싼" 라고 하면 뭐라뭐라 할거다.
데이트 신청이나 안부 묻는 얘기는 아닐테니 웃으면서 (웃자!) 적당한 액수의 돈을 내밀자.
참고로 당시 150 밧 이었다.
세 명이라면 택시가 낫겠지만, 공항버스도 꽤 만만하다. 인천공항과 다를 바 없다.

공항버스를 타고 가자면 한국에 비해 허접스럽지만, 제법 고속도로로 보이는 도로를 신나게 달려 간다.
그러다 꽤 복잡한 고가도로를 올라 달리게 되는데 여기까지는 걍 넉놓고 헤벨레~ 하면서 이국의 정취를 누려도 괜찮다.

고가도로는 대략 이런 삘이다.
저멀리 다이어트가 과하셨는지 몸을 부담스럽게 비비꼬시는 언니가 두 분 보인다.

고가도로를 내려와 지상도로로 접어 들면 경보 1단계! 약간 긴장해 주시면 되겠다.
이 때부터 서울보다 심각한, 그리고 개선하기 힘들어 보이는 방콕의 도로 사정을 체험하게 된다.
그다지 넓지도 않고 일방이 대부분인 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덧 큰 길에 들어서게 된다.


이 길에 들어서면 경보 2단계 발령이다.
아주 유명한 랜드마크를 기다리면 된다. 그것은 바로...

두둥! 민주기념탑 되시겠다.
태국에 기념할 민주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름이 그런 탑이다.
민주기념탑 로터리를 가볍게 돌아 계속 직진을 하게되는 시점에 짐을 챙기고 버스 벨을 가볍게 눌러 주시면 되겠다.
좀더 진행한 차가 우회전 신호를 기다리게 되고, 우회전 진행해서 조금만 가면 내려 줄 것이다.
그곳이 바로 카오산 로드 동쪽 끝인 버거킹 되시겠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 햄버거와 콜라를 찾는 양키들의 식량 보급소.
글로벌한 언어를 노력도 없이 잘도 쓰면서도 전혀 글로벌하지 않는 일당들의 쉼터.
사진 왼편에 보이는 노란 차량 차단 설치물 지점이 카오산 로드의 시작이다.
이제부턴 지도 쫙 펴고 알아서 서식지를 찾아 헤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