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슬픔에 총량이 있다면...
키우던 고양이 양이가 만약 건강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내가 느낄 슬픔의 강도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위와 같았을 것 같다.
양이는 고양이 백혈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에 몇 년간 계속 아팠다.
치유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픈 증상만 치료하며 연명해왔다.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고, 간간히 병이 악화되어 힘들어 하는 걸 지켜보면서 이미 제법 마음이 아팠었나 보다.
마침내 그 날이 왔을 때, 의외로 슬픔은 크지 않았다.
생전에 많은 인내가 있었고, 해줄 수 있는 건 해주려 최대한 노력했기 때문에 미안함은 없었다.
이제 고통에서 벗어나 편히 쉬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감정의 대부분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상실감이었다. 그 역시 늘 준비하고 있어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떤 이별이든 슬픔의 총량이 같다면,
아마도 나와 내 아내는 조금씩 나눠서 미리 아파뒀던 모양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밀어닥치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떠나는 때가 올 적에
남겨질 사람들이 가급적 덜 아프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