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 허가 연장이나 차량 세금 납부 등에 도미실리 Domisili (실거주 증명서)가 필요하다.
반장이 발급하고 통장의 서명까지 받아야 효력이 있다.
차량 세금 납부 때문에 도미실리를 발급 받으려는데 어째 차일피일 미뤄졌다.
보통 당일이나 그 다음날이면 나올 게 닷새가 지나도 발급 받으러 오라는 얘기가 없다.
어찌된 건지 알아봤더니 최근 주택단지 내에서 한국인이 사고를 쳤다고 한다.
예전에 이 주택단지에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간 한국인이 이곳에서 도미실리를 받았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이민국 직원과 경찰이 방문 조사를 온 사건이 터졌고,
비슷한 시기에 60대 한국인이 저녁 7시에 주택단지 후문을 열라며 자동차 클락손을 계속 울리고, 급기야 통장이 왔는데 욕설을 하며 싸우는 사건도 터졌다고 한다.
후문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개방하고, 당시 유괴 미수 사건이 있어서 예민한 시기였다.
일련의 일이 터지고서, 주택단지 내 통반장들이 합심해서 한국인들에게 보복 조치를 가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보복 방법은 인니인들의 대표적인 수법, 태업이다.
발급 거부나 불필요한 서류 요구는 꼬투리 잡힐 수 있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늑장 부리는 건 뒤탈이 없다.
한국처럼 정해진 기한 내에 처리해야 하는 규정도 없다.
그렇게 발급이 늦어서 세금 납부 신고 등을 제때 하지 못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도미실리가 늦어서 그렇다는 핑계는 씨도 안먹힌다.
인니에 살면서 외국인이라서 받는 불이익은 늘상 있었지만 한국인이라서 받아 본 적은 없었는데, 참신한 경험이었다.
묘한 후일담이 있다.
시간이 흘러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발급에 늑장을 부리는 통반장이 몇몇 있는데, 발급을 빌미로 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아마도 발급이 늦어졌던 시기에 급한 한국인들 일부가 돈으로 해결을 해서 돈맛을 봤고, 통반장 네트워크를 통해 소식이 공유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우리집 구역 반장도 그 이후로 돈 뜯어 내려고 아주 눈이 벌겋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