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모국어로 대화하는 즐거움

명랑쾌활 2024. 1. 24. 08:18

외국에 아무리 오래 살았고 그 나라 언어가 유창해져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머릿속으로 사고하는 언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모국어로 하기 때문에, 들을 때나 말할 때나 번역의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유창하다고 해도 결국 번역의 과정이 습관화 되어 빨라진 것 뿐이다.

 

그래서 한국인을 만나서 모국어로 대화하는 건 그 자체로도 즐거움이다.

의사 소통을 위한 언어 구사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생각하는 데만 온전히 뇌를 쓴다는 건,

정체를 벗어나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기분 같다.

어깨까지 잠긴 물 속을 걷다가 나와서 뭍의 편안한 길을 걷는 기분 같다.

마스크를 쓰고 오르막을 오르다, 마스크를 벗고 평지를 걸으며 마음껏 숨을 쉬는 후련함이다.

 

혹시나 정말 마음에 맞는 사람, 혹은 친구를 만나 대화를 하면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냥 대화 나누는 자체가 즐겁고, 가는 시간이 아쉽다.

모국어만 쓰는 사람은 이런 기분 느끼지 못할 거다.

그래서 박찬호가 투 머치 토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ㅋㅋ

 

<진짜 사나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