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한인마트에서 오이소박이나 진미채 조림, 콩자반 같은 간단한 밑반찬들을 판매합니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그 마트치고는 상당히 이례적인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겟 고객층이 한인 기업 공장 내 기숙사에 거주하는 한국 직원 대상 단체식당이고, 그런 곳들은 대부분 한식 조리 가능한 현지인 가정부를 두기 때문에 어지간한 한식은 만들 수 있거든요.
게다가 냉동육이나 냉동 식품 위주로 구색을 갖춘 것으로 보아 (냉장육은 아예 취급 안함) 유통 및 재고관리 편이성을 가장 중시하는 운영 방침인듯 한데, 그런 곳에서 밑반찬을 취급한다는 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겁니다.
아마도 회사 밖 주택에 따로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자선 단체 아니고 엄연히 장사인데 이문은 남겨야 하겠습니다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입니다.
콩자반 1kg이 20만 루피아(약 1만7천원)입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도 1kg에 21만 루피아부터 시작하니, 콩자반 가격이 고깃값과 같습니다.
콩자반 = 서민 밑반찬이라고 인식하는 한국인 정서로는 거부감이 심합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가격은 파는 사람 맘인데.
억지로 강매하는 것도 아니니, 쫄리면 뒈져야죠. ㅋ
그래서 만들어 먹습니다.
게으른 제가 유일하게 만들어 먹는 게 콩자반입니다.
서리태 1kg 들이 포장 8만루피아(약 7천원), 한 번에 절반씩 요리해두면 넉넉히 2주일은 먹습니다.
서리태를 물에 두어 번 세척해서 생수에 3 시간 불립니다.
서리태가 물을 머금어 생수가 줄어듭니다. 남은 생수도 검게 물들고요.
검게 물든 서리태 불린 물은 따로 버리지 않고 졸이는데 씁니다.
처음엔 불릴 적에 생수를 많이 부어서 버렸지만, 익숙해지니 버릴 것 없이 딱 적당하게 남습니다.
저같은 경우 서리태보다 손가락 한 마디 반 정도 올라오는 수위로 붓고 불립니다. (밥 짓는 물 양과 비슷)
그러고서 3시간 정도 불리면 생수 양이 서리태가 간신히 잠길 정도로 줄어듭니다.
인터넷에 나오는 콩자반 레시피들은 ml나 g, 종이컵이 계량 기준인데, 양념은 수저 기준입니다.
계량 기준이 동일한 레시피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종이컵도 없고, 귀찮습니다.
직접 만들면서 계량해보니, 콩 3 : 간장 1 : 설탕 1이 비율 '기준'이었습니다.
머그컵이든 밥공기든 소주잔이든 같은 걸로 계량만 하면 됩니다.
거기서 짜거나 달거나 각자 입맛에 따라 간장과 설탕을 가감하면 됩니다. (3:1:1은 기준 잡기 쉬우라고 단순화 시킨 거고, 설탕은 저 비율이면 꽤 단 편임)
올리고당이니 물엿도 다 귀찮습니다. 식재료도 비싸고, 맛 차이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래봤자 콩자반인데요.
불린 서리태와 불리느라 검게 물든 생수 그대로 강한 불에 5분 정도 확 끓이다가 중약불로 줄여서 졸입니다.
확 끓이든 졸이든 뚜껑은 안씁니다.
불 줄일 때 간장, 설탕 넣습니다.
중약불이라고 해도 조리기구마다 화력이 전부 다르죠. 몇 군데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약하게 올라오는 정도입니다.
졸이는 중간 중간 눌어붙어 타지 않게 가끔씩 뒤적여줍니다.
계속 옆에서 지키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다른 볼일 보다 2~3분에 한 번 정도 뒤적여줘도 됩니다.
하지만 까먹어서 눌어붙어 타면, 탄내가 배어서 다 망합니다. 부주의하면 몸이 고생해야죠.
식용유 한 숟갈 넣으면 윤기가 돈다는데 콩기름이나 올리브유가 없어서 안넣습니다. 안넣어도 맛 차이 없고요.
인니는 식용유로 보통 팜유를 쓰는데, 대두유와 기름 향이 약간 다릅니다.
대두유, 올리브유 수입품도 있긴 한데 비쌉니다. 고작 콩자반에 고작 한 숫갈 넣겠다고 수입품 사는 건 오버입니다.
졸이는 시간은 대략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타이머 정해놓고 끝내는 게 아니라 수분이 적당히 졸았다 싶으면 불 끄는 겁니다. 만들 때마다 다릅니다. 그날 그날 날씨 다르고 중약불 불 온도가 달라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불 끄고 참기름 뿌려 섞고 식게 내비두면 됩니다.
식으면 반찬용기에 담고, 깨 있으면 살살 뿌려줍니다. 역시나 없으면 안뿌려도 큰일 안납니다.
서리태 머그컵으로 3컵 분량 만들면 2주 정도 먹습니다.
콩자반이 되면 물과 양념을 빨아들여서 1.5배 늘어납니다.
한인마트에서 살 거 직접 만들면, 대강 재료비 따져보니 서리태 1kg 당 1만원 가량 버는 셈입니다.
처음에나 신경 쓸 거 많지, 몇 번 만들다 보면 별로 어려울 거 없습니다. 반복 작업을 통한 숙달은 마법입니다.
눌어붙지 않게 가끔 뒤적이는 게 좀 귀찮지만 1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죠.
게다가 자기 취향에 맞게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더 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