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형이 이틀 내로 렌트 차량 수배해달라고 부탁해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최소 한 달 기간이라 어려웠지만, 현지인 지인 어찌어찌 수소문해서 연결해줬다.
타고 다니는 내내 브레이크가 뻑뻑하네, 시동이 안걸리네, 연락을 해서 귀찮게 했다.
그럴 거 같아서 차 주인 직접 연결해줬고, 렌트 비용도 직거래하게 했는데 그런다.
나보다 인니 더 오래 살았던 사람이다. 못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떠맡긴 거다.
한국에 들어간다고 연락이 왔다.
차량 렌트 두 달치 선불로 지불했고, 3개월 째 들어가는 첫날이라는 게 퍼뜩 기억났다.
그럼 차량은 연장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렌트 안한댄다. 열쇠는 아는 현지인에게 맡겼댄다.
목소리가 심드렁하다. 미안하단 말은 커녕 '아차, 깜빡했네!' 이런 추임새도 없다.
선배형은 전화 끊기 전에 별거 아니라는듯 말을 덧붙였다.
차 앞쪽을 어디에 살짝 박았는데, 잘 살펴보지 않으면 티 안날 거라고. 네가 나중에 한 번 살펴보라고.
그런가 보다 했다.
차는 열쇠 맡아둔 현지인이 가져다 반납했다.
차 주인에게 갑작스레 연락해서 렌트 안한다고, 렌트 기간 며칠 넘겨서 미안하다고 하는 건 내 몫이었다.
차 주인이 사진을 보냈다.
어디가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티가 안나는데?
수리비 15만원은 선배형에게 달라고 했다.
선배형은 별로 티 안날 정도 아니었냐고 우기지도 않았고, 뭘 그리 많이 나왔냐고 따지지도 않았다.
군소리 없이 수리비를 송금했다.
수리비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미안하다는 소리를 안하려고 그런 거다.
선배형 10년 만나는 동안 미안하다는 소리하는 거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다. 자기 위 선배에게도 하지 않았다.
뺴도박도 못하게 자신이 미안해 해야할 상황이면 되려 화를 내고 상대를 다시는 안보겠다고 하는, 특이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