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크리스마스, 주택단지에 산타가 방문했다.
말 머리에 사슴뿔 장식이 빠진 게 좀 아쉽지만, 말도 취향이 있을테니...
교회에서 교민 집집마다 방문해서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하나 보다.
내가 사는 주택단지엔 외국인 거주 비율도 높고, 기독교인도 많이 살아서 상당히 열린 분위기다.
다른 지역이었으면 이런 행사하기 쉽지 않다. 종교로 텃세 부리는 걸 신앙심의 신실함을 보이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라 그렇다.
주택 관리 업체의 차량도 뒤따르고, 경비원도 동행하는 이유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다. 허가 받고 하냐고 시비 붙을 것도 방지하고.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쿨하게 떠나는 산타에게서 이 시대의 참 리더 상이 보인다.
부하들(?)은 다 반팔인데 혼자서만 땡볕에 고생하고 있다.
아닌가? 산타가 당연히 우두머리일 거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다.
빨간 옷 하얀 수염 산타 클로스는 코카콜라와 미제 자본주의의 상술이 만들어낸 캐럭터고,
그들이 주는 선물은 부모가 교회에 갖다 바친 돈으로 산 것이며,
너희들이 기뻐하면 할수록 네 부모는 더 많은 돈을 교회에 갖다 바치게 될 거고,
결국 집이 가난해져서 너희들은 길거리에서 성냥을 팔게 될 거라는 사실을
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근질근질했지만 참았다.
이 나라에서는 성냥을 팔다 지쳐 쓰러져도 얼어죽지 않기 때문에 늙어 죽을 때까지 성냥을 팔아 근근히 먹고 살면 되니까.
열대 지방은 극적인 재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