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은 예능이고 드라마고 당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감이 없는 건 줄 알았다.
최근 한극에 가서 부모님 집에 있었다.
부모님은 TV를 보지 않으시더라도 TV조선을 틀어 놓으셨다.
나야 조선에 좃자도 싫어하지만, 내 집이 아니니 잠자코 있었다.
어차피 TV는 아예 안본지 몇 년 됐다.
안볼 순 없지만, 안들을 순 없다.
며칠 들리는대로 소리를 듣다가 문득 깨달았다.
TV조선의 '모든' 프로그램이 다른 방송사에 비해 템포가 느렸다.
전체적으로 컷 전환이나 말투가 느렸다.
예능은 노인이나 예전에 유명했던 사람이 주로 나온다.
티키타카도 옛날 식이고 서로 까대는 거 없이 잔잔했다.
연장자를 대우하는 태도를 보였다. 연장자가 말을 하면 다들 경청하는 자세와 표정이었다.
젊은 출연자는 까불까불 재롱을 부리는 포지션이다.
연장자가 핀잔을 하면 계면쩍게 웃으며 받아들인다.
뉴스도 말투가 좀 느렸다.
당연히 보수쪽은 뭘 해도 칭찬이고, 진보쪽은 뭘해도 비난인데, 비난도 선전선동하듯 하지 않는다.
마치 마을 툇마루에서 막걸리 기울이며 구수한 말투로 누구 뒷담화 까듯 말한다.
시골 마을에서 "이번 이장이 한 게 뭐 있슈" 하는 식으로, 주고 받는 뒷소문 속에 친분과 결속을 느끼는 화기애애한 엔터테인먼트다.
광고 비중이 상조나 보험이 가장 크다는 특징은 뭐 당연한 거고.
그야말로 노인을 위한 방송이다.
나이든 사람이 보면 마음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TV조선이 감이 없어서 지루하게 만든 게 아니었다.
그들은 노인층만 집중 타겟으로 정하고, 철저하게 그쪽을 공략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였다.
시골 사람이 순박하다는 게 터무니없는 선입견이듯, 보수가 꽉 막혀서 고집 셀 거라는 인식 역시 그렇다.
다 돈이 되니까 그러는 거고, 돈 앞에 멍청할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