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단지 전체를 완전히 조성하고 나서 분양을 한다.
인니 부동산 개발 회사는 방식이 한국과 다르다.
일단 아파트를 선호하는 한국인과 달리 인니인들은 주택을 선호한다.
우선 개발지역으로 선정된 부지에 구획을 나누고 도로를 준설한다.
지역 중심에 병원, 쇼핑몰, 상가 구역, 호텔을 건설한다.
그 바깥쪽으로 주택단지를 배치한다.
주택단지 안에는 부동산 개발 회사가 직접 지은 주택들도 있지만, 대부분 지반만 다져둔 빈 토지로 분양한다.
실제로 거주할 목적이거나 임대 사업을 할 사람들이 그 빈토지를 매입해서 알아서 집을 지어 올린다.
그래서 인니의 주택 단지 내 집들은 모양이 제각각이다.
연달아 세워진 몇 채의 주택 모양이 똑같다면, 임대 사업자가 지은 거다.
시내 중심가에 가까운 지역부터 서서히 타운이 형성되어 간다.
먼 지역엔 다져두기만 한 빈 땅이 많다.
사진 속 빈 풀밭은 20년째 빈 땅인 채로 있다.
좌측 하단의 흰 지붕 건물은 들어선지 1년 좀 넘었다.
그대로 방치하면 풀이 높게 자라 값어치가 떨어져 보이기 때문에 제초작업을 정기적으로 해서 그럴듯한 외양을 유지한다.
부동산 개발 회사는 빨리 매각하려고 안달하지 않는다.
타운이 조성되고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 점점 외곽 지역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어있다.
부동산 개발 회사 산하 관리 회사가 조성한 타운 지역 안의 공공도로까지 유지 보수한다.
공공도로는 정부가 관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보기엔 황당하겠지만, 인니는 그렇다.
어차피 인니의 정부는 모든 유지 보수할 행정력, 비용,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
부동산 회사가 알아서 유지 보수하겠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땡큐다.
부동산 회사가 파손된 도로를 복구하는 속도는 정부에 비해 훨씬 빠르다.
그래봐야 3~6개월 정도 걸리는 정도라 한국 관점에서 보기엔 턱없이 느린 편이지만, 1년 넘게 걸리는 인니 정부에 비하면 엄청 빠른 축이다.
인프라 유지 보수가 정부에 비해 신속하다 보니, 부동산 회사가 조성한 타운 내 부동산 가치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다.
그렇다고 부동산 회사가 손해보고 착한 짓하는 거 아니다.
어차피 도로 유지 보수 비용은 거주자들에게서 매월 징수하는 관리비에서 지출된다.
도로 유지 보수 사업으로 이익도 남기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도 올리는 셈이다.
최근 부동산 회사에서 한 주택 단지의 토지 분양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타운 중심부에 가까운 지역만 주택들이 들어섰고, 좀처럼 팔리지 않아서 2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는 외곽 지역의 판매 촉진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주택단지 진입로를 미분양 토지가 많은 곳 쪽으로 옮겨 버렸다.
진입로 가까운 쪽부터 집들이 들어서 타운이 형성되었는데 한 순간에 날려 버린 거다.
그냥 진입로 두 곳을 운영하면 될텐데도, 빈 땅 지역의 통행량을 억지로 높이기 위해 기존 진입로를 폐쇄해 버렸다.
덕분에 주택단지 대부분의 주민들이 한참을 돌아서 가야 한다.
빨간색으로 엑스 표시한 곳들은 만들어 놓기만 하고 잠궈둔 진입로인데, 아마 분양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진입로를 또 바꿀 수 있도록 만든듯 하다.
이 황당한 조치는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3개월 만에 원상태로 복구되었지만, 애초에 이런 조치를 할 생각을 했다는 것부터가 대단하다.
인니 사회 전반에 만연한 공급자 위주 서비스 마인드 탓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