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그랬잖아."
"내가 언제 그랬어?"
"왜 이렇게 말귀를 못알아 들어!"
흔히 벌어지는 말다툼이다.
발뺌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모호한 표현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을 할 때, 사람은 모호한 표현을 깜짝 놀랄 정도로 자주 쓴다.
가령 '그 사람 깔끔한 편이야'라는 표현을 예로 들자면...
말한 사람은 듣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깔끔한 정도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깔끔하다'는 건 모호한 표현이다.
1부터 10까지의 레벨로 나눠진 정확한 기준 따위는 없는, 상대적 표현일 뿐이다.
내가 봐서 깔끔하면 깔끔한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 기준으로 말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 '그 사람'과 듣는 사람의 양쪽을 알고 있으니, 듣는 사람의 기준을 고려해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 자기 기준으로 '그 사람 깔끔하다'라고 해봐야 듣는 사람은 어느 정도 깔끔한지 모른다.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오해와 말다툼은 그 '미루어 짐작한 지점'에서 발생한다.
내가 한 어떤 말에 상대방의 기분이 상했다면, 그건 내 잘못이다.
(피해망상처럼 상대방의 상태가 괴상한 경우는 논외로 치자)
'그런 뜻이 전혀 아니었다'라는 건 고의성이 없었다는 해명일 뿐이지, 결백의 증명이 아니다.
그런 뜻이 없었기 때문에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건, 그걸 나쁘게 받아 들인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비난이나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떠올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모성에 대한 인식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내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초록색과 상대방이 떠올리는 초록색은 절대 같을 수 없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듣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하는 말은 의사소통이 아니라 혼잣말이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 듣는다'는 말이 있다.
개떡 같이 말했는데 찰떡 같이 알아 들은 건 대단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욕 먹을 일은 아니다.
개떡 같이 말했으면 개떡 같이 알아 듣는 게 당연하다.
개떡이 잘못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