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르 자연사 박물관에 간 김에 <피아 애플 파이>라는 유명한 파이 집이 근처라고 해서 가봤습니다.
삐아 pia 가 인니어로 '파이(pie)'라는 뜻입니다.
아마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했겠지요.
인니어 중에서 영어와 비슷한데 약간 다른 단어는 거의 대부분 네덜란드어와 관계가 있습니다.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네요.
가정집인 옆집까지 확장하고, 옆집의 진입로였던 곳을 야외 테이블로 꾸몄습니다.
건너편엔 제법 고급져 보이는 카페가 있습니다.
이 일대 골목들 안쪽에 고급 카페나 레스토랑이 잘 안보이게 숨어 있더군요.
식빵이나 일반 빵처럼 실용적(?)인 빵 종류는 없습니다.
파이나 타르트 같은 종류만 있네요.
진열장 안의 음식들은 견본이 아니라 진짜 음식입니다.
가격대는 한국에 비해 저렴하지만, 현지 물가로는 꽤 비싼 축에 속합니다.
종류가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음식들이 하루 이틀 사이에 모두 팔리고 새것으로 교체된다면 대단하겠지만, 그래 보이진 않습니다.
전부 다 팔리기 전까지 이미 팔린 음식을 새로 채워 넣지 않고 버틴다면 모를까, 저렇게 종류가 다양하면 당최 선택되지 않는 음식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지요.
그렇다고 바로 바로 폐기 처분을 할 리는 없을테고... 흠...
빵은 원재료 대비 마진율이 높은 상품이지만, 돈 벌고 못벌고는 폐기 수량에 달렸는데 말이죠.
설마 방부제가 들어간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인테리어는 꽤 신경 쓴 거 같아 보이긴 했습니다.
원래 골목길 담벼락이었던 걸 알 수 있는 흔적입니다.
맞은 편엔 외부 상인이 입주해 들어와 간단한 음식들을 팔 수 있게끔 꾸민 매대가 있었습니다.
그 앞의 우물은 당연히 인테리어입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테이블 구석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런 거 정말 좋아요. 고양이를 좋아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이런 넉넉함이요.
한국 같으면 종업원이 득달 같이 달려와 내쫓았을 거고, 손님도 이런 광경을 보면 테이블이 비위생적이라고 눈살을 찌푸렸겠죠.
사떼 Sate 도 파는 모양인데, 가격이 착하네요.
꼬치 8개에 19,000 루피아면 개당 200원 꼴입니다.
치킨 파이는 인니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강해서 제 입맛에는 별로였습니다.
밥과 함께 식사로 먹는 건 그럭저럭 익숙해졌는데, 파이로 먹는 건 거부감이 느껴지더군요.
아마도, 제 머릿속의 맛 이미지와 어긋나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애플 파이는 맛있었습니다.
사과맛 듬뿍이었어요.
계피향도 좋았고요.
겉부분이 푸실푸실 부서지는 건 좀 별로였고요.
인니에서 일반적으로 파이, 즉 삐아 Pia 라는 음식은 보통 수분이 쫙 빠져서 퍼석퍼석 거의 과자 같은 빵을 뜻합니다.
뽑쁘치스 Popecis 라는 건데, 전 이게 제일 맛있더군요.
음식 모양을 보면 떠오르는 그 맛 딱 그렇습니다.
버터 베이스의 부들부들하고 기름진 식감의 음식입니다.
이건 만들어 두지 않고, 주문하면 바로 만들기 때문에 20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제 입맛에는 딱히 감탄이 나올 수준은 아니었고,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였습니다.
이정도 수준의 제과점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멀리서도 찾아올 정도라면, 한국의 중상급 제과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인니는 버터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비싸서 어떨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