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르와까르따 Purwakarta 근교 부낏 빠넨조안 Bukit Panenjoan 이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bukit [부낏] 은 언덕이라는 뜻이고, panenjoan [빠넨조안] 은 '전망하다', '탁 트인 경치를 살피다'라는 뜻의 tenjo 라는 순다어의 명사형입니다.
의역하면 '전망 좋은 언덕'이라는 뜻이 되겠네요.
뿌르와까르따 관청의 관광 홍보 전단에 나오는 여행 명소 중 한 곳입니다만, 그닥 기대는 안했습니다.
외딴 오지도 아닌 지역이라 어지간히 괜찮은 관광지였다면 이미 널리 알려졌을텐데, 그렇지 않다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오토바이 타고 설렁설렁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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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 날, 마침 날씨가 매우 좋아 멀리까지 뚜렷하게 보였다.
자주 오가던 찌깜뻭 Cikampek - 뿌르와까르따 국도에서 정면으로 구눙 빠랑 Gunung Parang 이 보인다는 건 처음 알았다. (구눙 빠랑 참조 : https://choon666.tistory.com/1104)
시골길을 따라 가는데, 왼편에 갑자기 탁 트인 논 풍경이 펼쳐진다.
그 너머로 저 멀리 구눙 빠랑과 구눙 봉꼭 Gunung Bongkok 이 보인다.
여기까지.
...갑자기 회사에서 급한 연락이 와서, 이 날은 길을 멈춰야 했다.
며칠 뒤 다시 갔는데, 이날은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았다... =_=
부낏 빠넨조안 가는 여정 중, 구글 스트릿뷰에 나오지 않는 길로 접어드는 초입
구글 스트릿뷰에 나오지 않는다는 건 어지간하면 차로는 가지 말라는 뜻이다.
사실, 스트릿뷰에 나오는 곳 중에도 '어떤 미친놈의 구글 직원이 여길 차로 들어온 거냐?' 싶은 길들이 있다.
저번에 오다가 회사 연락을 받고 오토바이를 돌렸던 곳
알고보니 차로 올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였다.
사진 속 길 끄트머리 쯤에서 길이 왼쪽으로 꺾어지면서 폭이 좁아지는데...
두둥...
그 끝에는 오토바이 한 대 겨우 통과하는 다리가 있다.
차량으로는 지날 수 없는 끊긴 길이다.
인니 시골에는 이렇게, 오토바이로는 이어졌지만 차로는 지날 수 없는 길이 드물지 않다.
강 특유의 둥글둥글한 돌이 널렸다.
다리 건너편에서 찍은 사진
반둥 방향으로 가는 산지 지형이라, 산 사이 사이 평지엔 어김없이 마을과 논이 있다.
세멘 공구리로 포장한 길이 내려 앉아 부서진 걸 충치 때우듯이 그대로 아스팔트로 때웠다. ㅋㅋ
어째서 이런 곳에 제법 큰 규모의 마을이 형성되었는지 궁금하다.
주변에 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 요지도 아니다.
산악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
힘든 걸 즐기는 것도 취향이고, 재능이다.
동일한 힘든 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가 다르고, 그로 인한 보상의 희열 강도도 다르다.
내가 좋다고 남도 좋은 건 아니다.
난 자전거 타는 거 힘들어서 싫다는 걸 구구절절 썼다.
부낏 빠넨조안으로 가는 마을길 초입
역시나 차 두 대 지나기 힘든 너비다.
양 옆으로 차밭이 보인다.
부낏 빠넨조안 입구
입장료는 따로 없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중고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들이 차량 종류에 따라 주차비를 받는다.
버스는 3만 루피아라는데... 버스가 여길 들어올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웃기는 건, 오토바이 주차장에 있는 중고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애들이 오토바이 헬멧 보관료로 2천 루피아를 또 따로 받는데, 영수증 대신 숫자가 적힌 나무 쪼가리를 준다.
한 푼이라도 더 뜯으려는 노력이 눈물겹다. ㅋㅋ
주차비 받으면서 헬멧 보관료 따로 받는 건 인니에서 처음 봤다.
인니도 나름 상도덕이 있어서, 주차비만 날로 먹는 거 아니다.
헬멧을 오토바이에 걸어놔도 다 지켜준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