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비가 내리고도 계속 내린다.
갤 것이라는 기대 따위를 할 건덕지가 쥐톨만금도 없어 보이는 흐린 하늘이다.
Evitel 은 발리의 중저가 호텔답지 않게 조식 뷔페를 제공한다.
발리 지역은, 고급 호텔을 제외한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토스트나 팬케잌, 나시고렝 등 단품을 조식으로 제공한다.
베네치아 스파 Venezia Spa
어젯밤 허탕치면서 오늘 아침 10시로 예약했었다.
전신 마사지 1시간 반 코스 160,000 루피아 + 지방세 12% = 179,200 루피아
세금 붙이지 않는 업소가 얼마나 반가운지 공감이 될지 모르겠다.
저 검은 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싶었는데...
빤쓰다.
가리는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얇은 부직포 빤쓰
전신마사지는 이 것만 입고 받는다. ㅋㅋ
마사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발리 마사지도 꽤 유명하지만, 아무래도 태국에서 받았던 타이 마사지만한 마사지가 없다.
관절도 막 우두둑 우두둑 꺾고 그래야 하는데, 인니 마사지는 쪼물딱 쪼물딱 임팩트가 별로 없다.
순전히 내 취향 때문에 평가가 박한 거고, 같이 받은 일행은 아주 좋았다고 한다.
우붓 곳곳에 붙어있는 교통편 공유 금지 배너
<온라인 택시가 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금지한다>라고 쓰여있다.
발리는 지역 공동체의 힘이 유난히 강하다.
그리고, 관광 산업의 중요한 한 축인 사설택시업 분야는 주로 자본이 적은 발리 서민들이 종사하고 있다.
당연히 아무나 사설택시업을 할 수 없고, 각 지역마다 텃세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 공유 시스템이 들어오게 되면 지역 서민 경제가 망가지게 된다.
그래서, 지역 공동체에서 나서서 교통 공유 시스템을 막고 있다.
만약 다른 지역이라면, 특정 집단의 이익 보전을 목적으로 대다수의 불편을 강요하는 행위라 보고 반감을 가졌겠지만, 발리라면 좀 복잡하다.
어차피 돈 쓰러 가는 관광지 아닌가.
싫으면 안가면 그만이다.
관광지 서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들의 룰을 주장한다면, 관광객 입장에서는 딱히 가타부타 옳고 그름을 규정하기 애매하다.
관광지를 지키고 유지하는 큰 축이 바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관광객은 그 지역을 즐기러 와서 돈을 쓰는 존재다.
불법이냐 합법이냐 간단히 재단할 게 아니라, 좀더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점심은 크레페 가게인 르 몰린 Le Moulin 에서 먹었다.
맘마미아 건너편, 타코까사 옆에 있는 꽤 유명한 집이다.
Jambon de Pays 47,000 루피아 + 세금 10%
햄과 치즈가 들어간 크레페
바삭바삭 쫀득 맛있다.
샐러드가 기본적으로 곁들여 나오는데, 그냥 건강한 풀맛이다.
일행이 시킨 Le Moulin 크레페 67,000 루피아 + 세금 10%
이것저것 막 그냥 막 푸짐하게 막 들어간 크레페
맛있긴 한데, 크레페는 가벼운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묵직한 맛과 양이었다.
Nocoise 샐러드 58,000 루피아 + 세금 10%
기본적으로 샐러드가 같이 나온다는 걸 모르는 촌놈들이라, 괜히 따로 또 시켰다는 불상사를 겪었다.
어지간한 크레페보다 비싼 가격이 암시하듯,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푸짐한 양이다.
샐러드니 어차피 풀이 대세이긴 하지만, 참치와 절인 올리브, 삶은 감자 등이 씹혀서 든든한 느낌이다.
그래봐야 풀이지만.
일본 느낌 물씬 나는 빵과 케잌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스트로베리 숏 케잌도 하나 샀다.
동명 제목의 일드 때문인지, 일본식 제과점하면 스트로베리 숏 케잌을 꼭 먹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스트로베리 숏 케잌 26,000 루피아 + 세금 10%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와서 오후 내내 숙소에서 뒹굴거리다, 저녁 때가 되어 드디어 바뚜 바라 Batu Bara 레스토랑에 갔다.
저번 발리 여행 때 손님 꽉 차서 허탕 친 게 아쉬워, 오늘 아침 일찍 예약해뒀었다.
http://choon666.tistory.com/886
바뚜 바라는 현재 트립 어드바이저 우붓 지역 맛집 순위 3위의 핫플레이스다.
수제로 만든 모기 기피제도 제공한다.
음식 맛보기도 전에 직원들의 친절에 기분이 좋다.
우선 맥주에 상그리아 Sangria (스페인식 와인 음료) 한 잔
상그리아는 달달한 와인맛이다.
상그리아 72,000 루피아 + 서비스 차지 5%
빈땅 맥주 49,000 루피아 + 서비스 차지 5%
야외지만 흡연 장소는 따로 떨어진 곳에 마련되어 있다.
이파리를 바삭하게 튀긴 것을 무료 에피타이저로 내준다.
영락없이 구운 김맛이다.
이것도 아르헨티나 음식인가 했는데, 일행 얘기로는 인니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용 식물이라고 한다.
일행과 나란히 앉아 먹으려고 의자를 옮겨 앉으니, 뒤편에 원래 세팅되어 있던 의자 배치와 부딪혔다.
그걸 보고, 종업원이 조용히 와서 의자 배치를 옮겨 준다.
서비스가 아주 세심해서 만족스러웠다.
주방에서 초벌로 구운 고기를 화로에 담아 테이블 옆으로 옮겨와 마무리로 굽는다.
사실 별 건 아닌데 시각적으로 흡족함을 준다.
가게 매니저로 보이는 아저씨가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양' 마지막 마무리 굽기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불에 고기 구워 먹는 게 일상인 한국인이 보기엔 뭐 딱히 대단해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대접 받는다는 느낌은 받았다.
종이 봉투에 담아 나온 건 프렌치 프라이 27,000 루피아 + 서비스 차지 5%
그 옆의 뚝배기 같이 생긴 그릇에 담겨 나오는 건 미니 믹스 Mini Mix 27,000 루피아 + 서비스 차지 5%
양파, 마늘, 토마토 등을 기름에 볶은 거다.
일행이 시킨 돼지고기 촵스 Chops 250g 137,000 루피아 + 서비스 차지 5%
소금도 고급 굵은 소금을 준다.
맛은 그냥 한국의 소금구이 맛집의 잘 구운 목살맛 보다 약간 더 부드러운 정도
내가 시킨 베이컨으로 만 소고기 안심 Tenderloin 스테이크 200g 240,000 루피아 + 서비스 차지 5%
아주 부드럽고, 굽기도 적당히 잘 구워서 살살 녹는다.
이정도 가격에 이런 퀄리티면 대만족이다.
계산서도 꽃 위에 얹어서 나오는 센스~
우붓에 여행 온다면 바뚜 바라 추천!
(예약 필수, 매주 화요일 휴무)
식사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비가 또 쏟아붇는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