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Ubut Bali - 여행 내내 비] 04. 돌아가는 날, 날씨가 쨍쩅

명랑쾌활 2018. 3. 12. 11:41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비가 그쳤다.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푸른 하늘도 보인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하하...


전반적으로 여행 날씨운이 좋은 편인데, 이번 여행은 운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비 때문에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거의 숙소에만 있었던 여행은 2012년 마나도 Manado 여행 이후로 오랜만이다.

여행 날씨운이 100% 좋은 거야 말로 비정상이니, 가끔 이렇게 운이 좋지 않을 때도 있어야 다음 기회의 운좋음을 맘 편하게 기대할 수 있겠지 싶다.


아침 식사 후, 공항까지 갈 택시를 수배하러 숙소를 나섰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

우붓 거리 곳곳에 "딱시 딱시~" 하며 관광객에게 호객을 하는 사설택시기사가 널리고 널렸다.

제일 먼저 눈에 뜨인 사람에게 공항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30만 루피아 부른다.

숙소 알려주고 12시까지 오라고 하면 끝.


남부 덴파사르와 공항을 잇는 해상고속도로에 들어설 즈음에는 하늘이 쨍쨍하다.


운전사 아저씨가 동료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공항 가는 길이 꽉 막혔다고 한다.

구글맵으로 보니, 고속도로로 가면 공항 초입 로터리 부근만 잠깐 막히고 거의 막히지 않았다.

그래서 고속도로로 가자고 했더니 좀 꺼리는 기색이다.

일반도로로 가다가 정체에 걸리면 몇 시간이 지체될지 모른다.

인니는 차들 사이로 진행해서 끊임없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차량이 정체구간 빠져 나오는데 얼마가 걸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고작 100미터 가는데 1시간 반 넘게 걸렸던 상황을 실제로 경험했었다.)


고속도로로 가자고 강하게 주장하자, 운전사 아저씨도 어쩔 수 없이 수긍을 하고 고속도로로 진입했는데, 자기가 고속도로 카드가 없다고 한다.

(인니는 작년인 2017 10월부터 고속도로 요금을 전자카드로 지불하는 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그게 고속도로로 가는 걸 꺼린 이유였나 보다.

여지껏 고속도로 카드가 없었다면, 그동안 공항 갈 일 있으면 일반도로로만 꾸역꾸역 갔었다는 얘기다.

어쩌면, 차량도 본인 소유나 렌트가 아니라, 어디 갈 건수가 있으면 그때 그때 건별로 차량을 빌려서 운행하는 게 아닐까 싶다.

공항-우붓 왕복이면 80km, 기름값 널널하게 잡아 10~15만 루피아 정도이니, 30만 루피아에서 기름값 빼고 나머지에서 렌트비 떼어주면, 수중에 5~10만 루피아는 떨어질 거다.


아저씨에게 가장 우측 요금소로 들어가라고 했다.

가장 우측의 요금소는 즉석에서 카드 충전도 가능하고, 여차하면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 돌려서 갈 수도 없으니까)

외국인인 내가 현지인 아저씨에게 가르쳐준다. ㅋㅋ


차량 고속도로 옆으로 오토바이 전용 고속도로가 있다.

언젠가 저 오토바이 전용 고속도로를 달려보고 싶다.


사진 중앙 약간 아래에 보이는 군계일학의 높은 건물은 아직 공사중이다.

무슨 무슨 유명한 브랜드 호텔이랜다. (힐튼인지 하야트인지 리츠칼튼인지...)

완공되고 나면 발리에서 가장 독보적인 뷰를 자랑하는 곳이 되겠다.

발리는 높은 빌딩 못짓도록 고도 제한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 2018.05.24 수정

사진에 보이는 공사중인 건물은 유명 브랜드 호텔이 아니었다.

가루다 위스누 끈차나 Garuda Wisnu Kencana 라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동상이다.

발리 토박이 택시 운전기사가 호텔이라고 그랬는데... =_=

인니인들은 모른다는 대답보다 대충 얼버무린 대답이 더 예의있다는 인식이 있다. ㅉㅉ


마침 에어아시아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다.

이 때만 해도 혹시 저 비행기가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인가 하는 허황된 기대를 했었다.


늦점을 먹으러 공항내 만다이 Mandai 라는 식당에 갔다.

나시 고렝도 없고, 솦 분뚯 Sop Buntut (인니식 꼬리곰탕 sop 수프, 국, buntut 끝, 끄트머리) 도 없고, 뭐 시키는 것마다 없어서, 할 수 없이 절대 떨어질리 없어 보이는 이 식당의 간판 메뉴인 나시 징고 Nasi Jinggo 를 시켰다. =_=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는데, 인니의 상거래 문화에서는 가게에 음식이나 물건 떨어지는 걸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항처럼 좀 수준있어 보이는 곳의 업소라 해도 물건이 떨어지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이렇게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서 포장해놓고, 주문하는대로 내기만 하면 되니, 파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편하겠나.

바나나잎으로 싸면 음식이 쉬이 상하지 않는다고 하니, 따로 냉장 보관할 필요도 없다.


신기한게, 맛은 정말로 좋다.

짭짤, 매콤, 달달, 고소한 맛이 섞여 밥도둑이 따로 없다.

나시 징고 33,000 루피아 + 세금 10%


원래 나시 징고는 발리 특산으로 시장 상인들이 오후나 밤에 간단히 끼니를 때우려 먹었던 음식이다.

나시 젱고 Nasi Jenggo 라고도 하는데, 최초 판매 가격이었던 '1,500 루피아'라는 뜻의 복건성 출신 화교 언어인 '젱고'에서 유래됐다고도 하고, 음식이 최초로 만들어졌던 1980년대 당시에 유명했던 서부영화 장고 Djanggo 에서 유래됐다고도 한다.

발리 서민식의 대표로 시중에서는 지금도 1만 루피아 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니, 공항 식당에서 35,000 루피아에 파는 건 엄청 비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내용물은 좀 더 실하다.

사진 속 나시 징고에는 고기에 계란말이도 있는데, 길거리의 저렴한 것은 기껏해야 멸치볶음 정도가 고기 역할을 한다.


딱히 발리 만의 특별한 음식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저렇게 바나나잎이나 코팅된 종이에 포장해서 파는 서민 간편식은 인니 지역마다 있다.

가령 자카르타 인근에서는 나시 우둑 Nasi Uduk 이라고 하며, 족자의 나시 꾸찡 Nasi Kucing (kucing 고양이) 라는 이름도 유명하다. (고양이 한 끼 식사나 될까 싶은 소량의 밥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각기 이름도 다르고, 지역에 따라 음식 구성도 다르지만, 양이 적고, 저렴하고, 맵고 짜고 달달해서 밥맛을 당기게끔 할 목적으로 맛을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참 좋아라 하는 발리 공항 흡연실은 입구부터가 예술적이다.

스모킹 에어리어로 가는 걸 마치 자유를 향한 탈출처럼 표현했다.

뭐 물론 흡연을 혐오하는 사람들이라면, 흡연구역 가는 게 낭떠러지 건너뛰는 것처럼 위험한 짓거리이고, 그러다 뒈질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걸 표현한 그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ㅎㅎ


일단 정식으로 세금을 징수한다는 건 '합법'이라는 걸 보장했다는 셈이니, 혐연자들은 담배가 그렇게 밉다면 정부부터 좀 미워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한다.

만약 정부가 마약을 합법화하고 세금 걷겠다고 하면, 마약하는 사람들 멱살을 잡겠나.

정부청사 달려가서 반대한다고 농성을 하겠지.

하지만, 미워하는 건 개인의 자유다.

이성적이지 않겠다는 것도 개인의 자유다. :)


하늘이 쨍쨍하다 못해, 그늘 밖으로 나가면 살갗이 따가울 정도다. =_=

이번 여행 기간 동안의 날씨는 너무 얄궂다.


끄루뿍 우수스 아얌 Krupuk Usus Ayam (닭 내장을 튀겨 말린 과자)


끄루뿍 바비 Krupuk Babi (돼지고기 튀겨서 말린 과자. 아마도 돼지 껍데기인듯.)

사진은 없는데, 끄루뿍 우수스 이깐 Krupuk Usus Ikan 이라고 물고기 내장 튀겨 말린 과자도 있다.


발리뿐 아니라, 인니 각 지역별로 별의 별 것을 튀겨서 말리거나 그냥 말린 과자를 판다.

보통 그 지방에서 많이 나는 산물로 만드는데, 가격이 저렴해서 여행선물로 제격이다.

(인니는 올레-올레 Oleh-oleh 라고 여행선물이라는 뜻의 표현이 따로 있을 정도로, 여행이든 출장이든 고향 방문이든 뭐든 외지에 갔다가 올 때 여행선물을 사와서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풍습이 있다.)


소금 가미한 말린 땅콩

이게 원조 브랜드랜다.


에어아시아는 연착이다.

그것도 4시 출발이 30분 지연된 게 아니라, 4시 30분에 비행기가 도착할 예정이랜다.

아까 비행기 출발 상황판에 4시 반에 출발하는 자카르타행 에어아시아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떴었는데, 4시 출발편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4시 반 출발편과 합친 게 아닌가 매우 의심스럽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체면이고 뭐고 없는 항공사라면,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연착 문제를 기꺼이 감수한다는 사실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억측일까?


결과적으로 1시간 30분이 지연되어, 5시 반이 되어서야 이륙했다.

연착이 잦기로 악명 높은 라이언 에어를 지금껏 여러 차례 이용했었는데, 체감상 연착율이 30% 정도였다.

그런데 에어아시아는 오고 간 두 번 다 연착이라니, 실망이 크다.

그렇다고 '에어아시아는 절대 안탄다'고 할 건 아니다.

어차피 저가항공 이용하는 처지니, 가격이 싸면 또 타긴 할 거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이라면 에어아시아 이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시설이 후진 것도, 서비스가 안좋은 것도 감수할 수 있지만, 연착은 감수하기 어렵다.

신체적 감정적 불편이야 감수해야겠지만, 시간은 보상 받을 수 없는 가치다.


말 나온 김에, 왜 승객이 늦으면 승객 책임으로 돌리고 짤없이 출발하면서, 비행기가 늦으면 승객이 감수해야 하는 규정이 불공평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공항 사정으로 늦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항공사 잘못으로 지연된다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자카르타 공항

에어아시아 연착 덕분에, 멋진 저녁 노을 풍경을 감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