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꾸따 기준으로 서쪽 방향으로 롸이딩 하려 나섰다.
꾸따 중심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던 여행사 사무실
내일이면 승기기로 넘어갈 예정이다.
가격표를 보니 중심지 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 (중심지 115,000 루피아, 이곳 120,000 루피아)
몇시 출발편이 있고, 시스템은 어떤지나 알아볼까 하고 들어갔다.
시간마다 있고, 픽업도 된단다.
깎을 생각도 안하고 알았다, 생각 좀 해보고 다시 오겠다 라고 하며 등을 돌렸더니, 냉큼 9만 루피아로 가격을 깎아 부른다.
씨익 웃으며 바로 예약했다.
뭐 아는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원래 이런 관광지의 셔틀버스 시스템은 다 비슷비슷 하다.
여행사 사무실은 모집책일 뿐이고, 셔틀버스 운영하는 곳은 따로 있다.
안그러고 여행사 마다 따로 셔틀버스 운영해 봐야 손해 아니겠나.
여행사는 손님 받아서 셔틀버스 운영하는 곳에 연락하고, 중간 소개료만 떼어 먹는 거다.
그러니, 어차피 다른 여행사로 갈 손님 같으면 자기 소개료 좀 덜 먹더라도 받아 버리는게 낫다.
여행사 건너편도 한창 숙박업소 짓고 있다.
롬복 꾸따는 지금 급속도로 발전 중이다.
꾸따 서쪽 산을 넘는 길을 따라 올라 간다.
꾸따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저 야자나무는 산탄 santan (야자 속 하얀 육질 부분. 야자유를 짜내는 원료) 야자나무다.
경치 좋은 곳마다 공사가 한창이다.
구비구비 고개가 있어, 롸이딩 하기엔 서쪽이 훨씬 좋다.
물론 좀더 위험하기도 하다.
건물 짓기 전 터만 닦아둔 곳이 있었는데 아무도 없길레 들어가 봤다.
순간 쫙! 펼쳐지는 경치에 친구나 나나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우와... 하면서 입을 떡 벌리고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서로 얼굴을 보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정말 끝내주는 경치였다.
이 순간 이미 느꼈다. 이제부터 롬복을 떠올리면 이 풍경이 따라 떠오를 거라는 걸.
그리고 지금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그 때 그 광경이며 분위기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꾸따에 푹 빠져 버렸다.
내친김에 길 건너편 산 위쪽으로 뭔가 짓고 있는 곳도 올라 가봤다.
경사가 너무 급해 스쿠터가 올라갈 수 없어 걸어 올라가야 했다.
산 너머 반대편에는 그닥 볼게 없었다.
화살표 부근이 아까 경치가 탁 트였다는 지반 공사 중인 곳
아마 1년 쯤 뒤에는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지 않을까 싶다.
롬복 남부 해안 지형 대부분이 딱 저 사진과 같다.
산으로 둘러쌓여 우묵하게 들어간 곳에 해변과 마을이 있고, 산을 넘어 가면 다시 비슷한 지형이 있고.
마치 손을 쫙 펴서 바닥에 올려 놓으면, 손가락들이 산이고, 손가락 사이가 해변인 셈이다.
특히 꾸따 기준으로 서쪽은 산들이 높고 많아서, 도로도 산들을 구비구비 넘어 오르내리는 길의 연속이다.
서양 언니들도 우리처럼 롸이딩을 즐기는듯.
내 친구 얼굴도 덩달아 화알짝 펴진다.
내가 '금발 미녀' 어쩌고 저쩌고 하는 표현을 심심찮게 쓰는데, 사실 그건 그냥 마초적이고 음흉한 속내에 대한 습관적인 표현이다.
정말로 금발 미녀를 좋아하는 건 내 친구다.
어깨가 떡~ 벌어지고, 가슴이 뾰용용~ 하고, 히프도 빵빵~ 뭐 그런게 좋대나 뭐래나. ㅋㅋ
그런 친구에게 한 마디 했다.
온몸에 털 많고 암내 나서 시러. 걔넨 이태리 타올로 때 밀어도 예쁜 쏘세지 따윈 만들어 지지 안을 거야. =_=
롬복 남부 주요 해변 중 하나인 마운 해변 Pantai Mawun 가는 길 (롬복 남서부 메인도로의 이름이 잘란 마운 Jalan Mawun)
안갔다.
해변은 어제 여기저기 대충 봐서 물놀이 할 거 아니라면 별로다.
그냥 롸이딩 하다 경치 좋은 곳에서 풍경 감상하는게 더 좋다.
정말 좋다.
차도 거의 없고, 도로 상태도 괜찮고, 경치도 심심하지 않다.
암빠 해변 Pantai Ampa 들어가는 길 표지판
비포장의 좁은 길에 허름한 표지판.
오히려 이런 곳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대로 된 가게도 없는 깡시골 마을이다.
길 옆으로 수로도 없는 거 보니 물도 부족한 척박한 곳인듯 싶다.
길은 이제 차 한 대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좁아지고, 이거 잘못 들어간 거 아닌가 싶은데 저멀리...
짜잔~ 어김없이 입장료 받는 곳이 있다. ㅋㅋㅋ
저 멀리서 우리가 나타나자, 지키고 있던 꼬마애들이 행여나 그냥 지나갈까 차단봉을 내린다.
(어른들이 지키는 곳은 그런 촌스런 짓 안한다.)
앞에 도착하자 우르르 몰려들어 눈을 반짝반짝 하면서 너도나도 리마 리부 Lima Ribu (5천 루피아)를 외치며 손을 내민다.
알려지지 않은 곳이니 반값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체계다.
돈을 주니 의기양양하게 차단봉을 올려준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이제 전세계 공통 포즈인 V를 그린다.
그 뒤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지키고 있던 사람이 아니다.
자전거 타고 어디 가려는 길에 이 작은 소동(?)을 보고 한켠에 물러서서 물그러미 구경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뒤편은 오토바이 행상이다.
그야말로 구멍가게 하나 없는 깡시골이다.
전봇대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인듯 하다.
해변까지 들어갈 길이 없어, 스쿠터는 중간에 세우고 걸어 들어가 봤는데...
친구와 난 또 한 번 멍하니 해변을 둘러보며 와... 이게 뭐야...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엄청나게 깨끗한 물에 잔잔한 파도, 완만한 경사, 고운 모래, 해수욕 하기 최고인 해변이다.
이런 해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없다.
이런 곳이 아직도 아무 것도 없이 방치되어 있다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먹을 것, 파라솔, 돗자리 등등 챙겨 온다면, 이 좋은 곳이 통째로 개인 해변이 된다.
친구와 난, 나중에 여자친구나 친구들과 같이 여행 갈 기회가 된다면 롬복이 괜찮고, 하루 쯤은 꼭 여기에 와서 놀자고 약속했다.
남자놈들 둘이서 해수욕 하는 건 정말 천인공노할 죄악 아니겠능가. 이 해변에도 못할 짓이고... ㅠ_ㅠ
어디 관광 정보에도 나오지 않은 숨은 곳이다. (아직까지는...)
꾸따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가는 길에 좋은 경치들 다 무시할 자신이 있다면. ㅋㅋ
숲이나 키 큰 나무들이 없어서 그런지, 언덕 지형 풍광도 독특하다.
12시 쯤, 출출하고 목도 칼칼하다.
구비구비 언덕을 넘어 급한 경사를 내려가는데 딱 보기에도 경치 좋을 것 같은 위치에 레스토랑을 지나쳤다.
다시 길을 돌려 꾸역꾸역 올라가 들어갔는데 좋은 결정이었다.
방갈로식 숙박업소에서 부설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대신 근처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오픈한지 한 6개월 됐다고 한다.
조용히 쉬러 온 서양인들이 꽤 보인다.
서양인들은 어떻게 알고 이런 곳을 귀신같이 찾아 올까?
외국인 기준으로 보통 수준의 가격이다.
현지 기준으로는 두세배 정도 비싼 편이고.
맥주를 시키니 소스와 얼음을 담은 잔에 야채를 담아 주는데, 무려 서비스다! +_+b (인니는 물도 사먹어야 한다)
심지어 야채가 싱싱하고 맛있다! d+_+b
좋은 경치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이 맛에 돈 버는 거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시간 누리기 위해, 힘내서 돈 벌어야지.
난 어딜 가든 꼭 먹어보는 나시고렝을 시켰다.
비싼 만큼 실하다.
밥도 강한 화력에 잘 볶았고, 닭다리 튀김도 맛있고, 사떼도 괜찮다.
노른자 탱탱한 달걀 후라이도 맛있다.
5점 만점에 4.5점 (비싸서 0.5점 감점)
* 인니에서는 저런 달걀 후라이 조리 방식을 마따 사삐 Mata Sapi 라고 한다.
mata 눈, sapi 소, 즉 '소눈'이라는 뜻이다. ㅎㅎ
친구가 시킨 미 아얌 Mie Ayam (닭고기 라면)
이것도 맛있었다.
(코코넛 밀크, 강황, 고수 등이 들어가서 인니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입맛에 안맞을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 음식 수준이 높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여기 주인은 네덜란드 사람이던가, 하여간 외국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