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말레이시아

[Kuala Lumpur] 07. KL 타워

명랑쾌활 2014. 4. 22. 09:24

점심은 부낏 빈땅의 HM몰 지하 LOT10 후통에서 먹어 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찾아본 정보 중 호키엔미 (복건면) 가 비주얼이 짜장면 비슷해서 함 먹어보고 싶었다.

 

좌석 위에 분홍색으로 여성 전용 좌석이라 쓰여 있다.

여성 전용칸도 있는데, 그닥 잘 지켜지진 않는 모양이다.

한국의 여성 전용칸과는 의미가 다르다.

한국의 여성 전용칸은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고, 모든 여성을 잠재적 성범죄 피해자로 보는 한국식 역가부장적 편견에서 비롯되었다면, 말레이의 여성 전용칸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이유 때문이다.

 

이번엔 모노레일 운전사 바로 뒤에 앉아 봤다.

꼭 놀이기구 타는 기분이다.

전면이 투명 강화 아크릴로 되어 있어 운전사가 운행 도중 코를 후비거나 겨드랑이 닦아서 냄새 맡거나 하는 모습이 다 보인다.

 

HM몰 지하 랏텐후통 LOT 10 Hutong은 뭐 별건 아니고 걍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있는 푸드코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북경의 뒷골목인 후통을 컨셉으로 구성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중국 요리만 있는건 아니고, 태국 코너, 인도 코너 등등 다채롭다.

더럽게 복잡하게 꼬아 놓은 구조라, 손님이 별로 없어도 복작복작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통행로까지 북경 뒷골목처럼 복잡하게 만들었나 보다.

 

한바퀴 다 돌아서야 김연기 아저씨의 복건면 코너를 찾았다.

 

한국의 푸드코트처럼 메뉴판이랄 것도 없다.

각자의 가게에 보면 취급하는 메뉴들이 붙어 있다.

킴리안키의 경우 저기 벽에 보이는 메뉴 6가지가 다다.

 

메뉴를 고르고 계산대에 계산하면...

요렇게 영수증을 준다.

킴리안키 같은 경우 티슈도 같이 줬다.

푸드코트 내 아무 테이블에나 앉아도 되는 시스템이라 테이블에 따로 휴지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멀거니 앉아서 음식 갖다 주길 기다리면 안된다.

여긴 푸드코트다.

저기 보이는 저 중국계 말레이 총각처럼...

 

음식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쟁반에 자기 입맛대로 소스를 제조해서 셋팅한다.

나는 모험심도 없고 멋 모르고 나서는걸 싫어하지만, 두반장 맛이 궁금해서 소심하게 두반장만 셋팅했다.

 

두둥~ 킴리안키의 간판 음식 호키엔미 Hokkien Mee (복건면)

맛은 그냥... 그지같았다. 중국 복건 지방이 미워지려는 맛이다.

10점 만점에 3점.

생긴건 맛이 강할거 같은데 뭔가 되게 심심하다.

생긴거 비슷하다고 짜장면하고 비교하면 짜장면이 짜증낼거 같다.

그래도 짜장면의 조상이 이렇지 않을까 싶긴 하다.

차라리 한방 육골차 박쿠테 Bak Kut Teh 를 먹어볼걸... -_-;

 

되게 불량스럽게 생긴 빙수를 파는 가게.

 

혹시나 탈 날까봐 걍 식혜 비슷한거 골랐다.

맛은... 식혜도 아니고 숭늉도 아니고 물 말은 밥도 아니고... 걍 시원한 맛. -_-;

10점 만점에 2점.

두부물도 그렇고, 호키엔미도 그렇고, 가짜 식혜도 그렇고, 뭔가 많이 허전해서 돈이 아까운 맛들이다.

 

뭘 할까 고민하다 KL타워를 가보기로 했다.

쇼핑몰 앞 정차된 택시에 물어보니 100링깃 달랜다.

아무리 외국인 관광객, 정차된 택시, 인도인 운전기사라는 바가지의 3박자를 모두 갖췄다지만, 걸어서 30분 거리를 3만원 넘게 부르는건 좀 깼다.

(딱 봐도 인도인이었고, 인니어도 안통했음. 수도의 택시기사가 말레이어를 못하면 어쩌겠다는 거냐... -_-;)

그냥 미터기로 가자니까, 100링깃이면 미터기보다 싼 거라는 개소리를 왈왈 거린다.

부르는 값이 미터기 보다 싸면 니가 자선사업하는 색히지.

활짝 웃으면서 "걸어갈 거야, 미친놈아."라고 한국어 덕담 한 마디 해주고 돌아섰다.

(씨발롬은 어지간한 외국 관광지에서 알아 듣는다고 한다.)

 

여행 전 사전 조사 하는데, KL타워를 도보로 가는 방법은 찾을 수가 없었다.

지도 상으로 보면 모노레일 부낏 나나스 Bukit Nanas (Bukit은 언덕 Nanas 파인애플) 역이 제일 가깝길레 무작정 갔다.

정 안되면 산 타고 올라가지 뭐 했는데...

 

뭐 이런 분위기라 걍 택시를 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또 멍충한 선택을 했다.

KL타워 입구가 KL타워 기준으로 5시 즈음에 있다면, 난 2시 지점 즈음에서 택시타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빙 돌아서 갔다.

그래봐야 택시 요금은 3천원 정도밖에 안나왔고, 마침 기진맥진 했던터라 땀 식히고 편히 쉬어서 그리 억울하진 않았다.

 

어쨋든! 그래서 도보로 KL타워 가는 법을 설명할까 한다.

물론 걸어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을 역으로 배열한 거다.

 

모노레일 라자 출란 Raja Chulan 역에서 내린다.

부낏 빈땅 역과 부낏 나나스 역 사이에 있다.

(...그렇다. 난 한 정거장 지나쳐 내려서 KL타워 산 끼고 한 바퀴 빙 돈거다. ㅋㅋ)

 

계속 가다 보면 길 건너에 Wisma MPL이라고 써있는 건물이 보인다.

그럼 거의 다 온거다.

그 옆에 옆면만 보이는 건물은...

 

AM Bank 본사 건물이다.

요 건물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슬슬 오르막인 길로 들어선다.

보도블럭 따라 바로 우회전 하지 말고, 일단 길은 건너고 우회전 하길 권한다.

다시 좌회전 해야 한다.

 

KL타워 가는 길 반대방향을 찍은 사진

저렇게 AM Bank 정면을 등지고 가는거다.

그러다 사진을 찍은 지점 즈음에 좌측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KL 타워 가는 길이라고 표지판도 있다.

 

홉홉 버스가 바로 앞에 정차한다.

좀 비싸서 그렇지 쿠알라 룸푸르 시내관광 하기엔 홉홉 버스가 괜찮은거 같다.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이렇게 KL타워 입구가 왼편에 나타난다.

 

일단 여기까지만 오면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KL타워 밑까지 갈 수 있다.

저기 보이는 하얀색 미니버스가 무료 셔틀버스다.

안보인다고 오늘 쉬나보다 포기하지 말고 기다리면 온다.

 

말로 하니 되게 복잡한데 걍 지도로 보면 이렇다.

(이래서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지만, 천냥이 있으면 말 한 마디 할 필요가 없다고 하나 보다.)

지도에 보이는 잘란 뜽아 Jalan Tengah 는 빌딩 사이의 편도 1차선의 작은 길인데 그리로 가면 한 50~100걸음 정도 줄일 수 있다. (대신 마지막에 왕복 4차선 도로 무단횡단 한 번) 

 

라차 출란 역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는데 대략 20분 정도.

거리는 만만하긴 한데 오르막 제법 있으니 잘 생각해 보시길.

 

*부낏 나나스 역에서도 걸어갈만은 하다.

라자출란 역이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할듯.

 

그야말로 정수리에 직각으로 꽂히는 땡볕까지 겹치면 결코 만만치 않다.

 

제주도는 한 번도 가 본적 없는데, 발리는 여러 차례 갔다.

남산 기슭에 있는 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남산 타워에 오른 적은 없다.

(바로 밑에서 막걸리 마시고 놀아 본적은 있다. ㅋㅋ)

그런데 KL 타워에는 오른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는게 인연인가 보다.

쬐그만할 때 김태희 옆집 살아서 같이 빨개벗고 멱을 감았을 어떤 꼬맹이 녀식이 어찌 알았겠나.

나중에 걔가 커서 '그 김태희'가 될줄. (응?)

 

버자야 센터라는 특이한 랜드마크가 있어서, 내가 묵었던 호텔도 찾기 쉽다. ㅋ

저기 호텔 창으로 KL타워를 봤는데, KL타워에서 다시 그 창문이 보이니 묘한 기분이 든다.

 

차이나 타운도 설핏 보이고...

 

쌍둥이 빌딩도 보인다.

이번 쿠알라 룸푸르 여행에 쌍둥이 빌딩은 안갔다.

여행 가기 전, 정보 찾아 보다가 너무 사진을 많이 봐서 딱히 가고 싶은 마음이 안들었다.

 

콩코드 호텔 수영장에 비키니 금발 미녀라도 있을까 눈을 까뒤집고 봤지만, 인간의 시력엔 한계가 있다.

그러니 안심하고 홀랑 벗고 수영해도 된다.

그 옆으로 하드롹 카페도 보인다.

오홍, 그게 저기서 한거군. ㅋㅋ

 

사진들은 많이 찍었지만 대략 생략.

경치 좋다 한들 사진으론 한계가 있고, 이야기가 없는 사진은 별 의미가 없다.

 

뭐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내일 체크아웃 하는 시간까지 푹 쉬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