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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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03. 낮잠

명랑쾌활 2013. 10. 4. 18:50

8층짜리 대저택에 산다.

하지만 잠을 꼭 집에서만 자라는 법은 없다. - 한국 유부남 협회 왈

 

아름다운 원을 그리며 자기도 하고,

 

젖 먹다가 잠들기도 한다.

 

발치에서 자다가,

 

엄마 궁둥이에 붙어서 자다가,

 

엄마 팔베개하고 나란히 자다가,

 

엄마 머리맡에서 자기도 한다.

 

때론 엄마와 같은 자세로 자기도 하고,

 

엄마의 쿠션이 되어 드리기도 한다.

 

가끔 큰 길을 막고 한가운데에서 호연지기를 기르며 자기도 한다.

 

 

인생 정말 행복했던 순간은 뭐 그리 대단했던 때가 아니다.

그냥 그 아무 걱정 없이 한가롭게 누군가와 같이 있었던 그 날 그 때.

 

지금 버는 돈 절반을 벌더라도 엄마 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엄마도 좋아하실 거다.

하지만 이렇게 독립해서 그닥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것도 엄마는 좋아하실 거다.

그래, 엄마는 내가 어디에 있든 몸 성히 잘 지내고 있으면 좋아하실 거다.

나도 엄마가 내 곁에 없어도 몸 성히 잘 지내고 계시면 그것으로도 좋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오게 될 그날을 생각한다면,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가는게 너무 안타깝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되어 있다는걸 떠올릴 때마다, 오늘은 종종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소중하다.

그래서 인간은 생명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망각하나보다.

평범한 오늘과 오늘과 오늘이 다시 못올 어제가 될거라는걸 매사 인지하고 있다면, 심장이 버티지 못할게다.

시간을 설렁설렁 낭비하는 행위는, 그래서 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