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태국 0808

방콕 방심하는 순간 찾아온 장청소

명랑쾌활 2008. 10. 27. 16:41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날락.
새벽 즈음 배가 또 아프다.
할 수 없이 빈 속에 정로환을 먹는다.
한결 나아진다.
뱃속에 들은 게 없으니 힘이 하나도 없다.
배란다 열어 놓고 방바닥에 배 깔고 엎드려 물끄러미 창 밖 풍경 보다, 글 끄적거리다...
벌떡! 일어나서 자연을 만끽하러 갔다가... -_-;;

지혜양은 오늘 체크 아웃이라 했다.
내일 새벽에 공항 가는데, 오늘 밤새 놀며 버티고 갈 생각이란다.
새벽 다섯 시에 움직인다 하니 내가 짐을 맡기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내 방(트윈룸이다)에서 쉬라 하기도 그렇다.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지만(이성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ㅋㅋ), 섣불리 권할 일이 아니라 관뒀다.
아무리 좋은 의도의 친절도 권하지 않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여기 계신 분들에게 들은 바가 있다.
얼마 전에도 여자애에게 술 사고 밥 사며 친해진 다음, 다음 날 아침에 출국한다니까 자기 방 트윈이라고 잠시 쉬었다가라 권해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사건 특성 상, 세간에 알려지는 일은 100건에 한두 건이라 한다.
일주일에 두세 건은 터진다고 한다.
가뜩이나 그런 사건은 잡아 넣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약 먹여서 끌고 간 것도 아닌데 범죄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나.
제일 조심해야 할 친절이 댓가없는 친절이고,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이 이유없이 친절한 사람이다.

은혜양이야 혼자 씩씩하게 여행 잘 해온 친구이니 잘 해결하겠지.
이런 저런 얘기 할 때 같이 들었으니 나름 조심하리라 믿는다.


어느덧 12시 반...
더 굶으면 아예 움직이지도 못할 판이다.
라면에 공깃밥 생각이 간절하다.
먹거리로 탈 났을 때는 그저 늘 먹던 음식이 최고다.
동대문 도착.
투어 예약 기다리는 손님들은 많은데 사장님이 안보이신다.
라면에 공깃밥 먹는 사이 오셔서 다 처리하신다.
요술왕자님의 사인이 들어간 헬로타이 책이 없어졌다고 하신다.
방금 전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없어졌단다.
한두 번이 아니란다.
이럴 때 화가 많이 나신다고 한다.
인간 본성이야 그렇다 해도 이런 데까지 와서 집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니...
하긴 인성이 덜 된 것들이 장소가 바뀌었다고 어디 가나.
아마 죄책감도 느끼질 못할 것이다.
화장품 가게에 비치된 배포 브로셔 가져가듯이 가져 갔겠지.

장청소 중이라 말씀드렸더니, 선뜻 약을 꺼내 주신다.
정로환이고 뭐고 그저 이 약 한번만 먹어봐~ 라고 하신다.
한국에서 의사한테 처방 받은건데, 가격도 비싸단다. ^^
감사합니다. 사장님. ㅠㅠ
운하 투어나 왕궁 견학이라도 할까 했는데, 어디 나돌아 다닐 생각 말고 푹 쉬다 저녁 때 오라는 사장님 말씀 듣기로 했다.

단게 먹고 싶었다.
사탕수수 쥬스 찾다가 마트 발견.
이런 곳에 마트가 있었군!?!
(나중에 요술왕자님 지도 보니 땅화생 백화점 & 수퍼 라고 이미 소개되어 있었다. 이곳 강추~)
닥스 화이트 초콜렛과 아이스크림, 싱하 물과 펩시를 샀다.
편의점에서 7밧하는 싱하 물이 6밧 25사땅.
사땅 동전 처음 본다.

완전히 나은거 같지는 않다. 싸르르한 배를 움켜쥐고 잠깐 잠들었다.
벨소리에 눈을 떠보니 저녁 7시 반. 엄마에게서 전화다.
졸음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어디 아프냐고 물어 보신다.
어무이~~ ㅠ_ㅠ
목소리를 들으니 힘이 난다.
그 힘으로 다시 동대문에 갔다.
사장님이 반겨주신다.

내일 밤은 낀 아라이의 파타야 범선 번개를 위해 본대가 온다.
오는 참에 수화물로 국수를 가지고 오는데 사장님께선 그거 받으러 공항에 가실 예정이다. (동대문 김치말이 국수는 한국 면을 쓴다.)
가시는 길에 저도 택시 얻어 타고 가면 안될까 염치불구하고 여쭤봤는데, 흔쾌히 그러라 하신다.

결혼 2년 차의 부부와 사장님과, 동대문 앞에서 한 잔 했다.
이제 괜찮아진 놈이 뭔 술이냐고 핀잔 잔뜩 들어가면서... ^^;
(결국 사장님 말씀이 맞았다. 그날 술 자제하고 푹 쉬었으면 완전히 나을 걸, 2~3일 속이 불안정해서 고생했다.)
남편은 피부과 레지던트 2년 차, 부인은 임신 6개월. 천안에 산단다.
하롱베이를 거쳐 방콕에 왔다고 한다.
둘 다 인상이 선하고 좋았다. 그리고 부러웠다.
물론 결혼한 것이 부러운게 아니라, 결혼 하고서도 삶의 여유를 찾는 모습이 그렇다.

먹자니 지혜양이 왔다.
내일 새벽 공항 택시 픽업 예약 때문에 왔단다.
루프뷰에 짐 맡기고 관광 다녔다고 한다.
씩씩하게 여행 잘하고 잘 돌아가렴~ :)

깐짜나부리 투어의 순수 집적남과 그의 친구가 보인다.
11시 반, 문 닫을 준비를 하는 가게 안을 보면서 기웃거리다 옆가게에 가서 앉는다.
몇 차례 눈이 마주쳤으나 어색한 표정.
말 걸었으면 반갑게 받아 주었으련만... 내가 먼저 걸기엔 표정이 너무 어색했다구...
그나저나 타겟이었던 아가씨들은 어디로? ㅎㅎ

에라완 로비에서 2차.
사장님께서 계산하시고, 나중에 택시로 집에 가시는 길에 내 숙소에 내려 주시기 까지 하셨다. 몸조리 잘 하라는 말씀과 함께.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파도 덜 서러웠어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