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태국 0808

깐짜나부리 투어 Part 2 - 뗏목, 코끼리, 폭포

명랑쾌활 2008. 10. 25. 16:27

투어 오후의 첫 일정, 뗏목을 타러 가다.

저걸 타고...
건너편에 가서...
이런걸... (왜 건너편에 세워 두었을까?)
이렇게 타고 간다.
이렇다 보니 제법 스릴있다.
두 겹도 아니고 한 겹인 대나무가 의외로 배 구실을 하긴 한다.
하지만 넘어진다면 대략 낭패.
저 할아버지와 아저씨 은근히 아마추어다. (가운데는 나 -ㅂ-)
물살 좀 빨라지는 곳에서 저런게 나오는데, 둘이서 뭐라뭐라 다급하게 떠들면서 노를 마구 저어서 옆으로 비켜 내려간다.
그 모양이 헐리우드 코미디 버디 영화 같아, 우려보다는 웃음이 나온다.
한번쯤 묵어보고 싶은 방갈로.
순수집적남의 친구.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이런 젊음의 이벤트를 벌려 주셨다.
여자는 남자의 용기를 활활 불타오르게 하다 못해 무모함의 화려한 빛에 몸을 던지게 만드는 죄 많은 존재다.
님하... 뗏목 끝나면 다시 봉고차 타야 되요...
이 물 제법 냄새 날텐데요... -_-;;
뗏목 투어 재미있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너무 코스가 짧다는 것.
하지만 뗏목의 내구성이나 두 뗏목 운전사들의 실력에 의구심을 갖는 일행의 여자분들은 적당하거나 좀 길었다고 느끼는 표정들이었다.

다음은 코끼리 트렉킹.

동화나 영화에서 보는 코끼리와는 전혀 틀렸다.
아기코끼리 덤보가 귀엽다는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 따위는 이곳에서 처절하게 부서진다.
압도적인 존재감이라고나 할까.
저런게 울부짖으면서 떼로 달려온다면, 고도로 훈련된 병사가 아니면 도망칠 수 밖에 없겠다.

의외로 코스가 길었다.
밀림 사이를 걷는 기분도 제법 느낄 수 있었다.

순수 집적남과 그의 친구는 상당히 자연스러우려 노력하여, 타겟인 두 아가씨의 바로 뒷차례에 탄다.
왜 그랬을까?
이쪽 보세요~~ 하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기 시작한다.
나중에 이멜로 보내준다고. ㅋㅋㅋ
안타까운 건 그 아가씨들은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지 않는다는 것.
기브 앤 테이크의 아름다운 상도덕이 실종됬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뭐 적극성이 부럽기는 하지만 측은하기도 하고...
저희도 좀 찍어 주세요 라고 말하기엔 순수한 그들의 긍지가 허락하지 않나 보다.

코끼리 농장 한 켠에 염소 농장.
만약 내 아이가 저건 뭐냐고 묻는다면, 코끼리 먹이로 키우는 거라고 대답해 줄거다.
네게 답을 얘기해 주는 모든 것들이 사실일 거라고 믿지 말라는 훌륭한 가르침이 될테지.

마지막 순서로 타고 돌았는데, 내리는 데 팁을 요구한다.
동대문 사장님이 절대 팁 주지 말라고 하셔서, 무시할까 하다 몹시 구걸스러운 자세라 인당 20밧씩, 40밧 줬다.
나중에 일행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팁 요구 안받았다고 한다. ^^;
베트남이라면 모든 일행에게 팁을 요구할 것이다. ㅋㅋㅋ

마지막 코스로 폭포에 갔다. (뭔 폭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저게 폭포랜다.
저런게 폭포면 우리나라엔 뒷산에 폭포있다는 사람이 7백 6십만명 정도는 되겠다.
산책길에 놓인 비니루 휴지통.
조악하게 설치한 폼새가 외려 마음에 든다.
치울테니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 버리라는 거 아닌가.
태국에서 처음으로 이용해 본 유료화장실. 3밧.
어렸을 때 국민학교 화장실이 이랬다.
저런거 본 적이 없어서 아쉽다는 청소년들이여.
걱정마라. 군대가면 실컷 보고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게 되어 나도 기쁘다.
(운 좋으면 심지어 청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셀프!!
저 빨간 통 위에 동전들이 놓여있다.
발견은 못했지만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손님의 양심에 맡깁니다~ 하는 동화책은 저어기 부탄가서 읽자.

투어를 마치고 무사히 동대문 앞에 내렸다.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런 저런 보고 드리고 돌아 서는데, 마침 아가씨들에게 이멜 주소를 받고 있던 순수 집적남과 눈이 마주친다.
외면하는 그, 피식 웃는 나.

이보게 친구. 일단 자네의 작은 목적 달성을 축하하네.
나는 자넬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네.
한때 나도 그저 친절만 가지고도 로맨스가 성립될 수 있을거라 착각했던 적이 있거든.
내가 그러했던 일을 자네가 지금 한다고 해서 내 어찌 비난하겠는가.
그저 역사의 반복이 재미 있었을 뿐이라네.
선배로서 잔소리 좀 함세.
상대에게 절실하지 않은 친절은 마음을 움직이기 힘든 법일세.
오히려 의도가 느껴지는 그 어색함이 상대를 경계하게 만들지.
정 로맨스를 기대한다면 로맨스를 기대하지 말고 친절을 베풀게나.
상대가 필요로 할 때 말이지.
자네가 희생하는 부분이 강하면 강할 수록 좀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걸세.

그럴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이 없는건 아니라네.
외모 가꾸고, 몸 다듬고, 옷 잘 입게나.
접기 힘든 지갑도 제법 유용한 아이템이지.
배 나온 체형, 후즐근한 티, 반바지에 조리, 지저분한 수염은 외국여행지의 낭만에 가려지지 않는다네.
훈남 외국인에게라면 관대할진 모르지만, 자국인에겐 절대 아니지.
차라리 외국 여성들에게 도전해 보는건 어떨까 싶네.
동양의 신비라 생각하고 관대하게 받아 들여 줄지도 모르지 않나?
성공한다면 동료 한국 남자들의 선망 어린 시선은 덤이라네.

자네에게 고마운 부분도 있네.
예전의 내 행동이 얼마나 얄팍했었는지(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네), 지금은 그러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느끼게 해줬다네.
그러니 다음에 다시 보게 된다면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다네.
태국이라면 자네보다 두번이나 덜 온 초보일 뿐이니.
오히려 좀 깔봐도 상관 없다네. ^^;


투어에서 만난 사람들과, 일단 해산 정비 후 다시 만나 저녁 먹기로 했다.
은혜양, 은혜양이 투엉에서 사귄 또래 아가씨 둘, 그들의 일행, 코끼리같이 탄 인연의 남자 한 분.
타논 람부뜨리 돌아 에라완으로 가는 골목 삼거리의 노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난 레드커리.
맛은 ^&$%&^*^&**^* 하다.
향이 매우 강하니 초보자는 되도록 삼가길 바란다.(참으로 점잖은 표현이로고...)

술 한 잔 하러 카오산 쪽으로 향했다.
인원이 많다보니 적당한 곳이 없다.
휴대폰 잃어버린 추억의 장소, 샴록으로 갔다.
자리가 애매하다.
그냥 여자끼리 앉으라 하고 남자끼리 앉았다.
담배 피우는 데 연기가 여자 일행 쪽으로 간다.
노골적으로 피하며 싫다는 기색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이봐요, 여긴 담배연기가 안개효과를 낼 정도로 자욱한 라이브 바라구요... -_-;;
나도 담배연기 조심하려 노력하긴 하지만, 이건 참...
일행이 아니라면 신경끄고 피울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불편하다.
뭐 상대방에게도 나는 재앙의 존재겠지.
일행이라고 해봤자 서로 관심도 없고 대화도 없다.

여자들의 즐거운 수다가 슬슬 고조되기 시작한다.
반면에 남자들 뭐라 대화할 꺼리나 있나.
드문드문 끊어지는 대화... 건배 횟수만 잦아진다.
밴드가 왔다.
잘됐다. 신경끄고 라이브나 듣자.
이런... 이 여자 일행들과 같이 온 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라이브가 시작됐는데, 음악 소리에 맞춰 볼륨 업된 수다.
간혼 아는 노래 나오니까 반갑다고 환호성.
그러나 그 노래 중간 부분 즈음에 또 깔깔깔 박장대소에 떠들고...
간혹, 터지는 웃음이 노래 소릴 덮을 정도로 커서 밴드에게 민망하기 까지 했다.
가게 서빙들이 넓은 자리 준다는 걸, 굳이 공연 무대 바로 앞으로 자리 잡고 앉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통증이 심상치 않았다.
아마도 아까 레드커리가 원인일듯 하다.
먼저 일어나 숙소로 향했다.
심해지는 통증... 멀고먼 태국까지 와서 노상방분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싶진 않다.
중간에 꺼터이 하나가 나이트장 가자고 붙잡는다.
한 대 치고 싶은거 꾹 참고(사실 주먹 뻗을 여유도 없었다.), 거절하고 간다.
루프뷰의 계단은 지옥의 계단. 아마도 층당 13개 씩이 아니었을까.
아슬하게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엄청난 일이 시작되었다.
창자가 양말 뒤집어지듯 나오는 줄 알았다. -ㅂ-
챙겨간 정로환 먹으니 좀 낫는듯 싶지만... 기나긴 밤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