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태국 0808

방콕 빅씨, 바이욕 부페 ~부록 : 별로 어려울 거 없는 BTS 타는 법~

명랑쾌활 2008. 10. 20. 14:19

함석으로 벽과 천정을 만든 옥상의 허술한 건물.
뜨거운 뙤약볕이 내려 쬐지만, 분명 사람이 사는 곳이다.
에어컨도 없는 엄청난 찜통일 그곳에서도 삶은 이어진다.

현지인의 삶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현지인과 함께 숨쉬고 체험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저 나라는 이방인을 의식 못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는 것이 좋다.
체험해 본다고 내가 뭘 알 수 있을까, 저들의 고단한 삶의 이어짐 속에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들을...

어린 시절, 부모님과 나들이 간 적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시골의 작은 촌락을 지나치는데, 어느 집 굴뚝으로 밥짓는 연기가 올라오는 한가로운 풍경에 문득 취했다.
그래서 저런 집에서 살면 좋겠다 말씀드리니 어머니는, 마당이나 길이 땅이라 방이 쉬이 더러워지고, 부엌도 재래식이라 주부는 많이 힘들거라 하신다.
난 집에서 청소도, 빨래도, 부엌일도 하니 않는다.
저 평화로운 시골집에 사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데, 그곳에는 집안일을 하는 내 모습이란 없다.
삶이 다르면 보는 눈도 다르다.

그 뒤로도 여전히 일상적인 풍경들이 좋았지만, 점차 그것을 동경도 동정도 하는 일이 적어졌다.
그러다 어느샌가 나는, 이름모를 예쁜 들꽃을 보아도 눈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고 지나치는 사람이 되었다.
피워내기 위해 감내했을 그 치열함과 완성을 칭찬하며...

더워도 너무 덥다.
뭔가 시원하면서도 입맛 땡기는 음식... 김치말이 국수 밖에 떠오르는게 없다.
지혜양과 동대문에 가니 잠신님이 계신다.
동대문이 무슨 사랑방이 되는 분위기.
김치말이 모밀국수 버전을 권하신다.
오! 이것도 맛있다.

사장님이 내주신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쉰다.
며칠째 비가 내리질 않아 점점 더 덥다고 하신다.
하긴... 작년 호치민도 이렇게 덥진 않았는데.

출국하기 전에 바이욕 부페 예약한 게 있어서 오늘 가기로 했다.
원래 잠신님 모시고 가려 했는데, 오늘 일이 있으시다면서 지혜양에게 양보하신다.
그 전에 비는 시간에 어딜갈까 잠깐 회의하는데(계획따윈 없다 ㅋㅋ), 오늘 밤비행기로 한국에 들어가는 은주님과 현비님이 합류하신다.
별달리 가고자 하는 곳이 없다며, 그냥 아무데나 같이 다니시겠단다.
젊은 백화점 센탄월드로 갈까, 이마트같은 곳인 빅씨로 갈까...
빅씨 가기로 했다. 갖가지 시장은 다 가봤으니 대형마트도 한 번 가봐야 겠지.
(이제 나는 Emperor of Market 이 된거냐? -_-;;)
음... MRT도 타 봤겠다, 이제 수상버스와 BTS로 가보기로 한다.
어차피 택시로 가나 가격은 비슷하다.

나발라이 호텔 뒷편의 13번 선착장.
수상버스 선착장은 그냥 번호로 숙지하는 게 편리한거 같다.
누가 봐도 차장으로 보이는 복장의 언니가 차표를 끊어준다.
표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구분은 어떻게 할까...
뭐 요령이 있겠지.
여기저기 찍으러 다니는데 저 아저씨 자기 찍는 줄 아셨는지, 중단 지르기 자세로 포즈 잡아 주신다.

0번 선착장에서 내려서 종점이자 시발점인 싸판탁신 역에서 BTS를 탄다.
빅씨나 센탄월드, 시암 파라곤은 모두 시암센터 역에서 내리면 된다.

빅씨 간판이 잘 안보여서 좀 헤맸다.
왠지 내가 헤메는 듯하자, 조용히 따라오시던 은주님과 현비님이 척 나서서 행인들에게 길을 묻기 시작하신다.
그것도 범상치 않은 영어 실력으로... -ㅂ-;;
왠지 처음 뵈었을 때부터 비행소녀 삘이라는 감이 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두 분 다 대한항공에서 같이 근무했던 인연의 사이라고 하신다.
은주님은 그 후 두바이에서 몇 년간 근무하시다 플로리다(어린쥐로 유명한 그!! +_+)로 직장을 옮기는 짬에, 현비님은 대한항공에서 퇴직하면서 둘이 만나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에구 그것도 모르고 그래도 남자라고 설레발 치고 앞장섰었네. ^^;
조용한 겸손이 참 느낌 좋았던 두 분이었다.
(여기서 별거 아닌 팁 하나, 요즘은 스튜어디스라고 하면 별로 좋은 표현이 아니다. 플라이트 어텐던트 라는 표현이 좋다고 한다. 성별을 나타내는 호칭들이 점점 비매너가 되어가는 추세다.)

빅씨에 도착하여 산개 모드로 전환한다.
흥정을 싫어하는 내 성격엔 빅씨가 좋았다.
비메이커 백팩이 100밧 정도, 조리 샌들도 50~100밧 정도.
옷은 시장보다 비싸고 디자인도 무난한 편이나, 품질은 좋았다.
여러 물품을 보면서, 쇼핑 온 현지인들을 보면서, 태국에 대한 감이 좀 잡히는 듯 했다.
딱히 살 만한 것이 없었지만 빈손으로 나가기는 허무하다.
마침 마주친 은주님과 현비님이 인도네시아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며 Mi Goreng 이라는 라면을 추천하길레 샀다.
(나중에 집에서 끓여 먹어 봤는데... 입맛보다는 추억의 맛으로 권하지 않았나 싶다.)

은주님과 현비님은 짐을 꾸려야 한다며 헤어졌다.
시간 여유 되면 동대문에서 맥주 한 잔 하기로 했다.
지혜양과 바이욕으로 출발!
아직 오후 6시, 벌써 어둑어둑 하다.
빅씨에서 바이욕은 걸어가도 될 만큼 가깝다.
가는 길에 방콕 시내를 관통하는 운하의 다리에서 한 컷.

조리개를 활딱 열어 놓고 한 방 더.
수상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자니 퇴근하는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다.

바이욕 부페가 있는 빌딩이 보인다.
로비에 가서 바우쳐를 내미니, 엘레베이터로 안내해준다.
속도 무지 빠르다.

G마켓에서 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예약하게 된 바이욕 부페.
예약이나 예약 변경으로 여러번 통화했는데, 여행사는 참 친절했다.
잘 좀 선전해 달라고 하셨는데... 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직원이 옷에다 조그만 스티커를 붙여준다...
그렇다. 동네 결혼식 부페 시스템인 것이다.
음식도 떨어지면 리필이 느린 편이었으며, 맛도 동네 결혼식 부페 수준이었다.
좌석 배치도 단체 손님 위주로 배치되고 자투리에 4인 테이블 배치했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전망이고 뭐고 없는, 통로 벽 측에 2인 테이블도 배치했다.
다행히 그 자리는 아니었는데, 거기 앉아서 먹고 있던 중국 삘 커플... 안습이었다.
게다가 처음 자리 배정 받으면 식기와 음료수 컵이 놓여 있는데, 다른건 몰라도 음료수 컵은 잘 관리해야 한다.
음료수는 공짜인데, 문제는 음료통 옆에 따로 컵이 없다.
방콕에서 제일 높은 빌딩의 스카이 부페라 하여 기대치가 높았나 보다.

나중에 들어보니 바이욕 스카이 부페는 76층과 84층 두 군데를 운영하는데, 76층은 단체손님 위주의 저렴한 곳이고 84층이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곳이라고 한다.
음식이나 분위기에 큰 차이가 있으니 어지간하면 84층으로 가라고 한다.
어쩐지 동대문에서도 바이욕 부페 예약을 받는데 가격이 많이 차이나서 의아했는데, 동대문 사장님이 싸더라도 76층 예약해 주면 욕먹는다고 하신다.

이건 7천원 수준이야... 하면서 음식을 주워 먹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니 담배 생각이 난다.
흡연실은 한 층 아래란다.
서서히 밝혀지는 낙슥사의 정체... ㅋㅋㅋ

흡연실 겸 휴게실.
이곳에 오자 불만스러웠던 마음이 한 방에 날라가 버렸다.
담배를 피우며 바라본 야경.

탁트인 야경에 마음이 확 풀어진다.
만원이면 정말 아깝지 않은 광경을 누린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84층으로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전망대로 올라가 보았다.
뭔가 잡스러운 내부 인테리어.
그 잡스러움이 은근히 편하고 좋다.
곰방대로 담배라도 태우고, 햇빛 쪼이며 꾸벅꾸벅 졸면 평화로울까.
문득 이 장사로 수지가 맞으려면 매출이 얼마가 나와야 할까를 떠올리는 내가 안쓰럽다.
철들었다는 말은 세파에 물들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화장실 좌변기에 앉아 내려다 본 풍경이 이렇다면 쌀맛나지 않을까?
평소 적당히 버는게 희망이었다면, 이 순간만큼은 넉넉하게 벌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부록 : 별로 어려울 거 없는 BTS 타는 법~

MRT와 다를 바가 없어서 사실 쓸 필요도 없다.
뭐 굳이 다른게 있다면 무려 갈아타는 정도?
그러고 보니 또 차이점이 있긴 하다.
MRT는 지하로 가고 BTS는 올라간다는 것.

BTS의 자판기도 숫자만 알면 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
1. 가고자 하는 역의 해당 Zone을 선택한다.
   노선도의 목적 역에 숫자로 표시돼 있다.
   노선도 위 쪽을 보면 Zone에 따른 가격도 써 있다.
2. 동전을 넣는다. 지폐는 안된다. 
   편식 안하는 우리나라 자판기 만세~
3. 자판기의 3 써있는 곳에서 티켓이 메롱하고 나온다.
   그러고 보니 MRT와의 차이가 또 있었다.
   BTS는 카드 형식이다.
4. 거스름돈이 있으면 4 써있는 곳으로 나온다.

앞면 구멍에 쑤셔 넣자.
윗면에 갖다 대는 행동도 타인을 웃게 할 수 있으니 나쁘진 않겠다만...
윗면은 아마도 교통카드나 정기권 같은 형식이 아닐까 싶다.
BTS의 유일한 환승역인 시암 역.
특이한 것은 한정거장 지나쳤다고 내려서 맞은편 열차를 타면 대략 낭패라는 것!
맞은편 열차는 순방향으로 갈아타는 열차다.
위의 자판기에 있는 노선도로 설명하자면,
남쪽 종점인 사판탁신에서 진행해 오다가 시암에서 내려서 맞은편의 저 열차를 타게 되면, 북쪽 종점인 모칫으로 가게 된다는 얘기다.

서쪽인 온눗 방면이나 남쪽 사판탁신으로 가고 싶다면, 한층 내려가야 한다.

출구는 찾기 쉽다.
계속 내려가면 출구다.

설마 나갈 때 윗면에 티켓을 갖다 대는 분이 있을까봐...
앞면 구멍에 쑤셔 넣어주면 되시겠다.
기념하라고 앞으로 나오는 일 따위는 없으니 기다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