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인도네시아 한국어 능력시험장에 가다

명랑쾌활 2010. 12. 14. 21:04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한국어 능력시험장에 통역으로 갔다 왔다.
이번 시험은 자카르타, 반둥, 족자, 말랑, 롬복에서 실시됐다.
자카르타 지역의 시험장은 빤차실라 대학 Universitas Panca Sila이다.

새벽 6시 반 경.
시험은 9시 반까지 입실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대부분 근처 지역의 사설 한국어 학원생들이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온다.

시험은 10시 반에 시작하는데 왜 9시 반까지 입실일까?
무려 한 시간 가량 시험에 관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인데, 그렇게 해도 제대로 시험을 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나.
게다가, 도착이 늦거나 시험장을 잘못 찾아 헤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 시험의 성적순으로 한국에서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고 한다.
자카르타에서만 약 4천명 가량이 응시했다.
한국이 그렇게 기회의 땅일까.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노동자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작업장 분위기를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다.
그래서인지, 외국어 능력 시험을 보는 응시생의 면면이 깔끔한 한국과는 달리, 옷이 좀 허름하고 고생을 많이 한듯 보이는 응시생들이 많았다.
반면에 여성 응시생들은 옷을 깔끔하게 입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관계자로서 일했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좀 조심스럽다.
그냥 몇 가지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1. 시험감독을 맡은 현지인들...
  아무리 통제를 해도 자기 편한대로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가령 배정된 담당 교실로 가지 않고 다른 교실로 가서 자기가 여기 맞다며 눌러 앉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무도 그에 대해 본부로 문의하지 않고, 그냥 아무렇게나 빈 교실에 들어가 버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침에 출석하여 명부에 싸인하고서, 그냥 사라진 사람들이 있었다!! @_@
  급히 사람을 구해 대체해야 했다.
  그리고, 너무 응시생들 편을 들어 대충대충 감독한다.
  노골적으로 뒤로 몸을 돌려 뒷자리 응시생 시험지를 컨닝하는 장면을 지나가다 목격했는데, 감독자들은 그냥 모르는 척 한다.
  어떤 이상한(?) 분위기의 여성 감독자는 시험 중에 교실 밖에 나가 창문으로 감시를 하고 있었다.
  왜 여기 있냐, 들어가라 했더니, 여기서도 잘 보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_@;;
  시험기간 내내 핸드폰이나 만지작 거리면서 시간 왜이리 안가나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심정 모르는 건 아니지만... 너무 직업의식이 없는 행동이다.
  무책임... 왜 인니에서 사업을 한다면 부딪히게 되는 큰 벽인지 느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한 두명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내 생각이 너무 한국적인가?

2. 응시생들...
  부정응시자는 시험 때마다 심심찮게 적발된다.
  컨닝률 무지 높은데다, 심하게 노골적이다.
  가장 황당했던 일로, 시험 종료 종이 울렸는데도 살벌한 기세로 (답안지 빼았으면 칼로 찌를 기세였다...ㄷㄷㄷ) 답지를 채우던 사람이 있었다.
  빨리 제출하지 않으면 부정처리하겠다는 얘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역꾸역 답을 채웠던 이 사람은, 답안지를 제출하려다 자기보다 약간 더 늦게 답안을 꾸역꾸역 채우고 있던 다른 응시생을 보더니... 저 사람도 아직 하는데 왜 재촉했냐고 따지면서 좀더 검토할 것이 있다며 답안지를 도로 달라는 것이었다!! @_@;;;
  부디 이런 사람들은 한국에 오지 않는 편이 서로에게 낫겠다.
  한국 작업장에서 분명히 트러블 일어날 거다.


가능성이 무궁한 나라, 인니.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인니와의 이런 문화적 차이는 과연 한국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알아 갈 수록 더더욱 모르겠는 인니를 이해할 날이 오기는 올까.
인니의 또 다른 면을 느낄 수 있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