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태국 0808

암파와 수상시장 ~재래 시장을 관광하는 우리의 자세~

명랑쾌활 2008. 10. 4. 14:44

과음으로 쓰리고, 휴대폰 잃어 버려서 더 쓰리다.
나오는 길에 방을 연장했다.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웃고 떠들면서 대충대충 듣는 둥 마는 둥.
하루치 숙박비를 계산하는데 영수증도 없다.
오홍... 이것이 소문으로 듣던 람부뜨리 빌리지의 불친절인가?
기분 살짝 상했지만 참았다.
부탁이나 물건 살 때는 영어, 한국어, 태국어 마구 섞어 가며 말해도 상관 없지만, 뭔가 따질 때 그럴수는 없다.
한국 말 화난 투는 꽤나 딱딱할 뿐더러, 인상쓰고 못 알아 듣는 말 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행동이 아닌듯 싶다.
물론 불편하다는 의사를 관철시킬 수도 없다.
사람은 원래 들으려는 말은 어떻게든 이해하기 마련이고, 듣기 싫은 말은 이해력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가 아쉽다. 이 친구들 유창한 영어로 마구 따지면 쪽도 못쓰던데...

어묵국수 먹으러 갔다.
나이쏘이 갈비국수를 먹을까도 했지만, 멀었다. 게다가 속이 쓰렸다.

양념통의 양념을 취향에 따라 알아서 가미한다.
하얀건 아지노모도, 빨간건 고추 빻은 거, 누런건 아마 설탕이 아니었나 싶다.
나머지 것들은 일일히 맛을 보긴 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쬐꼼씩 맛을 본 후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인듯.

제법 해장 된다.
특히 저 지우개같은 어묵, 짱 맛있다.
재료가 좋아서 그런건지, 마약이라도 탄건지... ㅎ

해장 후 다시 휴대폰 사러 마분꽁으로 갔다. ㅠㅠ


마분꽁 입구. 저 앞에 시암 파라곤이 보인다.
그래도 한 번 와 봤던 곳이라 정겹다.

휴대폰 다시 장만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좀 쉬다 점심 먹으러 나왔다.
나오는 길에 키를 맡기려 하는데, 다들 바빠 보인다.
방 잡으려는 웨스턴이 세 명 정도 줄 서있다.
키 맡기는데 줄 설거 있나. 옆에서 뭔가 서류 정리를 하는 아가씨에게 " 익스큐즈..." 까지 말하다 손짓에 말이 끊긴다.
아가씨는 고개도 들지 않고 신경질적인 손짓으로 웨스턴들 줄 서있는 쪽을 가리킨다.
오예~ 미소가 필요할 때만 짓는 미소의 나라 타일랜드~~
람부뜨리 빌리지 불친절하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뭘 말하는지 알만 했다.

후일 동대문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아마 야간조와 주간조 업무교대하면서 금액 인수인계하는 중이라 신경이 굉장히 곤두서 있을 때라 그랬을 거라 하신다.
그리고 간단한 용무가 됐든 아니든 차례를 기다려 일을 보는 것이 당연한 예의라고 말씀해 주신다.
맞는 말씀이시다. 하지만 얼굴 쳐다 보지도 않고 손짓으로 저리 가라는건 좀...
난 파리도, 잡상인도 아니다.
이 일로 인해 여행내내 두고두고 동남아의 서비스 수준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다.
(그 성과는 다음 기회에~)

점심은 람부뜨리 로드 근처의 닭고기덮밥으로.

간장에 밥 비벼 먹듯, 위의 소스를 뿌려 먹는다.
맛은 그럭저럭 맛있었다.
25밧. 가격 대비로 따지자면 대만족이었다.
단, 저 자리에 앉아서 먹다가 우연히 설겆이 하는 장면을 보게 됐는데... 못볼걸 봤다.
다 행궜다고 건져다 널어 놓는데, 우윳빛 헹굼물이 시선을 자극한다.
어메이징~ 타일랜드.
뻔히 그걸 보면서도 덮밥에 숫가락질을 하는 내 식성이 대견해서, 실실 웃으며 밥을 퍼 먹었다.
다행히 뒷탈은 없었다.


동대문에서 투어할 사람들 모여서 암파와로 출발했다.
한시간 반 정도 걸렸다.
내내 거의 자고 있었기 때문에 가는 길 경치는 기억이 없다.

수상시장이라고 물에만 있는건 아니었다.
유명해져서 확장된 건지, 원래 이랬는지...

암파와 가보신 분이라면 다들 아실 다리 밑 쪽 입구.
참고로 오른쪽의 하얀 집 처마에 달린 하얀 팻말이 있는 곳이 공중화장실!! 이다.

오후라 그런지 물 위는 한가한 편이었다.
외려 뭍이 관광객들로 심하게 복잡했다.
사람 많고 번잡한 곳을 싫어하기 때문에 재미는 별로였다.
(그런 놈이 재래시장은 왜 간 거여? ㅋㅋ)

오홍~ 철물점도 있다.
우리나라와 별 다를 바가 없지만, 대체적으로 물에 관계된 것들이 많았다.

시장 반대편 쪽은 상대적으로 한산했고 상점보다는 가정집 위주였다.
이쪽이 내겐 훨씬 마음에 들었다.
이런데까지 뭐하러 왔느냐는 눈길도 좋았다.

어느덧 저녁의 반딧불 투어 집결 시간까지 두어 시간이 남았다.
피곤하고 지쳤다.
아까 봐 두었던 발맛사지 집으로 향했다.


~ 재래시장을 관광하는 우리의 자세 ~

재래시장 투어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남 얘기 듣고 아무 생각없이 오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랬다.)
막연히 사진에서 봤던 이국적인 풍경만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좋다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실이 있다.
' 재래' 시장은 재래식 이다. 불편하다.
원형에 가까울 수록, 관광객의 때가 덜 탓을 수록 더 그렇다.

아우 다시 사진으로 봐도 답답하다.
특히 저 두 번째 사진 때는 최악이었다.
반 발짝 나가는데 10초 이상 씩 걸렸다.
가뜩이나 통로도 좁아서 밀려 떨어지는 사고는 없었나 모르겠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에어컨도 없어서 고스란히 더위를 받아 들여야 한다.
사람들의 체열까지 합쳐져 사람 진 빼놓기 딱 좋은 환경이다.

이렇다는 사실을 염두하고 재래시장을 관광해야 한다.
번잡한 걸 싫어 한다던가, 쾌적함을 원한다던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하다면,
재래시장 투어는 좀 생각해 볼 일이다.

기껏 외국까지 왔는데 이것 저것 볼 수 있으면 다 보자는 생각도 좋지만, 자기 좋자고 여행 온거 아닌가?
귀한 시간 쪼개서 굳이 취향에 맞지도 않는 곳에 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재래시장 자체는 좋았는데 힘들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약간의 요령만 있다면 덜 힘들게 둘러 볼 수 있다.
뭐 대부분 당연히 아실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궁금하면 낼름낼름 주워 먹자. 더운 곳이라면 시원한 거, 수분 섭취는 당연하다.

시!꺼먼 것이 맛있어 보여서 샀다가 망한 정체 불명의 검은 젤리? 푸딩?
닝닝한 어중간한 맛이었다. 궂이 비유하자면 엷은 칡즙 맛?

정말 맛있었던 아이스크림.
특이한 점이라면 뭔 맛을 먹어도 베이스 맛이 비슷비슷하다는거.
씹히는 건더기만 다르더라.
사진은 먹고 나서 생각나서 없음. -ㅂ-
별로 맛 없어 보였지만 궁금해서 사먹어본 자주색 음료.
시금털털하니 감동이 없었다.
대체적으로 음료수는 실패한 편이다.
사진 찍으려고 했더니 이거 파는 아저씨가 갑자기 말린다.
왜 그러나 했더니 저 하얀 접시에 파란 꽃을 장식해 놓고서는, 찍으란다. ㅋㅋ

덥거나 지치면 바로바로 쉬자. 절대 각자 체력껏 무리하지 말자.
이런 한적한 까페 벤치도 좋고...
이런 식당인지 뭔지도 좋다. 허락없이 앉았다고 때리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앉기 미안하면 뭐라도 시켜도 좋다. (안시켜도 꺼지라고는 안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기 10이라고 적혀 있으니 개 당 10밧인가 보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그 옆에 앉는 것도 좋다.
정 더우면 에어컨 나오는 카페로 가서 쉬면 어떨까?
관광객의 때가 탄다는게 꼭 나쁜 것 만도 아닐지도...

발맛사지도 좋고~
쑥스러워 할 거 없다.
난 여기가 처음으로 발 맛사지 받는 곳이었는데, 발 씻는 물 갖다 놓고 잠시 뭐 가지러 간건데 아무 생각없이 내 손으로 내 발 씻었다. (난 서민이라구! ㅋㅋ)

... 써놓고 보니 당연한 얘기다.
힘들면 쉬라는 얘기고, 더우면 뭐 찬거 먹으면서 시원한데 가라는 거니... -_-;;

요즘 해외여행이 저렴하고 쉽다 보니, 젊은 커플이 별 준비도 없이 훌쩍 동남아로 여행 오는 경우가 많다.
투어도 이게 좋다니 뭔지도 모르고 덥썩 덥썩 신청한다.
듣자니 암파와 수상시장, 반딧불 투어를 신청해서 왔다가, 덥고 힘든 데다가 따로 가이드 해주는 사람도 없다고 (재래시장 투어에 가이드!! =0=), 두어 시간 만에 방콕으로 돌아간 젊은 커플이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둘 만 타고 온게 아니라 같은 투어 일행도 있는데 그들에게는 아무 설명 안하고 같이 태우고 돌아 왔다는 사실...
덕분에 사장님이 추가로 급히 사비 들여 다른 일행들을 다시 암파와로 보내야 했다.
암파와에서는 반딧불 투어 팀들 모였는데, 인원이 비는 바람에 출발도 못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서도 반성은 커녕, 커뮤니티 게시판에 없는 사실까지 날조해서 악플까지 썼다.
(공항 픽업도 안해줬다나 뭐라나... 잠신님이 택시 뒷 트렁크에 그 커플 짐 실어 주는거 내가 봤다. 날조다.)

...당연한 얘기 쓰게 된 계기가 이렇다고나 할까?
관광 중에는 뭘 해도 다 즐겁고 신기하고 좋으리란 생각을 버리자.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재래시장 투어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