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태국 0808

출발

명랑쾌활 2008. 9. 23. 14:04


여행 중에 가장 유용했던 물건을 꼽으라면, 단연 빨랫줄이다.
물론 배낭여행자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다.
요런 식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충전기 셋트는 여러모로 귀찮은 물건이었지만, 여행비용을 제법 줄여준 아이템이다.
우리나라만큼 건전지가 성능 좋고 싼 나라도 드물다.
혹시나 태국은 어떤가 했는데 성능 그닥,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비쌌다.

라이터는 1인 1개만 휴대 가능하단다. 허리쌕에 있던 라이터 두 개를 미련 없이 검색대 앞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그러나 나중에 숙소 도착해서 짐 풀어보니, 아무 생각 없이 큰 배낭, 작은 배낭 여기저기에 찔러 두었던 라이터가 4개나 나왔다.
물론 방콕에서 호치민 넘어 갈 때도, 호치민에서 다시 방콕, 인천 들어 올 때도, 라이터는 3~4개 씩 있었지만 전혀 문제 없었다.


서편 터미널이 새로 생겼다.
기존의 동편 터미널은 한국국적 비행기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지하철 타고 서편으로 와야 한다. 기존보다 10~20분 정도 더 소요되었다.
슈퍼점보 여객기인 A380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고 한다.


내가 타고 갈 귀염둥이.
비지니스 석 이용자는 먼저 수속을 끝내고 통로도 다르다.
이거야 말로 멋진 자본주의 계급사회 아닌가? ㅋㅋ
신분으로 분리할 때도 있었고, 피부색으로 분리할 때도 있었다.
어찌보면 그나마 나을 수도 있겠다.
신분이나 피부색 과는 달리 돈은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니까...
하지만 정말 그럴까?
자본주의 사회 구조의 근본적인 부분을 보자면, 의외로 돈에 의한 계급 역시 매우 견고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부모의 부의 정도에 따라 교육이나 사회 기회가 매우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현 세태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결국 계급을 가르는 기준이 바뀌었을 뿐, 계급 구조의 견고성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무난한 기내식. 특히나 김치와 고추장이 맘에 들었다.

옆자리에는 너덧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가 있다. ㅠㅠ
비행기 움직이기도 전인데, 정수리에 촙을 날리고 싶을 정도로 활달한 녀석이었다.
나도 나지만 더 불쌍한건 그 녀석 앞좌석의 아가씨였다.
일어나느라 매달리고, 앉아서 등받이를 발로 밀고 차고...
참다참다 조용히 그러지 말라고 상냥하게 주의를 준다.
옆자리의 그 녀석 엄마가 듣고서 못하게끔 말린다.
그러나 10여 분이 지나고, 그 녀석은 다시 앞좌석 등받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내가 그걸 느낀다는 것은 그 녀석 엄마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주의를 주지 않는다.
" 내 아이를 왜 나무라느냐." 고 할 만큼 몰지각하진 않지만, 예의를 몸에 배이게 하긴 힘들 정도로 무신경하다는 걸까.
이윽고 그 녀석 엄마는 편안히 잠들고, 그 녀석 앞좌석의 아가씨는 등받이에 오는 무례한 진동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불합리한 상황에 마음이 불편하지만, 방관자의 본분을 지킨다.
불의라 생각되지만 그것을 판단할 근거는 내 마음의 불편한 정도일 뿐이다.
정의의 사자가 되기엔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또한 자기 확신도 물렁한 편이고...
그저 저 아가씨의 불편한 마음이 어서 툭툭 털리고, 즐거운 여행의 들뜬 마음을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

방콕에 도착한다고 말하는 거라고 추정되는 캅캅캅... 하는 방송이 들려온다.
깝깝깝~ 은 베트남 오리가 내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