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I

고양이에게 공격 받은 새

명랑쾌활 2026. 8. 8. 11:33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집 앞마당에서 새 한 마리가 고양이에게 공격 받고 있어서 구했다고.

몸통 부위에 상처가 깊은데 일단 빨간약만 발랐다고.

일단 고양이 우리에 보호하고 있으니, 퇴근 길에 새모이 좀 사다달라고.

 

새 키우는 취미가 있는 운전기사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보니 드르꾸꾸 Derkuku 라는 새란다.

한국 이름으로는 목점박이비둘기.

 

새 울음 시합 Lomba Burung Derkuku <사진 출처 : http://www.pastvnews.com>

숫자를 미러 정하고, 어느 새가 먼저 그 숫자 만큼의 횟수로 우는지를 겨루는 시합에 나오는 새 종류로 인니인들이 많이 키운다.

 

새 종류마다 선호하는 곡식의 종류가 따로 있다는 운전기사의 조언을 받아, 동물 먹이 파는 가게에 들러 모이를 샀다.

취미로 새를 키우는 사람이 많다 보니, 아무리 시골이라도 이런 가게가 있다. 아니, 시골일수록 더 많다.

 

누가 봐도 드르꾸꾸 전용 모이라는 걸 알 수 있는 포장이다.

 

집에 와보니 새가 들어 있는 고양이 우리 주변에 고양이들이 모여있다.

아픈 새가 걱정이 되는 모양인지 군침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다.

주변의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러울 새 입장으로 고려해, 우리를 거실 구석으로 옮기고 바깥을 잘 덮어두었다.

물과 모이를 주었지만 쪼그려 앉은채 움직이지 않고 눈만 가끔씩 깜빡거렸다.

 

다음 날은 마침 휴일이었다.

아침 8시 쯤 우리 안을 들여다 봤다.

새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있었고, 물이나 모이는 건드린 흔적도 없다.

사람도 그렇지만, 특히나 동물은 식욕을 잃으면 수액 등 처치를 받지 않는 이상 거의 죽는다.

 

두어 시간 후, 아내가 우리 안을 들여다 봤을 적엔 새는 이미 죽어 있었다.

측은하긴 했지만 딱히 슬프지는 않았다.

아내도 상황을 봤으니 일단 구하기는 했지만, 상처가 깊어 살지 못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단다.

아내는 집앞 공터에 새를 묻어 주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봤을 적에는 웅크리고 앉아 있는 자세였는데, 죽은 걸 발견했을 적에는 몸을 뒤집어 누워 있었다.

몸 돌리기 쉽지 않을 만큼 작은 상자 안에서 굳이, 꾸역꾸역.

옆으로 쓰러지는 것까지야 그럴만 한데, 굳이 뒤집어지기까지?

근육 수축이나 경련으로 그리 되는 거라면 상자 한쪽 면에 치우쳐져 있어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