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부자가 취미로 운영한다는 찌까랑의 베벡 발리 Bebek Bali.
자카르타에도 이름이 꽤 알려진 유명한 라이브 클럽이다.
한동안 이쪽(?) 방면은 소홀했는데, 찌까랑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와봤다.
제작비 겁나 많이 들인 티가 팍팍 나는 인테리어
질밥 Jilbab (인니 무슬림 여성 머리쓰개 중 한 종류) + 호피 무늬 의상 + 중년
매우 유니크한 조합의 여성 보컬의 실력이 매우 대단했다.
경력이 오래 됐을 거라는 내공이 느껴졌다.
남성 보컬도 실력이 심상치 않았다.
보통 여성 보컬의 실력이 두드러지면 남성 보컬은 묻히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왠 취객인가 했는데 She' Gone을 끝까지 올려서 놀라게 한 아자씨.
밴드 스탭인 거 같았다.
I Will Survive가 목소리나 스타일과 어울릴 거 같아서 신청했는데, 역시나 아주 멋드러지게 불렀다.
매우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밴드 인원수에 맞춰 8만원 팁을 줬다.
훌륭한 공연을 본 값을 치룬다는 생각과 이제 보기 어려울 거라는 감정에 잠시 훼까닥해서 돈지랄 한 거다. ㅎ
일반적으로 천원 단위로 팁을 주고, 많이 줘도 1만원 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것도 보통 밴드 반주로 노래 부르고 나서 수고비 주는 식으로 준다.(전문 용어로 오브리라고 한다. ㅋㅋ)
내게도 노래 한 곡 하겠냐고 권하길레, 별것도 아닌 내 노래에 시간 낭비하느니 한 곡이라도 더 들려달라고 했다.
어휴, 단체 사진을 찍자고 먼저 권하네. 초특급 VIP 손님 나셨어. ㅋ
스케줄 물어보니 다음주에는 다른 지역 공연이 있고, 그 다음주에 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 때 다시 와서 보기로 했다.
2주 후에 시간 맞춰서 왔다.
업소에 들어서니 노래를 부르다 말고 격한 목소리로 오빠왔냐며 나를 반긴다. ㅋㅋㅋㅋㅋㅋ
이번 공연은 호피 무늬 중년 여사님 대신, 어쩐지 저렴한 티가 나는 여성 보컬이 노래를 불렀다.
아마도 고정 멤버가 정해진 밴드가 아니라 남성 보컬이 중심이 되어서 스케줄 맞는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채우는 시스템인 모양이다.
여성 보컬의 가창력이 확실히 떨어진다. 그래도 나보다야 3천배 낫지만... ㅎ;
노래보다는 무대 매너가 주특기인 것 같은데, 운없게도 내가 참 싫어라 하는 스타일이다.
VIP 봉 손님인 걸 들었는지 나한테 자꾸 호응 유도하며 깔짝거렸지만, 영혼없이 웃으며 박수만 쳐주며 적당히 상대했더니 몇 곡 지나서부터는 내게 관심을 끊었다. ㅋ
이번에도 저번과 같이 8만원 꽂아줬다.
이 당시 돈 엄청 쪼들렸었는데, 10여 년을 산 찌까랑을 떠나게 된데다 하게 될 일이 엄청 고되고 처우도 좋지 못할 터라, 심리 상태가 비정상이었던 거 같다.
남성 보컬과 사진 한 방
이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해서 이쪽에 볼 일이 없으면 거의 올 기회가 없을 거라며, 좋은 음악 오래오래 하고 언젠가 또 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