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인니 한국 기업 한국인 신입 초임이 최소 2,500 달러였다.
지금은 1,800 달러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1,500 달러도 있다고 한다.
10년 동안 오히려 떨어진 거다.
바이어 오더 단가가 오르지 않은 탓, 현지 임금 상승 탓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2010년대 중반에 청년들 쏟아져 들어온 탓이 크다고 본다.
우선 10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는 편견을 지우자.
임금이 매년 오르는 게 정상이라고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근거는 매년 '물가 상승' 때문이다.
인니 한국인 급여 책정은 한국과 인니 물가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었다.
당시 한국 급여를 감안했을 뿐이다.
그 정도는 줘야 열대지방의 인프라가 열악한 외국에 갔고, 그 정도는 줘도 남으니까 그 정도가 책정 된 거다.
중동 건설붐 때 근로자 임금 책정이나 비슷하다.
당시 한국도 엿같았는데 그런 한국보다 더 열악하다는 인니를 간다는 건 소문이 아니라 실제로 생명의 위협이 걸려 있었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이라 정보를 구할 방법이 극히 제한된 상황이었다. 선진국이 아닌 외국 생활에 대한 미지의 공포도 있어서 심리적 거부감이 더 심했을 거다.
전쟁터 가는 것 마냥 온가족이 울고 그랬다. 떠나는 사람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갔다.
그러니 많이 줄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이 어디 이윤 많이 나온다고 직원 월급 알아서 풍풍 주는 곳인가.
그 정도 안주면 안가니까 그렇게 준 거다. 지금으로 따지면 원양어선급 난이도인 거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변했다. 정보가 개방되다 보니까, 미지의 공포가 사라졌다.
엿같은 건 여전한데 만만하다. 가면 어떨지 예측이 된다.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두려움이 천지 차이다.
한국은 취업난 심각한데 인니는 아직 수요가 있고 임금도 꽤 높다.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10년대 전후에 이미 UI BIPA 초급반 한국인 비율이 80%에 육박했다.
거기까진 그럭저럭 수용이 됐는데 다시 알려지고 또 알려지면서 점점 점점 스노우볼이 굴렀다.
2010년대 중반, 아마 2014년쯤부터 인니어 좀 한다는 한국 청년들이 쏟아져 나왔다.
예전엔 BIPA 어학 과정 운영하는 대학이 손에 꼽았는데, 지금은 별별 대학 개나 소나 어학 과정을 열게 된 것도 수요가 빵빵했기 때문이다. 돈이 되니까.
쏟아져 나왔으니 이제 필요 채용 인원을 훌쩍 넘어서 구직자 수용이 안됐다.
당시 평일 낮시간 찌까랑 싱아라자 거리는 가관이었다.
젊은 애들이 몇 명씩 몰려다니며 PC방 갔다가 당구장 갔다가 밤에 술취해서 현지인 야간 직업 여성 양다리에 서로 자기 여친이네 주먹질 하고...
대부분이 어학은 배웠는데 일자리 못구했거나, 개 같은 회사 들어가서 몇달 이용 당하다 떨려 나온 사람들이었다.
어학 배우면 취직한다고 돈 받아서 왔으니 차마 돌아갈 염치가 없어, 어떻게든 비벼보려고 한국 부모에게 용돈 받아가며 버티고 떠도는 처지들이었다.
여담으로 대우 청년 해외 취업 알선 기관인 GYBM 인니지부가 개소한 게 2015년이다.
정부 지원 해외 취업 알선 기관이고 나발이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 생기는 조직은 다 비즈니스가 엮여 있다.
이런 상황이니 회사 입장에서는 이제 많이 안줘도 되네? 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겠다는 놈들이 많으니까.
인도웹에 세전 월급 2천불 걸고 신입 뽑는다는 구인글 올라오기 시작한 게 그 무렵이다.
그전엔 그런 글 거의 없었다.
어쩌다 올라오면 자게판에서 업체명은 빼고 까는 글 올라와서 다구리 맞았다.
물론 그 무렵부터 경기 어려워지고, 현지 최저 임금이 급격히 오르긴 했다.
하지만 몇 백, 몇 천 명 되는 업체에 한국인 직원이 몇 명이나 된다고. 그 사람들 임금 1, 2천 달러 줄여봐야 별 표도 나지 않는다.
애초에 이익 많이 남는다고 한국인 임금을 후하게 책정한 게 아니다. 기업이 그럴 리가 있나.
안오려고 하니까 책정한 액수였다. 그런데 이제 너도 나도 일 시켜달라고 한다.
지금 한국 최저 임금보다 적게 주는 업체도 있는 게 이상해 보이지만, 그건 한국 최저 임금이 물가 반영 되어서 꾸준히 오르는 동안 인니 한국인 임금은 물가 반영과 상관 없이 멈춰 있거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니 한국인 임금은 물가와는 별개로 철지히 구직자 수요 공급으로 형성된다.
몰려든 청년들 비난하는 건 아니다.
누가 의도하게 일부러 그랬나. 추우면 양지 바른 곳으로 몰려 드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다.
각자 살자고 이리저리 궁리하다 보니 이렇게 됐을 뿐이다.
힘들어도 왜 힘든지 알고 힘든 게 낫지 않나 싶어서 끄적였다.
뭐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