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인니 국제 결혼 과정] 7. 대사관 신고 - 끝

명랑쾌활 2023. 6. 30. 11:32

대사관 혼인 신고시 필요 서류

1. 혼인신고서

 - 대사관 양식에 기입

2. 혼인증명서(Buku Nika or Catatan Sipil) 원본 및 국문 번역

 - 원본 제시하면 돌려받지 못함! 복사본에 혼인 증명서 발급처에서 원본대조필 스탬프 받아서 제출할 것!

 - 국문 번역복은 대사관에서 주는 양식에 한글로 번역해서 기입하면 됨

3. 현지인 배우자 가족 가족관계 증명서(Kartu Keluarga) 사본 및 국문 번역

 - 국문 번역복은 대사관에서 주는 양식에 한글로 번역해서 기입하면 됨

4. 한국인 본인 가족관계 증명서 사본

 - 원칙상 한글 증명서지만 영문도 받아줌. (이런 게 융통성이다, 인니 공무원 눔들아!)

 - 결혼 전 미혼 증명서 등등 발급시 받은 가족관계 증명서 복사해두면 됨. 아니면 민원24 홈피에서 다운.

5. 혼인 당사자 부부 여권 사본

 

이번 챕터는 사실 별 필요 없습니다.

미혼 증명서 발급하러 갔을 때 대사관에서 혼인 신고에 필요 양식들을 세트로 묶어서 주는데, 거기에 필요한 서류 목록과 자세한 설명이 적힌 안내문도 같이 주기 때문에, 자연히 알게될 내용입니다.

전 챕터에 적었다시피, 부꾸 니까(혼인 증명서) 복사본 원본대조필 서류만 챙겼다면 순조롭게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만...

전 그걸 미리 안챙겨서 막바지에 한 번 더 빡이 돌았네요. ㅋㅋ

그래서 혹시 다른 분들은 저같은 상황 겪지 말라고, 안챙겼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2번 항목, 혼인증명서 '원본'이 문제입니다. 대사관 규정상, 혼인 신고를 위해 제출한 서류는 반환되지 않거든요.

원본을 요구하는데 반환도 안된다는 건 한국의 민원 행정 시스템에서는 딱히 별로 이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재증명 서류를 필요할 때마다 얼마든지 발급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니의 민원 행정 시스템에서는 재발급이 새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과장 좀 보태서 혼인 증명서를 재발급 받느니 차라리 다시 결혼하는 게 더 나을 정도입니다.

그런 연유로 한-인니 부부 중엔 대사관 혼인 신고에 제출하는 바람에 혼인 증명서 원본이 없는 분들이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사관 안내문에도 원본대조필 스탬프가 찍힌 혼인증명서 사본을 제출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원래 결혼식 당일 부꾸 니까 받으면 바로 복사해서 관할 KUA(종교청) 찾아가 원본 대조필을 받으려 했습니다.

인니 서식 10여년 경험상, 현지인들에게 스탬프나 서명을 받는 게 단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거든요.

노가다 십장이든 부녀회장이든 뭔가 감투를 쓴 사람에게 받는 스탬프는 더더욱 어렵고요.

발급해준 당일이 아닌 다른 날 찾아가면 뭔 핑계를 대면서 안찍어줄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결혼식 당일,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종교 지도자에게 원본 대조필 얘기 미리 해두라고 아내에게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결혼식 마무리하고 하객들도 거의 다 돌아간 즈음 아내에게 어찌 됐냐 물었더니...

주례가 그러는데, 요즘엔 종교청 데이터 베이스에 등록되니까 다른 지부 어디서든 받을 수 있다고 했답니다...

아내가 인니 행정 관청에 일 보러 갔다가 헛걸음 하고 뒤통수 맞는 걸, 제가 본 것만도 수 차례인데도 또 믿네요.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물정 모른다고 해야 할지... 느낌이 쎄합니다.

다른 지부에서 받을 수 있든 말든 그냥 지금 발급한 곳에서 받으면 확실하지 않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알았다고 넘어갔습니다.

결혼식 당일이고 경황 없을테니까요.

제발제발제발제발 아내 말이 맞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만... 두둥!

 

 

결혼식 이틀 뒤, 집 근처 종교청 지부 두 곳 중 옆 지역 관할이지만 가는 길이 양호한 델타마스 지부 에 갔습니다.

여기는 관할이 아니라서 안된다네요. 거주지 관할 지부로 가랩니다. ㅋㅋㅋ

남부 찌까랑 지부로 갔습니다.

외국인이라 안된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씨발 귀여운 놈들

외국인 혼인 신고는 받아주고, 혼인 증명서도 발급해주지만, 그 혼인 증명서 복사본에 원본 대조필 스탬프 찍어주는 건 외국인이라서 안된다고? 니들이 발급한 혼인 증명서인데?

그냥 잘 모르는데 찍어주기는 싫어서 핑계대는 겁니다.

인니 살면서 뭐 안된다고 할 때 가장 자주 듣는 핑계가 외국인이라 안된다는 겁니다. 그 안된다는 게 돈을 주는 순간 되는 신비한 나라가 또 인니고요.

차라리 돈을 바라는 수작이면 나은데, 하필이면 돈을 준다는 눈치를 줘도 비용 문제가 아니라는 꼴통을 만났습니다.

무식한데 고지식하기까지 한 인간이 도장을 쥐고 있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지금 인니 공무원들의 부패가 점차 사라지는 게 긍정적이면서도 우려가 많이 됩니다.

 

아내는 혼인 의식을 진행했던 종교 지도자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알렸습니다.

종교 지도자가 원본 대조필 거부한 지부들을 욕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같은 동업자니까요.

자기 말과 다른 상황이라는 거 미안해 할 거라고는 언감생심 꿈도 안꿨습니다. 잘못을 인정하지도, 들추지도 않는 게 인니의 예의범절이거든요.

그래도! 최소한 지가 발급한 거니까! 지가 찍어 준다고는 할 줄 알았습니다.

KUA 본청에 가라네요. 외국 관청에 제출하는 서류는 본청에서 받아야 한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KUA 본청이 아니라 인니 대통령이 발급한 서류라도 대한민국 관청이 왜 받아줘요. 인니 공무원놈들은 한글로 된 가족관계증명서 복사본에 한국 정부 종합청사 스탬프 찍혔다고 받아줄건가.

새끼 양반, 자기도 잘 모르겠으니까 발뺌하는 겁니다.

아내는 또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자기가 KUA 본청에 갔다 오겠다네요.

아... 국민들이 이리 순진하니 인니 공무원들이 게으르고 뻔뻔해도 아무 문제 없는 거구나... 공무원들이 알 생각을 안하니 법령이 바뀌어도 일선 관청에서는 적용이 한참 늦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지간하면 현지인인 아내 하는 대로 내비두려 했는데, 이러다간 자카르타의 KUA 본청까지 헛걸음 하게 생겼습니다.

아내에게 조언했습니다.

종교 지도자 놈팽이에게, '한국 대사관에 문의했는데, 발급한 곳에서 도장 찍은 거면 된다고 하더라. 문서가 한국으로 나가는 거 아니고, 인니 국내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확인 용도로만 쓰는 거랜다. 이미 많은 한국인 결혼자들이 그렇게 신고했다더라. 그러니 그냥 도장 찍어주면 된다.'라고 전하라고요. (실제로는 대사관에 문의 안했습니다.)

전화로 하면 그 놈 뻘쭘하고, 아내도 거짓말 잘 못하니 문자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종교 지도자 놈에게서 내일 KUA로 오면 스탬프 찍어주겠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ㅋㅋ

하루를 날렸고, 다음 날 또 왕복 4시간 거리에 있는 종교 지도자네 KUA 지부에 갔다 와야 합니다.

어쨌든 해결했으니 다행이지만, 애초 계획대로 결혼식 당일에 처리했으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생돈과 시간 허비한 게 씁쓸합니다.

하여튼 인니는 방심을 하면 바로 뒤통수를 맞고, 바로 해야할 일 미루면 두 배로 고생합니다.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대사관에 제출했습니다.

신고서에 기입한 이메일 주소로 처리 상황을 알리는 메일이 옵니다.

대사관에 접수한 당일, 접수한지 3시간 만에 접수 서류 확인중이라는 메일이 오더니, 다시 2시간 후에 대법원 처리중이라는 메일이 오더군요.

그리고, 접수 8일 후 처리 완료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인니 관청들과 씨름하다 한국 행정 처리 속도를 겪으니 어안이 벙벙할 지경입니다.

다른 분들은 처리까지 통상 1~2개월 걸렸다고 하고, 접수를 받은 대사관 직원은 2~3주 걸린다고 했는데, 제가 특이한 케이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시험삼아 민원24에서 혼인관계 증명서와 가족관계 증명서를 출력해보니, 아내 이름이 짠하고 나옵니다.

 

눙물이... ㅠ_ㅠ

 

한 가지 절차가 더 남아있긴 합니다.

한국이라면 시/군청의 주민등록 접수 창구, 외국이라면 재외공관에 배우자 여권을 지참하고 가서 배우자의 영문 이름을 등록해야 합니다.

한글 가족관계 증명서에는 배우자 내용이 나오지만, 영문에는 영문 이름을 등록한 적 없으니 나오지 않거든요.

딱히 외국인이라서 차별하는 건 아니고, 한국인이라도 여권을 만든 적 없으면 영문 가족관계 증명서에 이름이 기재되지 않습니다.

전 배우자와 한국에 방문하면 할 생각입니다. 대사관 방문하는 것도 일이거든요.

 

 

이슬람 입교 확인서 발급 이후로 부꾸 니까(혼인 증명서)를 손에 쥐기까지 4개월 반을 지지고 볶고 빡쳤는데,

한국에 혼인 신고 는 외국에서 대사관 통해 8일 만에 처리 완료...

군대 전역했을 때의 기분 비슷합니다.

좆같았던 기억과 어쨌든 이제 끝났다는 환희가 교차하는 복잡한 기분이요. (그리고 좀더 세련됐지만 좀더 야비한 고난이 펼쳐진 사회 생활의 시작이지...)

그러니 전역한 사람으로서 군대 가기 전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경험하면 얻는 것도 있긴 해, 얻는 것에 비해 치르는 대가가 너무 커서 그렇지.

그러니까... 안할 수 있으면 하지마! 도망쳐!! 이곳은 지옥이야!!!! 그냥 한국에서 먼저 혼인신고 하고 인니에 등록해!!!!

이미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고?

음... 좋아. 괜찮아. 좀처럼 경험하지 못할 일들을 겪게 될 거야. 그리고 그 경험들은 너의 시야를 실컷 넓혀주겠지.

말도 안되는 빡치는 상황에 닥쳤을 때 이 말을 기억해.

결국은 어떻게든 끝날 거야. 안끝나지는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