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I

인니인들은 왜 자주 아플까?

명랑쾌활 2024. 2. 7. 07:46

한국인은 정말 심하게 아플 경우에나 아파서 못했다는 해명이나 변명을 한다.

어지간히 아픈 정도로 해야할 일은 하지 못한다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거짓말로 아프다는 핑계를 하는 건 초중등 때나 한다. 고등만 되어도 꺼린다.

 

그런 한국인이 보기에 인니인들은 자주 아프다.

아파서 결근하는 경우가 잦다.

배우자가 아파서 결근하기도 하고, 애가, 부모가, 친척이 아파서 결근을 하기도 한다.

꾀병인 경우도 많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거 같다.

 

10여년 살면서 지켜보기에, 인니인들이 자주 아프긴 하다.

위생 상태나 식습관, 의료 수준이 낮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한국인에 비해 아주 빈번하진 않다.

한국인도 어차피 사람인데 안아플 수 없다. 한 군데도 안아픈 상태가 오히려 드물다. 자잘하게 어디 안좋은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인니인이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잦은 건, 한국인에 비해 스스로 아픈 상태라고 느끼는 게 민감해서 그래 보인다.

아픔에 레벨이 1부터 10까지 있어서 한국인이 5정도 되어야 아프다고 한다면, 인니인은 2~3 정도만 되어도 아프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은 2~3 레벨 정도로 아프다고 하면 엄살 심하다는 소릴 듣는 사회 분위기라 스스로도 그냥 좀 아프구나 참고 넘어가지만, 인니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인니는 어지간하지 않으면 무리를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아프면 아프다, 몸이 안좋다고 해도 흠이 되지 않는다.

외국인에게만 그러는 거 아니다. 현지인들 끼리도 당연하게 말하고 받아들인다.

오히려 외국 회사 다니는 인니인들이 아프다고 하는 빈도가 낮다. 쉽게 받아 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그렇다.

 

애가 궁지에 몰리면 아프다고 하듯, 유아퇴행적 측면도 있어 보인다.

환장하는 건 안아픈데 아픈척 하는 꾀병이 아니라, '정말로' 아픈 상태가 된다는 거다.

안색이 창백해지거나 보라색이 되고, 식은땀을 흘리며 손발을 벌벌 떠는 게 연기로 되는 거면 대단한 거 아닌가.

그렇게 되는 걸 수 차례 직접 본 적이 있다. 인체의 신비다.

아픈 걸 억지로 참으라 다그치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 궁지에 몰렸을 적에 아프다고 하는 게 잘 통해서 그리 된 게 아닐까 추측한다.

한국 같으면 얄짤없으니 어느 정도 나이 들면 그런 행동 기제를 보이지 않는 거고.

 

거짓말로 아프다고 하는 경우도 물론 흔하다.

해야 할 일 못했을 때, 다른 적당한 핑계대기 애매하면 아프다고 한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나쁜 게 아니라 예의 바른 거라고 생각하는 인니 문화 때문에, 그닥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외국인이라 만만하게 보니까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화가 나는 거다.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다. 현지인들 끼리도 그런다.

이 나라가 그냥 그런 거다.

정말 아프냐고 해부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화내고 윽박지른다고 갑자기 안아프다고 할 거 아니지 않나.

아프긴 한 거 맞다.

그냥 아픔에 민감하구나(엄살이 있구나) 이해하고 받아 들이면서, 책임감이 필요한 직무를 맡은 직원들에게 평소 관심을 가져주는 편이 낫다.

한국인 중에도 엄살 심하고 아프다는 거짓말로 모면하는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듯, 인니인 중에도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좀 아픈 정도는 참고 버티는 사람이 있다.

 

이 걸 시원하다고 느끼는 한국인이 보기에, 어지간한 외국인은 다 엄살쟁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