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들(요즘 젊으신 분들 말로는 꼰대들)이 말해주는 인생 교훈(요즘 젊으신 분들 말로는 꼰대질) 중 가장 중복되는 말이 바로 '적을 만들지 말라'다.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종자는 보통 갚아야 할 건 잘 잊어도 받아야 할 건 안잊는다.
잘 해준 건 쉽게 잊어도 섭섭한 건 잘 안잊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인간은 보통 믿어서 손해날 건 잘 안믿어도 손해볼 일 없는 건 잘 믿는다.
누구 칭찬하는 말은 의심하면서도, 헐뜯는 말은 또 귀담아 듣는다.
섭섭해서 험담하기 쉬운데 그 험담이 또 잘 먹히니, 인생 선배들은 '어지간하면 적은 만들지 말라'라고 하는 거다.
별 것도 아닌 놈이라도 앙심 품고 주변에 평판 까내리는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적은 만들기 싫다고 안만들어지는 거 아니다.
예수 석가도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데, 일반인이 뭔 재주가 있어서 미움을 안받을까.
숨만 쉬고 있어도 숨 쉰다고 미워하는 사람은 어디든 있게 마련이다.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기질적으로 안맞는 거다.
그런 사람에겐 방법 없다.
일 잘하고, 성실하고, 청렴하고, 예의바르게 대해도 그 게 재수없다고 미워할 거다.
미움 받는 거 피하느라 너무 굽힐 필요 없다.
미워하게 냅두고, 굳이 날세워서 '불필요하게' 더 늘리지 않는 정도면 된다.
세상이 언제부터 그리 아름다워서, 가만히 있는 사람 내버려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