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첫 직장에 막 입사했던 시절이었다.
아직 공장 세팅도 하기 전인 회사였다. 직원 기숙사로 쓸 집을 구하기 전, 민박집에 잠시 묵었다.
주변 사람 다섯 명에게 물어봤는데 전부 그곳을 추천해서 선택했다.
그 분은 민박집 사장님이었다.
붙임성이 좋고, 강단있는 스타일이었다. 자기만의 철학이 확고하다고 할까.
자기 집처럼... 가족처럼... 이런 말을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손님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게 그 분의 철학이었나 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진 지금도, 그 민박집 하면 떡튀김이 생각난다.
반찬으로 떡튀김이 자주 나왔다. 야채튀김처럼 떡볶이떡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음식이었다.
가래떡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꿀떡꿀떡 먹을 정도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채소도 튀긴 건 맛있게 먹을 정도로 튀김을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그 떡튀김이 맛이 없었다.
같이 나온 양념 간장 맛으로 몇 점 먹고 말, 그런 맛이었다.
직원 기숙사로 쓸 집을 구해서 그 민박집을 나온지 3개월 쯤 후였다.
무궁화 마트 말고 다른 한인 마트에 들렀는데 냉동실에 그 민박집 이름 찍힌 떡볶이떡이 눈에 띄길레 샀다.
다음날 라면에 넣었는데, 곤죽처럼 흐물흐물 풀어졌다. 묵은 냄새도 난다.
안좋은 쌀로 만들었거나, 너무 오래 냉동 보관하면 풀어지는데 이 정도로 심한 건 처음 봤다.
아주 안좋은 쌀로 만들어서 아주 오래 냉동 보관한 거 같다.
왜 떡볶이가 아니라 밀가루를 입힌 튀김인지, 왜 그리 자주 나왔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
손님을 가족처럼 생각해서다.
엄마가 음식 장사를 하는데, 팔다 남은 음식이 있으면 같이 처리해주는 게 가족의 정 아니던가.
그 후로 1년쯤 시간이 흘러,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사람과 가까워지게 됐다.
그 사람도 그 민박집에 묵고 있었다. 싹싹하고 괜찮댄다.
요즘도 떡튀김 나오냐고 물었더니, 나오긴 나오는데 자기는 밥반찬으로 떡튀김은 어색해서 안먹는다고 했다.
며칠 후 술자리에서, 그 사람은 민박집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족발을 포장해가서 먹고 남겼는데, 다음 날 아침 반찬으로 족발을 고추장 양념해서 볶은 게 나왔댄다.
그 사람 혼자도 아니고, 다른 투숙객 두 사람도 같이 먹는 상차림에.
그 사람이 어제 자기가 남긴 족발로 만든 거냐고 따졌더니, 입 안댄 부분이고 맛있으니까 반찬으로 냈다고 하더랜다.
어휴, 아들이 잘못했네. 엄마 말이 다 맞구만.
그분의 표정과 말투가 도대체 뭐가 잘못이냐는 듯 너무 당연해 보여서, 바로 그날로 짐 싸서 나왔다고 한다.
정말 허물없이 가족처럼 대하는 진정이 감당 안됐던 모양이다.
그 후로도 그 민박집은 번창했고, 인근 주택까지 확장해서 영업했다.
십여 곳이었던 경쟁 업체가 불경기와 코로나로 스러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지금은 독보적인 곳이 됐다.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기로 유명한 하숙집이라고만 해도, 어디인지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꽤 많을 정도다.
아무렴, 그렇게 가족적이고 알뜰하신데, 번창하실만도 하다.
아마도 나나 족발남만 지나치게 손님이라는 벽을 세웠던 차가운 사람이었나 보다.
다들 괜찮다는데 단 둘만 이상하다고 하면, 둘이 이상한 거겠지.
이 먼 타국에서 교민들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정도도 없고, 정답도 없다.
버티고 살아남았으면 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