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참에서 일하는 중인들의 자리가 불안정하여 삶에 어려움이 많다. 그들 역시 정사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자들인 바, 정식으로 관직에 올려 이유 없이 직을 박탈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조정의 발표에 조선팔도 선비들이 들고 일어나 동부승지에게 몰려갔다.
"명을 거둬 주십시오. 천한 것들을 양반과 같이 대한다는 것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옵니다."
"그들 역시 관의 일을 보는 사람들이오. 먹고 사는 일이 불안해서야 어찌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소?"
"그들은 과거도 보지 않은 잡인들이옵니다. 관직에 들기 위해 밤낮 없이 학문에 매진한 선비들을 무시하는 처사이옵니다."
"과거 급제를 해야 받을 수 있는 관직은 그대로 있을 것이오. 그들을 그 관직에 올리는 것이 아니오."
"허나 선비들의 박탈감이 심하옵니다."
"선비들이 학문에 매진하는 동안 그들은 놀고 먹기라도 했단 말이오?"
"선비들의 공부는 신성하옵니다. 그들의 노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가치가 있사옵니다."
"가치의 중함을 따진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역참의 운영에 일조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니오?"
"그들은 잡인들이옵니다. 과거를 통하지 않은 자들을 양반과 같이 대우하면 신분체계가 무너집니다."
"일 안하고 학문에만 매진할 수 있다면 그들이라고 안했겠소? 과거를 볼 수 없는 처지라 택한 길일 뿐이오."
"그들이 과거를 볼 수 없는 처지인 건 천민인 탓이옵니다. 천민이 양반과 같을 수 없다는 건 천리이옵니다."
"그들을 양반과 똑같이 대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먹고 살 걱정 덜어준다는 것도 안된다는 것이오?"
"천민은 천대해야 마땅하옵니다. 천민을 천대함으로써 양반의 권위가 지켜질 수 있사옵니다."
이후 반대 상소가 줄을 이어 올라왔는데, 그 수가 무려 20만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