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시사

공정한 중도란 없다. 다만 무관심할 뿐.

명랑쾌활 2020. 9. 18. 09:58


중도층이 좌우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아니다. 중도가 그렇게 쉬운 개념일 리가 있나.

정치에서 말하는 소위 '중도층'은 좌나 우를 확실하지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중간에 있는 집단이라고 해서 '중도'라고 분류한 것일 뿐이다.

'중도'의 학문적 의미와 혼동해서 갖게 된 선입견이다.


현실적인 정치 사안에서 중도란 있을 수 없다.

만약 선거라면 A후보는 이래서 마음에 안들고, B후보는 저래서 마음에 안들어서 둘 다 지지하지 않는다며, 양비론을 내세워 그럴듯하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사는 지역에 쓰레기 처리장을 유치하는 문제는 어떨까?

둘 다 틀렸다는 양비론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유치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둘 중 하나 뿐이다.

찬성이나 반대 둘 다 하지 않는 사람은 그냥 쓰레기 처리장 유치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 게 바로 소위 정치에서 말하는 중도층의 정체다.


스스로를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통 정치 논쟁을 싫어한다.
관심 없는 주제로 세상 시끄럽게 하니 짜증나는 거다.
박지성과 손흥민 중 누가 더 뛰어난가를 갖고 논쟁하는 건,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그냥 소음인 것처럼, 쓰레기장 유치 문제로 갑론을박 하는 건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소음이다.

그래서, 소위 중도라는 집단은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양쪽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어느 한 쪽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그냥 소란이 빨리 끝나길 바라기 때문에 다수 쪽을 선택하는 거다.


공정이란 개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공정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공정하고 이성적인 중도는 극히 드물다.

스스로 중도라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냥 정치에 무관심한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