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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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V] 1. 시골 생활, 젖소는 밖으로

명랑쾌활 2020. 7. 27. 09:25

젖 뗄 시기가 한참 지났지만, 젖소는 양이의 젖을 자꾸 찾았다.

발길질로 쳐내어 떨어뜨려야 하는데, 출산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양이는 그럴 줄 몰랐다.

무럭무럭 덩치가 커진 젖소에게 치대여 점점 지쳐갔다.

가뜩이나 새로 바뀐 환경 때문에 예민해진 상태까지 겹쳤는지, 히스테리를 부리고 눈이 짓무르기 시작했다.

원래 치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었던 깜이도 처음엔 젖소가 들이대도 그냥 자리를 피하기만 했는데, 젖소의 덩치가 커진 이후로는 공격성을 드러내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젖소는 자라면서 점점 길고양이의 습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깜이나 양이는 배고파도 이런 짓을 절대 하지 않는다.

길고양이 유전자가 정말 따로 있나 보다.


틈만 나면 힘들어서 늘어져 있다.


집에 고양이가 찾아 오면 먹을 것을 대접한다.

시골 고양이들이라 사료맛을 본 적이 없는지, 환장하고 먹으면서 콧노래를 부른다.


소문이 났는지, 찾아오는 고양이들이 점점 는다.

동네 주민들 대부분 형편이 괜찮은 무슬림이라 그런지, 애들이 영역 다툼도 적고 순했다.


길고양이 성격은 그 일대 주민들 성격과 거의 일치한다.

한국의 길고양이들이 대체적으로 경계심이 극도로 심하고, 영역 다툼에 사나우며, 먹이에 대한 탐욕이 강한 것은 한국인의 성격과 비슷하다.


젖소는 집밖으로 내보냈다.

이사온지 한 달 반, 묘령 6개월차였다.


처음엔 들여보내 달라고 시위를 했지만, 점점 바깥 생활에 적응해갔다... 라기 보다는 포기해갔다.

사나운 동네가 아니라서 그랬지만, 그래도 예정보다 일찍 방사한 게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다.


양이도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지 이상행동이 줄어갔다.


깜이도 점점 안정을 찾아 갔다.


젖소도 점점 바깥 생활에 적응해 갔다.


가끔 머리에 후드려 맞은 흔적이 보이기도 했다.

워낙 공포심이 고장난 녀석이라, 아마 젖 달라고 머리 들이밀다가 맞은 모양이다.


지 밥그릇 밥 먹다가...


마당 안에 들어오지 않는 늙은 고양이 몫으로 밖에 둔 사료까지 쪼르르 달려가서 먹어 치운다.


동네 주민이 찾는다고 밴드에 올린 가출한 고양이를 검거했다.

도망친게 아니라 지네 집을 못찾아 가는 거다.

인니는 거주자가 집에 있을 때는 문단속을 꼼꼼하게 하지 않아서, 집 안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바깥에 나가는 일이 잦다.

그러다 임신해서 오는 경우도 흔하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