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의 주택단지는 부동산 기업이 주택을 일괄적으로 건설해서 분양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저가의 서민 주택단지는 일괄 건설 및 분양을 하기도 합니다. 서민 주택 건축에는 정부 지원금이 있거든요.)
지반을 다지고, 상하수도와 전기, 도로 설비를 갖춰둔 후, 구획을 나눈 토지를 판매하면, 토지 매입자가 알아서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부동산 기업과 연결된 주택 건설업체에게 건축까지 맡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니의 주택단지 내 주택들은 모양이 들쭉날쭉 제각각입니다.
이후 부동산 기업은 입주민에게 주택 단지 내 도로 유지 보수, 치안 등을 관리하는 자잘하지만 쏠쏠한 사업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주택 단지 구역 안에는 경찰이나 행정 기관이 순찰을 도는 경우가 없어서, 독립적인 사유지 구역 같습니다. (그래서 경비원의 유세가 대단하지요. 자신들이 준 경찰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폐쇄적인 고급 아파트 단지와 비슷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소유자가 관리를 하지 않아 점점 망가져 가는 주택도 그대로 계속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도 소유자에게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랬겠지요.
한국 같으면 안전과 치안 문제로 행정 명령을 통해 철거를 하던가 조치를 하겠지만, 여긴 좀 애매합니다.
주민들이 민원을 넣을리도 없겠지만, 넣어봤자 부동산 기업더러 해결하라고 핑퐁을 칠 겁니다.
부동산 기업은 공권력이 없으니, 해결할 방법이 있을리 만무하고요.
소유자가 어떤 조치를 하기 전까지는 그냥 방치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웃집들만 애꿎게 피해를 감수해야 할테고요.
제가 예전에 살았던 집도 옆집이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2년째 비어 있어서, 위의 사진처럼 폐가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당장 사람 들어와서 살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있었습니다.
조용한 점은 좋았지만, 옆집에서 바퀴벌레가 자꾸 넘어와서 골치 아팠었지요.
인니는 아주 고급 주택 말고는, 대부분 한국의 무허가 주택 수준으로 허술하게 짓기 때문에 반 년 정도만 사람이 살지 않아도 금새 망가집니다.
딱딱하게 굳은 가래떡으로 벽을 때리면 벽면이 움푹 들어갈 정도입니다.
거기에 우기에 엄청나게 때려 붓는 비, 금방 금방 자라는 풀, 개미도 빨리 망가뜨리는데 한 몫을 하고요.
그렇다 보니, 몇 달 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집들은 잘만 흥정하면 임대료를 꽤 깎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사는 집도 그랬습니다. 월세로 따져서 4만원 정도 깎았으니 적은 액수는 아니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