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s://katadata.co.id/>
2019년 12월 15일,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뻗은 유료도로*의 복층 도로가 일반에 개방됐습니다.
2017년 초에 건설을 시작하여 거의 3년 만입니다.
* 고속도로가 아니라 유료도로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통행료를 받기 때문에 오토바이나 어중이 떠중이 차들이 진입하지 못할 뿐, 관리가 미흡하여 도로 상태도 좋지 않고 정체가 상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고속으로 달리기 힘든 도로거든요.
빈 땅 널리고 널렸는데 확장하면 될 걸 뭐하러 2층으로 올렸냐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인니는 사유재산 권리 보장이 한국보다 강력합니다.
국책사업을 위한 강제 수용이 한국에 비해 매우 까다로와서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수의 효율을 위한 소수의 희생 강요 Vs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소수의 권리 보장
어느쪽이 더 옳은가는 각자 가치관에 따라 다를 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어느쪽이 더 민주주의에 가깝느냐 하면 후자일 겁니다.
한국은 전자를 택해 지금의 한국이 됐고, 인니는 후자를 택해 지금의 인니가 됐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결과인지 역시 각자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겁니다.
국가의 발전과 개인의 행복, 어떤 게 더 중요하냐의 문제겠지요.
총연장 36.84km 건설하는데 3년 걸렸다는 건, 지금까지의 인니 인프라 건설 속도에 비추어 어어엄청나게 빨리 완공한 편입니다.
빨라야 5년 예상했던 사람들도 많습니다.
인니는 국책 사업의 공사 속도가 느리기로 악명이 높은 나라였거든요.
고질적인 부정부패도 문제지만, 나랏돈으로 하는 공사는 서민 복지 차원에서 공사 기간을 늘려 일자리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괴상한 인식이 민관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두산의 찌르본 Cirebon 화력 발전소, 포스코의 머락 Merak 제철소가 완공 지연으로 큰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특히, 포스코는 인도 제철소 완공 경험을 근거로 자신만만했다가 제대로 큰 코 다쳤습니다.
인니가 인도보다 더 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셈이지요.
그랬던 인니가 이제 점차 상식적인 국가가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카르타가 자와섬 서쪽 거의 끝에 위치하기 때문에, 자카르타 동부 유료도로는 자와섬 중부, 동부 지역과 수도를 잇는 가장 중요한 도로입니다.
거기에 마치 서울의 공단이 구로 -> 부천 -> 인천/안산으로 전이해가듯, 유료도로를 중심축으로 동쪽으로 공단들이 들어섰고요.
공단에는 수출을 위주로 하는 외국계 기업이 대부분이고, 자카르타 북부의 수출입 항구를 통해 자재를 수입하고, 제품을 수출해야 하기 때문에, 유료도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게다가 공단 일자리를 찾아 인니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면서 자카르타 동쪽에 인접한 버까시 Bekasi는 수도권 최대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지방-수도권 물류 + 공단 수출입 물류 + 버까시 출퇴근 및 유동인구, 이 세 가지 겹쳐 자카르타 동부 유료도로는 심야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평균 속도가 40km 이하인, 정체로 악명 높은 도로였습니다. (심지어 심야 시간에도 정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여행을 떠나는 자카르타 차량 행렬이 공단 수출입 물류를 대신하여 정체의 한몫을 차지했고요.
이상이 유료도로 복층화의 필요하게 된 배경입니다.
2층 도로는 시점과 종점 외 진출입로가 없고, 휴게소에도 들를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해당 구간을 점프해서 지나간다는 개념입니다.
혹시 차량 고장이나 기름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꽤 볼만한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1톤 트럭보다 더 큰 화물차량은 진입할 수 없습니다.
공단 수출입 물류와 출퇴근 차량은 1층으로, 자카르타와 수도권 외각 지방을 오가는 차량은 2층으로 분산시킨 거지요.
마침 개통 첫 날에 진입 구간을 지날 일이 있었습니다.
심한 정체가 발생했습니다.
진입 차량 전용 차선이 따로 있었습니다만, 얌체 운전자들이 진행 차선 바깥쪽 1개 차선을 점령해서 줄을 만들었고, 다시 그 옆 차선을 서행하며 새치기를 시도하는 악질 운전자들도 있었습니다.
편도 3차선이 1개 차선으로 줄어들며 병목 현상이 발생한 거지요.
거기에 가장 안쪽 차선으로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들까지도 그 광경을 구경한답시고 서행을 하고요. ㅋㅋ
(인니는 한쪽 차선에서 교통사고가 나도 양방향이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대 차선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이 구경한답시고 서행을 하거든요.)
하여간 인니의 후진적인 교통 문화는 30년 이내에는 절대 개선 안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아무 근거 없이 30년이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거의 모든 인니인들이 작금의 후진적인 교통 문화를 워낙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30년 후에 30~40대가 될 아이들 역시 이미 인식이 그렇게 굳어져 버렸 거든요.
예전에 블리뚱 Belitung 섬에 여행 갔을 때, 너덧 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가 휴지를 휴지통에 가서 버리는 거 보고 감탄했던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https://choon666.tistory.com/358)
자국 운전자들의 성향을 모를 리 없으니, 경찰이 출동하여 고깔을 설치하고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지키고 있지 않으면 고깔 사이로 새치기 할 운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ㅋㅋ
진입 구간을 지나니 다시 제 속도로 달릴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엔 원래 차량 수가 적었지만, 확실히 더 줄었네요.
복층 도로 개통 후 몇 달 간 지켜본 결과, 구간 일대 차량 흐름이 현저히 원활해졌습니다.
체감 상 50% 이상 빨라진 것 같습니다.
인니도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