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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i 뒷풀이 휴식 여행] 2/8. Ubud - 저렴 숙소 탐방, 한국 카페

명랑쾌활 2019. 12. 2. 08:57

우붓은 지대가 높은 곳이라 밤에 천정팬 틀어 놓고 자면 추위를 느끼기도 한다.


가정집 방 한 채에서 쉬는듯한 느낌

조용해서 좋았다.


객실 몇 개 안되는 소규모 숙소지만 조식 퀄리티가 의외로 높았다.

빵과 버터 품질도 좋았지만, 특히 파인애플 잼이 맛있었다.

핸드메이드인 것 같은데, 건더기가 살아 있어 씹히는 질감에 너무 달지 않고 신선했다.

걸쭉하지 않기 때문에 빵에 발라 먹기 보다는 얹어 먹는 식으로 먹었다.

비수기 특가로 1박 20만 루피아인 걸 감안한다면 매우 훌륭하다.

발리가 세계적인 휴양지로 이름을 알린지 오래 되어서 그런지, 서비스 수준이 전체적으로 오른 것 같다.

뭐 수준 떨어지는 곳이 여전히 더 많긴 하지만.


업무상 급한 연락이 와, 미팅 약속이 5일 후로 잡혀 버렸다.

원래는 한 열흘 정도 체류하며 발리 중부에 위치한 우붓에 며칠 묵고, 북부로 올라가 시계 방향으로 서부, 남부까지 느긋하게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빌렸는데,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

우붓에서 하루 더 묵고, 바로 남부로 가기로 했다.


지금 묵고 있는 숙소는 모든 면에서 다 좋은데, 좀 더운 편이다.

특가 적용도 끝나서 숙박을 연장하려면 10만 루피아가 더 오른 30만 루피아를 지불해야 했다.

비수기 평일이라 그 정도 가격이라면, 다른 숙소 잘 찾아 보면 에어컨 방도 구할 수 있겠다.

오토바이가 있으니 숙소 옮기는 게 그리 어렵지도 않다.

만약 숙소에서 오토바이를 빌렸다면, 숙소 옮기는 게 좀 성가셨을 거다.

마침, 발리 북부로 갈 생각에 짐도 거의 안풀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붓에서 내일 하루 더 추가로 1박할 숙소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아침 먹고 뒹굴 거리다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갑자기 인니의 백반이라고 할 수 있는 나시 짬뿌르 Nasi Campur 가 먹고 싶어졌다.

마치 떡볶이나 김밥처럼, 나시 짬뿌르도 외국인 대상의 고급 식당에서 파는 건 쓸데 없이 가격만 비싸고 맛은 별로다.

트립 어드바이저로 저렴한 식당 중 평이 좋고 가까운 곳을 찾아 봤는데, 마마스 와룽 Mama's Warung 이 괜찮을 거 같다.


우붓의 수많은 조그만 식당이 그렇듯, 마마스 와룽도 거리를 면한 일자형 테이블이 있다.

타고온 오토바이가 제대로 일광욕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나중에 저거 타면 엉덩이가 엄청 뜨겁겠군...


마마스 와룽 메뉴판에 나온 소개

이 아주머니 돈 많이 벌어서 이제 2호점도 냈다.


자카르타 물가에 비해도 엄청 저렴하다.

우붓이 나름 메이저급 관광지인데 이정도니, 인니의 다른 관광지는 발리를 따라갈 수가 없다.


나시 짬뿌르


마마스 와룽 특제 나시 짬뿌르

특제라지만 일반보다 5천 루피아 비싸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4시간짜리 풀코스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가격 50만 루피아 초반)

일행이 굳이 우붓에 온 목적이 마사지였다. ㅎ

일행이 마사지를 받는 사이, 난 숙소를 알아 보고 오랜만에 혼자인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일행은 자기만 풀코스 마사지 호사를 누리는 게 눈치가 보였는지 내게 괜찮겠냐고 하는데, 난 정말 진심으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혼자 여행 특유의 느긋하고 잔잔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지 너무 오래 됐다.

비록 4시간이지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정말 그리웠다.


아고다에 뜬 숙소들 중 조건에 비해 가격이 파격적인 곳 몇 군데를 직접 둘러 봤는데, 그 중 한 곳인 두둑 Dudug 이라는 곳.

22만 루피아에 넓은 객실, 에어컨까지 있다고 나온 곳이다.

밖에서 보기엔 블루 망고 게스트 하우스 Blu Mango Guest House 와 다른 집인 거 같지만...


대문과 출입로를 공유하고 있다.


블루 망고 게스트 하우스라고 쓰여 있는 프론트는 보이는데, 두둑의 것은 당최 보이지 않는다.

프론트에 사람이 있길레 물었더니, 저 앞에 가보라며 손으로 가리킨다.

이웃이 부재중이면 보통은 대신 도와주거나 연락이라도 해줄 만도 한데, 완전 상관 없는 남이라는 태도다.


블루 망고 직원이 가리킨 곳에는 애매하지만 그럭저럭 프론트라고 볼 수도 있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이 없다.

몇 차례 불러도 아무 반응이 없다.

다시 블루 망고 프론트로 가서 사람이 없다고 하니, 자기도 모르겠다며 어깨만 으쓱하고 만다.

같은 대문과 출입로를 공유하는 이웃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선을 긋는다.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그 곳을 나왔다.


아마도 한 일족의 집들이었는데, 유산으로 나뉘고 일부는 매각하면서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살았는데, 사이가 나빠졌나 보다.

그리고 그 중 한 곳이 민박집을 열었고, 장사가 제법 되자 다른 집도 돈을 모아 개축하여 민박집을 따라 열었을 거 같다.


또 다른 곳

이 곳 역시 골목이라기 보다는 원래 한 담장 안의 집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20여 미터 정도 들어가야 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허탕 쳤다.


세번째로 간 곳은 좁은 골목으로 한참 들어가는 곳이었는데...


사진에 나온 것에 비해 분위기가 영 별로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누구 있냐 불렀더니, 초중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나온다.

방 좀 볼 수 있겠냐는 내 말에 방이 없댄다.

아고다에 빈 방 있는 거 보고 왔는데, 방이 없다?

잠 덜 깬듯 표정과 태도로 보아 귀찮아서 그러는 거 같아 보인다. ㅋㅋ

나도 뭐 제발 방 좀 달라고 사정해야 할 처지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그 곳을 나왔다.

나오면서 혹시나 그 사이에 예약이 찬 건가 해서 다시 아고다로 검색해봤는데 여전히 빈 방 있다고 나온다.

아고다만 믿고 여기 예약했다면 골때리는 상황이 될 뻔 했다 싶다.


아마도 소규모 민박집이 제법 장사가 되니까, 자기 생업은 생업대로 하면서 자기 집 일부를 개조해서 민박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예전엔 프론트를 지키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엄두를 못냈지만, 이젠 숙소 검색 예약 앱이 일반화되었으니 얼마든지 가능하다.

괜히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 기다리며 집 지키고 있을 필요 없이, 예약 없으면 미련 없이 자기 생업을 하다가, 예약이 뜨면 와서 숙소를 지키면 된다.


네 번째로 찾아간 숙소가 마음에 쏙 들어서 바로 예약을 했다. (그 숙소 관련 소개는 다음 포스팅에...)


옮길 숙소도 찾았겠다, 우붓 근처를 슬슬 둘러볼까 했는데, 길목마다 정체다. (그렇다. 교통 정체다!!)

상습 정체 구역이라 특히나 붐비는 왕궁 앞을 빠져 나오고 나니 어디 둘러 본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한낮이라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그럭저럭 선선한데, 교통 체증 때문에 땡볕을 고스란히 맞으며 가다서다를 하다 보니, 에어컨 생각이 간절하다.


네까 뮤지엄 길을 천천히 지나며 어디 적당한 카페 없나 둘러 보는데, '스노우 잼 Snow Jam'이라는 곳이 눈에 뜨인다.

전면 유리로 사방이 막혀 있는 인테리어가, 딱 봐도 에어컨 빵빵한 카페다.

생각할 것도 없이 (발리는 에어컨 업소가 의외로 드물다) 바로 가게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는데, 오잉? 실타래?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소인 거 같다.


주문대 앞 홀 구석 자리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국인으로 보인다.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들 종류나 배치를 보아, 매니저나 주인인 것 같다.

반드시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내 경험 상 매장 운영자가 영업 시간에 홀 공간 손님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경우는 한인 업소 말고는 본 적이 없다.

마침 그 사람의 휴대폰에서 카톡 전화 수신음이 울려 전화를 받는데, 한국어 맞다. (한국인 말고는 카톡을 거의 안쓴다.)


왜 유독 한국인만 손님 테이블을 자기 업무를 보는 자리로 쓰는지, 볼 때 마다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 사람의 업소는 아무리 작은 곳이라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한국 문화가 원래 그런 것도 아니다.

국내 업소들 중 주인이 홀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서 일 보는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왜 유독 해외의 한인 업소들만 그럴까?

외국의 한인 업소라도, 고용된 매니저가 그러는 경우는 없는데, 주인이나 주인과 특수 관계인 사람만 그런다는 게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

아마도 '내가 여기 주인이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지 않을까 싶다.

외국이니 구설에 오를 일도 없다는 점도 한 몫 할테고.


프로페셔널 해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좋게 보이진 않지만, 아닌게 아니라 주인맘이니 알아서 할 일이 아니다.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추태도 아니다.

다만, '왜 유독 한국인만' 그러는지, 흥미로운 현상이다.


파라다이스 오션이라는 음료를 시켰다.

상큼한 과일 맛의 탄산수인데, 감탄스러울 정도로 맛있다.

한 모금 들이키니 깔끔한 청량함에 더위가 싹 가신다.

색깔이 예뻐서 살살 들어 마셨더니, 종업원이 와서 섞어서 마시라고 알려 준다.

역시나 촌놈은... ㅋㅋㅋ


섞었더니 굉장히 예쁜 보라색이 됐다.

맛도 더 좋았다.


서비스로 주는 작은 조각빵과 코코넛 잼

아마 스노우 잼이라는 가게 이름이 여기서 나온듯.

카페 매장 한 편은 여러 종류의 수제 잼을 파는 진열대가 있었다.


코코넛을 재료로 한 각종 음식을 흔히 접하는 내게도 맛있었다.

한국 관광객들도 대부분 정말 좋아할 맛이다.

기념품으로 추천할만 하다.


카페 뒷마당은 한국 스타일을 본 뜬 정자와...


아마도 롬복 Lobok 사삭족 Sasak 의 전통 가옥 스타일인듯한 야외 좌석(흡연석)이 있다.


낮에 저기 안에 들어가면 쪄죽겠다.

해가 떨어지면, 연인 좌석으로 그럴듯 하겠다.

모름지기 연인들이라 하면 으슥한 곳일 수록 사이가 더 돈독해지기 마련이다.

뭐 대범한 양놈들은 장소 상관없이 물고 빨고 하더라만...


카페 뒷마당 저편에 방치된 걸로 보이는 큰 건물이 보인다.

1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우붓이라고 해서, 가게만 내면 다 잘 되는 거 아니다.


주인이 홀 테이블에 앉았네 어쨌네 왱알거리긴 했지만, 스노우 잼 적극 강추다.

우붓 내 수많은 각국 업소들과 경쟁할 각오로, 아이템 제대로 준비해서 연 업소로 보인다.

적은 자본에 평균 이하 퀄리티를 한국 스타일이라고 포장해서 날로 먹으려는 업소였다면 추천 안했을 거다.

한국인 관광객을 주고객으로 삼아 동포 드립질 하지 않고, 글로벌 관광객 대상으로 실력으로 승부하려는 마인드가 느껴진다.

우붓 관광 하다가 더위에 지쳤을 때, 이 곳에 들러 에어컨 바람 쐬며 원기 충전하기 딱 좋은 곳이다.

네까 뮤지엄과 누리스 와룽에서 남쪽으로 600m 거리이니, 누리스 와룽 갔다가 네까 뮤지엄 둘러보고 이 곳에 들러서 음료 한 잔 하면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괜찮은 코스겠다.


스노우 잼에서 휴대폰으로 책도 읽고, 글도 끄적이면서 오랜만에 편하게 쉬었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 정말 그리웠다.

달랑 종이와 펜만 있어도 혼자 얼마든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난 사람들과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딱히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시간이 되어, 일행을 모시러 마사지 샾으로 갔다.

4시간 짜리 풀코스 마사지로 원을 푸신 일행분은 아주 신이 나셨다. ㅎㅎ


간만에 고기 좀 뜯어 볼까 하여 스테이크 전문점 마이 와룽 My Warung 에 갔다.

트립 어드바이저 우붓 지역 랭킹 무려 5위의 맛집이랜다.

그럭저럭 괜찮았던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 전문점 바뚜 바라 Batu Bara 가 11위이니, 그보다 더 괜찮은가 보다.

우붓 왕궁에서 스타벅스 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면 있다.


입구는 좀 찾기 어렵다.

도로 전면에 있지 않고, 사진 왼편에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돼지 목살 폭찹 스테이크와


쇠고기 립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맛은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다.

솔직히, 저 재료로 저거 밖에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 목살은 그냥 한국의 소금구이식으로 구워 먹는 편이 더 낫고, 쇠고리 립도 한국식으로 갈비찜을 해먹는 게 더 맛있을 것 같다.

트립 어드바이저 순위를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된다는 건 아는데, 참고라도 하다 보면 헛다리 짚는 일이 종종 생긴다.


물론 가격을 감안하니까 그렇다는 얘기다.

가격이 30% 정도만 저렴했어도 대만족 했을 거다.

뭐 그래도 오랜만에 두툼한 고기를 뜯었으니 그럭저럭 만족한다.
뜻하지 않게 여행기간이 단축되었으니 예산에 여유는 있다.


숙소에 돌아오니, 침구류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 놀랐다.

30만 루피아 이하의 저가 숙소는 따로 부탁하지 않으면 청소 서비스를 해주지 않는 게 보통이다.

수건은 새 것으로 교체해 주지 않았지만, 그것도 부탁하면 친절하게 해줄 거 같다.

추천할 만한 숙소다.

구글맵에서 한글로 '프라타마 하우스 우붓'이라고 치면 뜬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비수기에 가끔 20만 루피아 이하로 뜨기도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