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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인도네시아

[Bali 뒷풀이 휴식 여행] 1/8. 공항에서 오토바이 빌려 Ubud으로

명랑쾌활 2019. 11. 25. 09:47

플로레스 여행을 마치고, 발리에 잠시 들렀습니다.

항공권 가격 따져 보니, 엔데에서 자카르타까지 직통으로 가는 거나, 발리 찍고 가는 거나 차이가 없더라구요.

휴식 겸 해서 며칠 쉬었다 자카르타로 복귀하는 일정입니다.

물론 발리에 며칠 있을지 역시 딱히 정하진 않았고요.


이번 발리 여행은 우붓 잠깐 찍고 남부 지역을 돌아볼 계획입니다.

크게는 꾸따 슬라딴 Kuta Selatan 이라고 하는 이 지역은 한국인이 흔히 발리 하면 떠올리는 신혼여행지 누사 두아 Nusa Dua, 시푸드 식당들이 밀집한 짐바란 Jimbaran, 한국인들에게는 가루다 동상이라고 알려진 게웨까 GWK (Garuda Wisnu Kencana) 가 있는 웅아산 Ungasan, 울루와뚜 Wuluwatu 가 있는 쁘짜뚜 Pecatu, 그리고 발리에서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해변인 빤다와 비치 Pantai Pandawa 가 있는 Kutuh 지역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개발되어 발리 전통색이 약하고, 단체 관광객이 여기저기 우글우글한 지역이라 저랑 맞지 않아, 그동안은 가지 않았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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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40분, 발리 덴파사르 Denpasar 공항 도착

별다른 가이드 라인이나 안내 표시도 없이 활주로 지역을 가로질러 공항 건물로 걸어 간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신기해 보이겠지만, 인니에서는 이런 식이었던 적이 거의 대부분이다.


어째 시골버스에서 내린 짐 같아 보인다.


왼쪽의 흰 티를 입은 여성분이 내 옆자리에 앉은 덕분에, 비행기 타고 오는 내내 고생 좀 했다.

하체가 어찌나 튼실하신지, 엉덩이와 허벅지 옆부분이 팔걸이 밑으로 흘러 넘쳐 내 좌석까지 넘어 왔다.

내 엉덩이와 허벅지에 쩝! 밀착이 됐는데, 체온은 또 어찌나 높으시던지... =_=


신체적 특징을 비하하는 건 좋지 못한 태도다.

하지만 그 특징으로 인해 타인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건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하 받지 않을 권리가 있듯, 피해 받지 않을 권리도 있다.

아기가 기내에서 큰 소리로 울어 재끼는 걸 이해하는 것과 불쾌함을 느끼는 건 별개의 문제다.

'성인도 답답함을 느끼고, 기압차 때문에 느껴지는 귀의 이물감이 불편한데, 아이는 오죽할까'라고 논리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그렇게 이해한다고 해서 갑자기 뇌 속에 스위치가 켜져 아기 울음소리가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리는 일 따위는 없다.

불쾌하고 짜증나는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냥 참을 뿐이다.

간혹, 어쩔 수 없이 주변에 끼치는 폐를 끼치면서,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가책을 느끼게 되면 스트레스 받기 때문에 자기 합리화를 해버리는 거다.

당연한 일이 아니다.

이해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받게 되는 불쾌한 감정이라는 피해가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뭘 어쩌라는 건 아니다.

애초에 그럴 수 밖에 없어서 그렇게 되는 걸 뭐 어쩌겠나.

최소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사실은 받아 들이는 게 옳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주변 사람들의 양해를 '당연시'하는 순간, 염치 없는 사람이 되는 거다.


예전에 흡연 구역이 있었던 자리에 금연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흡연 구역은 좀더 외진 곳으로 옮겨 갔다.


공항에서 렌탈 오토바이를 인계받는 접선 장소

동남아 차량 공유 서비스인 그랩 Grap 이나 고젝 Gojek 도 이 곳까지 와서 타야 한다.

굳이 오토바이 렌탈 예약을 미리 하지 않더라도, 저 곳에 오면 영업하는 사람들이 들러 붙는다.

사진 속 길가에 줄줄이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들 대부분이 렌탈하는 오토바이인데, 오토바이 택시 영업도 한다.


발리 오기 전, 플로레스에서 오토바이 렌탈을 예약해뒀다.

'이치 렌탈 발리'라는 곳인데 홈페이지가 깔끔해서 선택했다. (http://ichirentbali.com/)

홈페이지에 있는 전화번호는 휴대폰 번호로, Whats App 이라는 메신저 어플로 교신을 한다. (인니인 중 카톡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행기가 발리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접선 장소로 오토바이를 갖다 주는 시스템인데, 실상은 도착하고 나서 다시 연락해야 한다. (그럴 거면 뭐하러 도착 시간을 미리 물어봐?)

아마도, 워낙 비행기 연착이 빈번하기 때문인 것 같지만, 그보다는 공급자 위주의 상도덕 마인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인니는 '고객 편의'라는 개념이 밑바닥 수준이다.)

혹시 몰라 공항 도착하자 마자 연락을 했었는데 (나는 인니의 서비스 시스템을 절대 믿지 않는다), 알았다면서 접선 장소를 알려 왔다.

대략 10여분 걸어서 접속 장소까지 왔으나, 역시나 아직 나와 있지 않았다.

다시 연락하니 지금 가는 중이랜다.

오토바이 타고 오는 중인 사람이 문자 답신을 한다? 중국집 배달이냐?


렌탈 오토바이 도착

오토바이 외양은 평범했지만, 엔진 등 내부 기능은 정비 상태가 좋았다.

공항 도착해서 연락한지 거의 1시간 만에 왔다.

렌탈 사무실에서 접선 장소까지는 오토바이로 넉넉 잡아 20분 거리다.

접선 장소 도착해서 연락하고 나서도 약 10분이 지나서야 출발했다는 얘기다.

원래 인니 서비스 마인드 수준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별로 화가 나거나 하진 않는다.

예약했는데도 다른 손님 빌려줘서 오토바이가 없으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나몰라라 취소하기도 하는데, 갖다 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치 렌탈 발리'는 현지인 대상 업체라서 그런지, 오토바이를 인수하면서 신분증 원본을 맡겨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여권을 맡겨야 한다는 뜻이니, 아무래도 리스크가 있겠다.
선금으로 총 렌트 비용의 일부(보통 50%)를 내고, 나머지는 돌려줄 때 지불한다.

덴파사르 공항에서 우붓까지는 보통 1시간 반 정도 걸리나, 길을 좀 헤매는 바람에 2시간 좀 넘게 걸렸다.
관광지와 달리 도심 지역의 메인 도로는 차들이 거칠게 달리는 편이라, 도심 운전에 익숙하지 않으면 좀 위험하다.
가뜩이나 배낭 무게 때문에 오토바이 중심이 흔들리기 십상이어서 오토바이 운전 실력이 중급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약해둔 숙소인 쁘라따마 하우스 Pratama House 도착


가성비 숙소답게 골목에서도 다시, 오토바이 한 대 겨우 지나갈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방은 넓고, 깔끔하고, 조용했는데 에어컨이 없었다.

아고다를 통해 예약하면서 비슷한 조건의 다른 숙소 에어컨 방에 비해, 유독 이 곳만 10만 루피아나 싸서 이상하다 했었는데, 아고다에 등록할 때 잘못 한 모양이다.

이런 일 역시 인니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그냥 확인만 하고 그러려니 넘어갔다.

2만 5천 루피아를 더 지불하면 2층의 에어컨 방으로 옮길 수 있었으나, 배정 받은 방도 높은 천정에 달린 팬 때문에 선선해서 그냥 쓰기로 했다.


짐을 풀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숙소를 나섰다.

이미 렌탈 오토바이가 있기 때문에, 따로 구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돌체 아란치아 Dolce Aracia 레스토랑의 파스타


이탈리아 사람이 운영한다고 해서 와봤는데,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맛있긴 한데, 우와 되게 맛있다... 하는 수준은 아님)

스파게티 가격이 7만 루피아 이상으로 비싼 축에 속한다.

피자는 5만 루피아대부터 있어 오히려 저렴하다.

역시 피자는 원래 서민 음식이 맞고, 한국에서나 고급 음식 취급을 받는 게 맞는듯 하다.


중고급 수준의 레스토랑이지만 에어컨이 없어서 좀 더웠다.

우붓 대부분의 식당들이 에어컨이 없다.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쉬다가, 오후 5시쯤 다시 저녁을 먹으로 나섰다. (먹고 자고 먹고~ ㅋㅋ)

이번엔 일행이 그렇게 가보고 싶다는 너티 누리스 와룽 Naughty Nuri's Warung 을 가는데... 속아 부렀다.


원조집이 아니라 새로 생긴 짝퉁집에 갔다.

예전에 가봤던 곳이라 구글맵을 보지 않고 갔는데, 원조집 조금 못미친 곳에 있는 이 곳 간판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 간 거다.

직원 아주머니에게 "인테리어가 많이 바뀌었네요." 하고 말을 붙이니, 아주머니가 겸연쩍은 표정을 애써 감추며 "그 가게는 조금 더 가면 있어요."라고 한다.

그 뻘쭘한 분위기란... ㅋㅋㅋ


원조집은 예전 그 자리에서 허름한 인테리어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원래 인니는 상표권 개념이 약하기 때문에, 유사 짝퉁 상호에 대한 규제나 죄책감이 별로 없다.


원조집은 네까 미술관 Neka Art Museum 입구 건너편 바로 정면에 있다.


가격대는 원조집에 비해 1~2만 루피아 저렴하다.

그나마 양심이 있어서 그런 건지, 원조집 손님 빼앗으려는 건지 모르겠다.


인테리어는 원조집에 비해 깔끔하고 쾌적하다.


원조집처럼 여기도 식당 입구에 불판을 갖다 놓고 주문하면 구워 나온다.


맛은 원조집과 별 차이 없다. ㅋㅋ

굳이 '원조'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곳에서 먹어도 나쁘지 않겠다.


누리스 와룽의 립 바베큐가 '인생립'이었다느니 하는 여행 후기 글들을 종종 봤는데, 글쎄...

당신의 인생은 그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신급, 여신급, 역대급, 우주급 등등 요즘 미디어를 보면 언어 과잉이 참 심하다.

마치 학창 시절, 무슨 일이든 크게 과장해서 부풀리며 호들갑을 떠는 실없는 친구를 보는 것 같다.

누리스 와룽의 립 바베큐가 맛있긴 하지만, 딱히 '내 인생 통 털어 길이길이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다.

돼지고기 누린내도 살짝 난다.


계산서에는 뜬금없이 나초 마마 Nacho Mama 라고 찍혀 있다. ㅋㅋㅋ

아마 사업자 등록 상호는 '나초 마마 누리스 와룽'으로 하고, 간판에는 누리스 와룽을 크게 박았을 거다.

정부에 등록하는 상호명은 반드시 중복을 피해야 한다.

인니가 아무리 상표권이 느슨한 나라라지만, 안그러면 관리가 안될테니까.


2차 저녁으로 CP Lounge에 갔다.

예전엔 그냥 CP Lounge였는데, '이탈리아 퀴진'이라는 단어가 새로 붙었다.

그리고 메뉴 가격대도 어어엄청 올랐다.

저녁은 누리스 와룽에서 먹었겠다, 그나마 저렴한 메뉴를 골라 시키고 맥주를 홀짝이며 분위기만 즐겼다.


음식과 칵테일 맛은 비싼 가격 인정할만큼 제대로였다.

실력 좋은 요리사를 새로 영입해서 진지하게 업그레이드 한 모양이다.


6시 좀 넘어서 갔는데, 이제 막 오픈을 해서 손님은 두어 테이블만 있었다.

8시 가까워지자 테이블들이 하나 둘 채워진다.

8시 좀 넘어서 라이브 연주나 디제잉 쇼가 시작된다.

원체 비싸다 보니, 대부분 다른 곳에서 1차 식사하고 2차로 오는 모양이다.

야외 클럽 스타일을 표방하기 때문에,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피곤하기도 해서, 미련없이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