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자동차로 갔다가 좁고 열악한 시골길에 심장 후드려 맞고 제기랄~ 제기랄~ 마법의 주문만 외우다 온 빠랑 산 Gunung Parang 에 재도전했습니다. (https://choon666.tistory.com/1104)
당연히 이번엔 오토바이로 갔습니다.
역시 인니의 시골길은 오토바이가 제격입니다.
애초에 인니의 도로는 유료도로를 제외하곤 전부 오토바이 통행 위주로 만들어졌으니까요.
이왕 가는 김에, 구눙 빠랑 근처의 구눙 렘부 Gunung Lembu 와 구눙 봉꼭 Gunung Bongkok 도 가봤습니다.
물론 산에 오르는 건 아니고, 그냥 한 번 가보기만 했습니다.
언젠가 몸이 가벼워지면 등산도 해볼까 생각은 합니다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살 빼면 저 옷 입을 거야~ 하고 몇년째 옷장에 고이 모셔둔 옷 같은 거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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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와봤던 길에다, 오토바이까지 탔으니 사진 찍는 여유가 생긴다.
이런 길을 승용차로 꾸역꾸역 지났던 거다.
다시 보니 참 용감했다 싶다.
오토바이는 도로 한 편에 잠시 세우고, 느긋하게 사진 찍기도 좋다.
마음이 느긋하니 전엔 안보였던 시골역도 눈에 들어온다.
한국의 시골역은 인니의 그것에 비하면 호화스러운 축이다.
입장이 바뀌어, 오토바이를 타고 트럭 옆을 지나치려니 쫄깃하다.
트럭과 손가락 한 마디 간격으로 스쳐 지났다.
승용차로 왔을 때는 눈으로만 담고 지나쳤던 풍경들을, 잠시 멈춰 느긋하게 카메라에 담는다.
숲그늘에 들어서면 온몸이 시원해지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오토바이의 장점이다.
땡볕 밑에서 온몸으로 더위를 맞는 부록도 있지만.
아파봐야 아프지 않은 몸상태의 고마움을 인식하듯, 뜨거워 봐야 그늘의 행복함을 누릴 수 있다.
구눙 빠랑이 보인다.
저번에 왔을 때, 지옥의 좁은 길 코스에서 빠져 나온 지점이 바로, 사진 속 붉은 옷을 입은 꼬마가 서있는 골목이다.
이 풍경을 보며 스위스가 떠오른 건, 다 광고의 세뇌 때문이다.
산 + 젖소 = 스위스
무려 36년 전 광고인데 아직도 노래를 기억하고 있다.
외우려고 외운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외워진 거라, 광고의 강력한 효과를 생각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구글맵에는 사진 왼편 큰 길이 구눙 렘부 등산로 입구라고 나왔는데, 오른편 길이 입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구글맵이 틀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에, 오른편 길로 가본다.
포장도 제대로 안된 좁은 시골길이다.
이상하다.
인터넷에서 찾아 본 구눙 렘부 관련 정보에 따르면, 차량도 다니고, 앙꼿 Angkot (미니 마을버스) 도 있다고 했는데, 여긴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자띠루후르 저수지 Waduk Jatiluhur 가 보이는 포인트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맞은 편에서 오던 사람도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사진을 찍는다. (뭐지?)
이쯤 지나면서부터는 낚였구나 싶었는데...
낚인 건 아니었다.
내 선택이 맞고, 구글맵이 틀렸다. ㅋㅋ
돈 좀 벌었는지 입구를 새로 단장 중이었다.
세멘 공구리 정성들여 쳐서 모양이 그럴듯하다.
입구가 좁아서 오히려 차량 진입에 방해가 될 것 같지만, 뭐 여기까지 차를 몰고 올 정도면 상관없겠지.
<출처 : 구글에서 막 퍼옴>
예전 입구
1. 불건전한 짓을 하지 마시오.
음... 어느 나라든 그러는 사람이 다 있나 보다.
2. 대소변을 보고 싶다면, 해방된 자연 속의 당신 습관에 따라 허락합니다.
...하긴 그 짓(?)이 자연을 해치는 행위가 아니긴 하다만... 어쨌든 멋지다! 대인배다!!
대개 이런 안내판 글들은 하지 말라는 내용만 있는데, 색다르다.
기왕 대인배라면, 불건전한 짓도 허락하는 건 어떨까 싶다.
사회의 속박에서 벗어나, 한낱 암컷과 수컷을 돌아가 해방된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음...
3. 자연 앞에서 건방진(무례한) 말을 하지 마시오.
이거 만든 사람 뭔가 독특하다.
4.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하지 마시오.
5. 사냥 금지
등산로가 그려진 큰 지도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등산로 설명을 하는 곳인듯.
그 뒤편으로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매점이 있다.
음료수 하나 사면서 매점 아줌마에게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나 물었다.
잘타는 사람은 1시간 반 정도, 보통 사람은 2시간 좀 넘을 거랜다.
그럼 난 3~4시간 잡아야겠군...
산으로 진입하는 입구
조금만 더 들어가 봤는데... 등산로가 그닥 친절해 보이진 않는다.
더 들어가 볼 생각이 들지 않으므로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