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ukit Panenjoan] 3/3. 돌아가는 길

명랑쾌활 2019. 6. 19. 10:49

앞뒤로 인가가 한참 떨어진 시골길 한편 그늘 한조각 아래 오토바이 행상이 쪼그려 앉아 쉬고 있다.

어디나 매한가지지만, 인니는 한국보다 더 땀 흘려 먹고 살기 만만치 않은 곳이다.

서민들 소비 가격대가 워낙 자잘하기 때문에 이문도 쥐꼬리만 하기 때문이다.

바소 Bakso 한 그릇에 500원 정도이니 많이 남겨봐야 200원 정도, 백 그릇을 팔아야 손에 쥐는 건 겨우 2만원인데, 100 그릇 팔릴 리도 없고, 그만큼의 재료를 싣고 다닐 공간도 없다.

그 장사거리마저도 이미 다 각자 한 구역씩 꿰차고 있고, 마을마다 텃세가 심해 쉽지 않다.


힘들게 일해서 버는 돈이 워낙 적으니, 일하지 않아서 벌지 못하는 손해도 적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삐대다 보면 그래도 점심 한 끼는 떼운다.

그래서 많은 인니 남자들은 놈팽이가 된다.

그 적은 돈이라도 없으면 당장 먹을 끼니가 없다는 현실에 맞닥뜨리는 건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다.

일거리 찾는다는 핑계로 나가버린 남편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식은 부인 눈앞에 엄연히 보이는 현실이다. 

자기 먹을 한 끼야 뭘로든 떼운다지만, 아이 먹을 건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인니 여자들은 한 푼이라도 벌겠다고 아등바등 날품을 판다.


푼돈이라도 벌겠다고 오토바이로, 자전거로, 손수레로, 어깨짐으로 행상을 하는 인니 남자들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들이 하는 일이 보잘것 없어 보인다고 해서,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도 그렇진 않다.


커브길 바깥쪽은 낭떠러지다.


구글 스트릿뷰에 나오지 않는 마을길이 끝나고 큰 길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었다.

우정의 정원 Kebun Persahabatan 이라는 곳이 있다길래, 내친김에 가본다.


표지판이 눈에 잘 안띄어 지나치는 일은 인니에서는 흔하다.


화물차 타이어를 재활용해서 만든 간판


대문이 닫혀있고, 불러도 아무 반응 없다.

하필 오늘이 쉬는 날인가 보다.


<사진 출처 : 구글 검색>

이런 걸 기대하고 왔는데...


구글 지도에 우정의 정원 지나 이어지는 길로 가도 뿌르와까르따 시내가 나오는 걸로 나와서 계속 가본다.


제법 괜찮은 길이 이어지다가...


몇 가구 없어 보이는 시골 마을이 나타나고...


비포장길이 나온다.

그럼 그렇지, 구글맵 100% 믿으면 안된다.

포기하고 그냥 원래 왔던 길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