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브까시 Bekasi - 당일치기] 악어 공원 Taman Buaya Indonesia

명랑쾌활 2018. 5. 7. 14:52

브까시 Bekasi 에 있는 악어 공원 Taman Buaya Indonesia 에 가봤습니다.

요즘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좀 있는데 당최 여행 짬이 안나다 보니, 이런 식으로라도 해소를 하려고 하네요.
콩알만큼도 기대하지 않고 갔습니다.
그냥 겸사겸사 궁금해서 가봤어요.
설령 악어 두어 마리 갖다 놓고서 공원입네 했어도 실망하지 않았을 정도로 실망하지 않을 준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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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뽀 찌까랑 Lippo Cikarang 에서 10km가 채 안되는 곳에 있다.

그런 곳이 있다는 건 2년 전부터 알고 있었고, 심하게 막히지만 안는다면 30분 이내 거리인데도 계속 미뤄졌다.

여행이 아니면 집에만 있으려는 성격인데, 여행이라 하면 자꾸 먼 곳만 가려하니 자꾸만 순위가 밀렸던 거다.
남산 밑에 있는 학교를 다녔으면서 남산 타워나 한옥 마을을 한 번도 가 본적 없던 이유도 그랬을 거다.


뚜둥~

조형물 좋아하는 인니인들 답게 악어 조형물이 떡하니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입장료는 2만 루피아

외국인 가격 따로 받지 않는 착한 곳이다.


사람 바글바글하면 어쩌나 하는 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발가벗고 뛰어다녀도 괜찮을 정도로 한산하다.


일하는 사람들 생계가 걱정될 지경이다.


깔리만딴 악어, 이리안 악어, 수마뜨라 악어 등등 악어도 종류가 참 많다.


오오... 악어가 바글바글 하고...


허술하다.

분리대가 허리 높이도 안된다.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역시 인도네시아다!

한국 같으면 기급을 할 일이지만, 애들도 보호자 없이 뛰어 논다.


하긴, 악어 신체구조를 보니, 1m 높이 장애물은 절대로 타고 넘을 수 없을 것 같다.


15~45년 나이의 수마뜨라 악어랜다.

악어가 45년 씩이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저러고 계속 가만히 있더라.

악어새가 이빨 청소한다는 그 건가 보다.


되게 게을러 보인다.


출입문도 사람 들어가지 말라기 보다는, 혹시 부주의하게 열려서 악어들 나올까봐 잠궈 놓은 게 아닌가 싶다.


<생수병이나 어떤 물건이든 악어에게 던지는 행위를 '강력히' 금지한다>

'강력히'라고 표현하는 거 보면 어지간히 많이들 던지나 보다.


<나이 14년 짜리 부아야 분뚱 Buaya Buntung>

<최고로 엄청 깜찍함>


어디가 깜찍해?


Buaya Buntung <출처 : http://catatanranselijo.blogspot.co.id>


buntung 은 '(꼬리 따위가) 잘린' 이라는 뜻인데, 부아야 분뚱은 꼬리가 없는 기형 악어를 뜻한다.

생식 능력이 없고, 힘도 약한 주제에 성질이 사납다고 한다.

당둣가수 Inul Daratista 가 부른 <Buaya Buntung> 에서, 능력도 없으면서 여자에게 빌 붙어 사는 남자에 비유됐다.

(참고로, 인니 유명 노래방 체인 이눌 피스타 Inul Vista 의 '이눌'이 바로 저 당둣가수 이름에서 따왔다.)

인니에서는 질이 안좋은 남자를 보통 악어에 비유한다.

있는듯 없는듯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사냥감을 꽉 물고 놓지 않는 악어의 습성이, 하는 거 없이 빈둥빈둥 놀다가 여자 하나 잡으면 꽉 잡고 등쳐 먹는 놈팽이 같아서 그렇다는데 아주 그럴듯하다.

내가 봐도 인니 놈팽이들 하는 짓이 딱 그렇다.


알비노 악어 Buaya Albino 라...


어디가 알비노?

하긴, 뻘밭 구르면 백인이라고 안시커매지겠나?


상단은 <악어는 법적으로 보호 받는 동물이다. 고기나 닭, 물고기 등을 1주일에 두 번, 한 번에 300~500kg 먹는다.> 는 교육적인 내용이다.

하단은 <악어에게 돌이나 캔 등을 던지지 마시오> 라는 내용인데, 맨 끝에 빨간 색으로 Sakit tau..! 라고 덧붙여 쓴 거 보고 빵 터졌다.

sakit 은 아프다, tau(=tahu) 는 알다라는 뜻으로서, 정황상 '아픈 것을 안다' 즉, '악어도 아픈 것을 안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문법상 tau sakit 이 맞는 어순인데 바꿔서 쓴 점이나, 공식적인 표현인 tahu 가 아니라 약간 비공식적인 tau 라는 표현을 쓴 점, 그리고 마치 덧붙여 썼다는 듯 글씨 크기가 앞의 공식적인 경고문 보다 작게 쓰여졌다는 점, 느낌표 등이 어우러져 마치, '악어들도 아픈 거 안다, 이눔들아.'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악어들이 워낙 가만히 움직이지 않아서 철없는 애들이 자꾸 뭘 던져댔을테니, 어지간히 빡돌아서 썼을 관리인 모습이 눈에 선하다. ㅋㅋ


바글바글 하긴 한데 당최 보이질 않는다.

악어 입장에서는 탁한 물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은 심심하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한 녀석이 재롱을 피우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분리대가 없었다면 무서웠을 재롱이다.


사진 어디에 악어가 있는지 잘 식별이 가지 않는다.

실제로도 그래서 사진 찍었다.

악어가 위험한 점은 저런 게 아닐까 싶다.

악어가 꽤 빠르다고는 하지만, 신체 구조상 도망치는 사람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 보다는 못보고 무심코 가까이 갔다가 불의의 습격을 받게 되는 게 훨씬 위험하다.


가장 컸던 녀석

길이가 대략 4미터 가까이 되었다.


넘어갈랑 말랑 하는 담장


거의 방치 상태인듯 하다.


저것도 진짜 악어 아닌가... 하고 유심히 쳐다봤다.

악어들 거의 전부가 미동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조형물 보고도 빵 터졌다.

가슴으로 상체를 받치고 엎드린 여자 조형물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험상궂지만 의외로 인기가 많았던 고릴라 조형물.

꼬꼬마들이 신나서 쪼르르 달려 저 밑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선해 보이지만 인기가 전혀 없었던 호랑이 조형물
개성있는 악당이 인기있는 시절이다.
자기 만족에나 쓸모 있는 선함 따위는 개에게나 줘버릴 세상


하루 두 차례, 11시와 2시에 뭔가 공연을 한다고 써있다.

하지만 11시 10분이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 안하는지 안내문 따위는 없다.

그런데 왠지 이해가 간다.


꼴랑 나 하나 있다고 공연이라도 하면, 내가 더 민망할 판이다.

열심히 하면, 열심히 민망할 거고,

잘한다고 박수를 쳐도 분위기가 초라할 거고, 안치면 침울할 거고,

오줌이라도 싸러 갈라 치면 조련사들이 실망할테니 참아야 할테고,

졸려도 잘 수 없고, 도중에 나갈 수도 없이 꼼짝마라 아닌가.


이눔들 데리고 벌린 입에 머리 집어 넣기도 하고, 막 레슬링도 하고, 막 떰부링도 하고, 막 불 붙은 링도 통과하고 막막 그러나 보다.


맨 앞의 큰 악어가 이 악어 공원의 간판스타 조꼬 띵끼르 Joko Tingkir 인듯.


악어가 분명히 날 쳐다 보고 있다.


악어를 실제로 보는 게 처음이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렇다.

동물원에 있는 모든 동물을 전부 다 보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어느 평범한 일요일에 심심해서 놀러 와서, 이렇게 가까이서 실컷 보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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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아무 기대를 하지 않기'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기에 유용한 기술입니다.

아무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 따위는 1도 없었고요, 오히려 이렇게나 많은 악어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고 악어만 득실득실 합니다. (그래도 인도미 컵라면 파는 곳 정도는 있습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겠다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권할 만 한 곳입니다. ㅎㅎ

리뽀 찌까랑에서 종골 Jonggol 방향으로 10 km 정도 가다 보면 대로변 오른편에 있으니 참고하시길.

아, 이래뵈도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악어를 보유한 악어 공원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본 정보이니 반만 믿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