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까시 Bekasi 에 있는 악어 공원 Taman Buaya Indonesia 에 가봤습니다.
리뽀 찌까랑 Lippo Cikarang 에서 10km가 채 안되는 곳에 있다.
그런 곳이 있다는 건 2년 전부터 알고 있었고, 심하게 막히지만 안는다면 30분 이내 거리인데도 계속 미뤄졌다.
뚜둥~
조형물 좋아하는 인니인들 답게 악어 조형물이 떡하니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입장료는 2만 루피아
외국인 가격 따로 받지 않는 착한 곳이다.
사람 바글바글하면 어쩌나 하는 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발가벗고 뛰어다녀도 괜찮을 정도로 한산하다.
일하는 사람들 생계가 걱정될 지경이다.
깔리만딴 악어, 이리안 악어, 수마뜨라 악어 등등 악어도 종류가 참 많다.
오오... 악어가 바글바글 하고...
허술하다.
분리대가 허리 높이도 안된다.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역시 인도네시아다!
한국 같으면 기급을 할 일이지만, 애들도 보호자 없이 뛰어 논다.
15~45년 나이의 수마뜨라 악어랜다.
악어가 45년 씩이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저러고 계속 가만히 있더라.
악어새가 이빨 청소한다는 그 건가 보다.
되게 게을러 보인다.
출입문도 사람 들어가지 말라기 보다는, 혹시 부주의하게 열려서 악어들 나올까봐 잠궈 놓은 게 아닌가 싶다.
<생수병이나 어떤 물건이든 악어에게 던지는 행위를 '강력히' 금지한다>
'강력히'라고 표현하는 거 보면 어지간히 많이들 던지나 보다.
<나이 14년 짜리 부아야 분뚱 Buaya Buntung>
<최고로 엄청 깜찍함>
Buaya Buntung <출처 : http://catatanranselijo.blogspot.co.id>
buntung 은 '(꼬리 따위가) 잘린' 이라는 뜻인데, 부아야 분뚱은 꼬리가 없는 기형 악어를 뜻한다.
생식 능력이 없고, 힘도 약한 주제에 성질이 사납다고 한다.
당둣가수 Inul Daratista 가 부른 <Buaya Buntung> 에서, 능력도 없으면서 여자에게 빌 붙어 사는 남자에 비유됐다.
(참고로, 인니 유명 노래방 체인 이눌 피스타 Inul Vista 의 '이눌'이 바로 저 당둣가수 이름에서 따왔다.)
인니에서는 질이 안좋은 남자를 보통 악어에 비유한다.
있는듯 없는듯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사냥감을 꽉 물고 놓지 않는 악어의 습성이, 하는 거 없이 빈둥빈둥 놀다가 여자 하나 잡으면 꽉 잡고 등쳐 먹는 놈팽이 같아서 그렇다는데 아주 그럴듯하다.
내가 봐도 인니 놈팽이들 하는 짓이 딱 그렇다.
알비노 악어 Buaya Albino 라...
어디가 알비노?
하긴, 뻘밭 구르면 백인이라고 안시커매지겠나?
상단은 <악어는 법적으로 보호 받는 동물이다. 고기나 닭, 물고기 등을 1주일에 두 번, 한 번에 300~500kg 먹는다.> 는 교육적인 내용이다.
하단은 <악어에게 돌이나 캔 등을 던지지 마시오> 라는 내용인데, 맨 끝에 빨간 색으로 Sakit tau..! 라고 덧붙여 쓴 거 보고 빵 터졌다.
sakit 은 아프다, tau(=tahu) 는 알다라는 뜻으로서, 정황상 '아픈 것을 안다' 즉, '악어도 아픈 것을 안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문법상 tau sakit 이 맞는 어순인데 바꿔서 쓴 점이나, 공식적인 표현인 tahu 가 아니라 약간 비공식적인 tau 라는 표현을 쓴 점, 그리고 마치 덧붙여 썼다는 듯 글씨 크기가 앞의 공식적인 경고문 보다 작게 쓰여졌다는 점, 느낌표 등이 어우러져 마치, '악어들도 아픈 거 안다, 이눔들아.'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악어들이 워낙 가만히 움직이지 않아서 철없는 애들이 자꾸 뭘 던져댔을테니, 어지간히 빡돌아서 썼을 관리인 모습이 눈에 선하다. ㅋㅋ
바글바글 하긴 한데 당최 보이질 않는다.
악어 입장에서는 탁한 물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은 심심하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한 녀석이 재롱을 피우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분리대가 없었다면 무서웠을 재롱이다.
사진 어디에 악어가 있는지 잘 식별이 가지 않는다.
실제로도 그래서 사진 찍었다.
악어가 위험한 점은 저런 게 아닐까 싶다.
악어가 꽤 빠르다고는 하지만, 신체 구조상 도망치는 사람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 보다는 못보고 무심코 가까이 갔다가 불의의 습격을 받게 되는 게 훨씬 위험하다.
가장 컸던 녀석
길이가 대략 4미터 가까이 되었다.
넘어갈랑 말랑 하는 담장
저것도 진짜 악어 아닌가... 하고 유심히 쳐다봤다.
악어들 거의 전부가 미동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조형물 보고도 빵 터졌다.
가슴으로 상체를 받치고 엎드린 여자 조형물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험상궂지만 의외로 인기가 많았던 고릴라 조형물.
꼬꼬마들이 신나서 쪼르르 달려 저 밑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하루 두 차례, 11시와 2시에 뭔가 공연을 한다고 써있다.
하지만 11시 10분이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 안하는지 안내문 따위는 없다.
그런데 왠지 이해가 간다.
꼴랑 나 하나 있다고 공연이라도 하면, 내가 더 민망할 판이다.
열심히 하면, 열심히 민망할 거고,
잘한다고 박수를 쳐도 분위기가 초라할 거고, 안치면 침울할 거고,
오줌이라도 싸러 갈라 치면 조련사들이 실망할테니 참아야 할테고,
졸려도 잘 수 없고, 도중에 나갈 수도 없이 꼼짝마라 아닌가.
이눔들 데리고 벌린 입에 머리 집어 넣기도 하고, 막 레슬링도 하고, 막 떰부링도 하고, 막 불 붙은 링도 통과하고 막막 그러나 보다.
맨 앞의 큰 악어가 이 악어 공원의 간판스타 조꼬 띵끼르 Joko Tingkir 인듯.
악어가 분명히 날 쳐다 보고 있다.
악어를 실제로 보는 게 처음이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렇다.
동물원에 있는 모든 동물을 전부 다 보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어느 평범한 일요일에 심심해서 놀러 와서, 이렇게 가까이서 실컷 보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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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아무 기대를 하지 않기'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기에 유용한 기술입니다.
아무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 따위는 1도 없었고요, 오히려 이렇게나 많은 악어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고 악어만 득실득실 합니다. (그래도 인도미 컵라면 파는 곳 정도는 있습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겠다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권할 만 한 곳입니다. ㅎㅎ
리뽀 찌까랑에서 종골 Jonggol 방향으로 10 km 정도 가다 보면 대로변 오른편에 있으니 참고하시길.
아, 이래뵈도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악어를 보유한 악어 공원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본 정보이니 반만 믿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