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안다란에 다시 온 이유는 하나! 전에 왔을 때 못찾고 그냥 왔던 찌뚜망 Citumang(근처 유명한 그린캐년을 본따서 그린밸리 Green Valley라고도 하는 곳)의 바디 래프팅을 하기 위해서다.
원래대로라면 8시 쯤 체크아웃하고 가서 바디 래프팅 하고, 복귀하는 계획이었으나, 어제 또 푼 관계로 속 아프다 어영부영 하다 보니 9시 반 쯤에 출발하게 됐다. ㅋㅋ
찌르본에 사는 친구 내려주고 가려면 토탈 9시간 쯤 걸릴 예상이니, 보디 래프팅은 물 건너 갔고, 그래도 찾아가 보기는 하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니저 아줌마는 없고,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애만 있다.
(딸인거 같으나 아닐수도 있다. 인니에선 아직도 초등학교나 중학교만 마치고 부엌데기 일 하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 않다.)
체크아웃 하자니까 눈을 사르륵 굴리더니 얼마에 묵기로 했냐고 나한테 되려 묻는다.
정가제가 아니니 아줌마와 얼마로 합의봤나를 모르겠지.
15만 루피아라고 하고, 20만 루피아를 내밀었다.
4만 루피아를 거슬러 준다.
1만 루피아는 아침에 커피 2잔 먹은 값이랜다.
ㅋㅋㅋㅋㅋ 저번에 왔을 때 무료로 잘 마신 커피가 갑자기 왜 한 잔에 5천 루피아?
알았다, 고맙다 하고 나왔다.
만약 영어를 썼다면 저런 허튼 수작 함부로 못한다.
영어는 못하는 사람이 죄인인 언어라, 자기가 뜯어 가는 것도 상대방에게 영어로 그럴듯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실력이 달리니, 그냥 포기한다.
(거기다 표정 연기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인니어로는 천연덕스런 얼굴로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싸바를 수 있다.
좀더 비약해서 얘기하자면, 영어를 구사할 때는 영어권 윤리관으로 생각하다, 인니어를 구사할 때는 인니식 윤리관으로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니가 그렇게 인니어를 잘한다니, 그럼 인니에서는 외국인 뜯는게 당연시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겠지?'
'인니어 잘하는 마음씨 좋은 한국인'으로 여행 다니면서, 늘상 겪는 일이다.
일일이 저런거 갖고 싸우면 끝도 없다.
대신, 원래 값에 열배 스무배 부르는 터무니 없는 바가지는 별로 없다.
한 두배 정도만 불러도, "뭐라고? 00루피아!?!" 라고 되물으며 다 안다는듯 씨익 웃기만 하면 가격이 저절로 내려간다.
그래봐야 현지인 가격엔 절대 안주지만. ㅋㅋ
낮 해변은 못본 친구를 위해 잠깐 해변에 들렀다.
고와서 잘 빠지지 않는 모래사장에 오토바이로 아이스크림 팔고 다니는 행상이 보인다.
바뚜 히우 Batu Hiu (저번 빵안다란 여행기 참조) 지나서인줄 알았는데 가기 전에 저렇게 푯말이 있다.
그때 당시엔 스쿠터로 비포장길 달리느라 정신없어 지나쳤나 보다.
좀 알려진 그린캐년은 비포장이지만 그래도 왕복 2차선이었는데, 찌뚜망 가는 길은 왕복 1.3차선 정도다.
차 서로 마주치면 이건 뭐...
다행히 마주치진 않았다.
어느 정도 가다보니 이쪽이든 저쪽이든 다 찌뚜망 간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직진 본능에 따라 녹색길로 계속 갔다.
결론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다.
안내판대로 우측으로 꺾어져서...
이런 완전 비포장 시골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마을길에 이렇게 차단봉이 내려져 있다.
돈 내고 지나가란 얘기다. ㅋㅋㅋㅋ
인니에서는 일반적으로 큰길 말고 마을 길은 마을의 소유다.
앞에 가서 서니, 아줌마 한 분이 낮잠 자다 나왔는지 부스스한 얼굴로 돈을 받는다.
이게 찌뚜망 그린밸리 관리소...라고 해야할지, 여행사무소라고 해야할지... 하는 곳.
올라가면 이러고 논다고 붙여놓은 플랑카드
일하는 사람 얘기로는, 입장료+구명자켓+찍사 겸 안내인 가격으로 1인당 7만5천 루피아고, 최소인원 제한 없어 혼자서도 상관 없다고 한다.
10명, 20명도 무조건 1인당 7만5천 루피아인데, 안내인이 많이 붙기 때문이란다.
...몇 번 가봤던 지인 말로는 다 개소리고, 어차피 흥정하기 나름이라고 한다.
7만5천 루피아라고 하는데, 입장료 1만 루피아에 나머지가 구명자켓이나 안내인 가격인데, 필요 없으면 안써도 된다.
시골 마을에 있는 조그마한 강인데, 올라가는 길만 알면 안내인 필요 없이 혼자 올라가도 쟤네들이 저지할 명분이 없다.
지인 같은 경우, 관리소(?) 지나쳐서 휘적휘적 올라가면 일하는 사람이 구명자켓들고 뚤레뚤레 따라오는데, 바디 레프팅 출발지에 서서 구경하는 척 하고 있으면 구명자켓 빌리라고 말 붙이면 흥정한다고 한다.
지인은 구명자켓 1벌 당 4만 루피아에 빌렸다고 한다. (2013년 8월 기준)
건물 뒤편에 사진으로 낮익은 곳이 보인다.
이곳이 시점이자 종점인 모양이다.
래프팅이라길래, 한참 차로 올라가서 내려오는 건줄 알았는데, 걸어서 10분 정도 올라간다나.
50cm 좀 넘는 깊이
물은 저 정도면 인니치고는 그럭저럭 깨끗한 편이다.
관리 사무소 등지고 바라 본 전경.
정면과 오른편에 보이는 건물은 식당이고, 그 사이로 난 길이 왔던 길이다.
관리사무소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길이 나있다.
아까 갈림길의 파란선쪽 길로 이어지나 싶어 갔는데... 막다른 길이다.
파란선쪽 길은 어떻게 된건지는 다음에 와서 알아봐야겠다.
둘러보고 나니 10시 30분 쯤, 역시 놀고 갈 시간은 없다.
바로 찌르본으로 출발했다.
요근래 날이 계속 가물고 더웠다.
찌르본에서 뿌르워끄로또 가는 길에 봤을 땐, 브레베스 Brebes 라랑안 Larangan 지역의 수로도 많이 말라있었는데, 오늘 길에 보니 모처럼 수문을 열었나 보다.
씻고, 빨래도 하고, 싸기도 하는 그 수로에서 애들이 뛰어놀고 있다. ㅋㅋ
TIP 1. 빵안다란-찌르본 : 5시간 소요. 따라서, 자카르타-빵안다란은 대략 8~9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됨.
TIP 2. 찌뚜망 그린밸리에 조그마한 방갈로 숙소도 있다고 함. 문제는 빵안다란에 좋은 숙소 많은데 굳이 거기서 묵을 필요가...
TIP 3. 찌뚜망 그린밸리에서 뭘 하고 노는가 보고 싶다면 구글에서 Citumang 검색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