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태국 0808

방콕 시내 첫 출정 ~부록 : 별 어려울 것 없는 휴대폰 사는 법~

명랑쾌활 2008. 10. 2. 15:43

헝그리한 전망의 방에서 쉬다 17시 쯤 동대문으로 갔다.
오오... 사진으로만 뵙던 사장님이 보인다. (무슨 연예인 보는 기분 ㅋㅋ)
투어 예약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앉아 있는 와중에 정신없이 일하고 계셨다.
말을 붙일 엄두가 나지 않아 얌전히 빈자리에 앉아 그 유명한 김치말이 국수를 시켰다.
(당연한 얘기지만 동대문의 홀서빙 들은 한글 메뉴를 알아 듣는다.)

정말 맛있었다. 140 밧.
한국에서도 이만큼 맛있는 김치말이 국수는 먹어본 적이 없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 음식을 한다고 그저 흉내낸 맛에서 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누구나 먹고 살아야 하니 만만한거 같아도, 누구나 살아오는 동안 수없이 먹는 것인지라, 은근히 정직하고 민감한 것이 입맛이다.
맛 없으면 아무리 친절해도 안가게 되는게 식당 인심이다.

동대문 음식 값 비싸다는 얘기가 종종 들린다.
" 원가에 비해 비싸다." 라던가, " 주변 시세에 비해 비싸다" 는 얘기는 아니었으면 한다.
음식이란게 맛있게 먹었으면, 치루는 값이 그에 합당한가 만 따지면 될 일 아닌가?
" 같은 한국사람 상대로 너무한다." 는 얘기도 생각해 볼 일이다.
장사다. 자선 사업이 아니다.
동포애는 위급할 때나 요청할 카드다.
요컨데 비싸면 먹지 말라는 얘기다.
" 값에 비해 맛이 별로다." 라는 얘기라면 뭐 할 수도 있겠지만.


맛있게 먹고 좀 앉아 있자니 낮익은 분이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헛! 태국 오기 전 가입한 태사랑의 소모임 <낀 아라이>의 잠신님 아니신가!!
번개 때 한 번 뵜을 뿐인데, 기억하시고 반갑게 맞아 주신다.
아무 약속 없이 만난 거라 더욱 반가웠다.
이 후, 잠신님은 무계획이었던 이번 태국 여행에 많은 도움을 주시게 된다.

일단 마분꽁으로 휴대폰을 사러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21시 쯤 다시 만나기로 했다.
잠신님은 굳이 람부뜨리 거리 입구의 택시 타는 곳까지 같이 나오셔서, 택시를 잡아주시며 중요한 정보를 가르쳐 주셨다.
1. 가급적이면 정차하여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보다 지나가는 빈 택시를 잡아타라.
2. 택시 기사들은 은근히 가격 흥정 후 가자고 유도하지만, 절대로 미터로 가라.

생각해보면 두 번째는 당연한 얘기다. 외국인이라면 한 푼이라도 뜯어 내려는 사람들인데, 미터보다 싸게 해주려고 가격 흥정을 하겠는가?

잠신님은 그래도 못 미더웠는지, 내가 타자 택시기사에게 미터로 가라고 얘기까지 해 주셨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택시기사는 일단 출발하여 10여 미터 정도 가자 도로의 많은 차들을 가리키며,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많이 막히니 200 밧에 가는게 어떻겠느냐고 꼬시기 시작한다.
아닌게 아니라 엄청 막힌다. 하지만 잠신님의 신신당부도 있었고, 마침 200밧을 제시하니 과연 미터로 얼마나 걸릴 거리에 그 가격을 제시한 것인지 알고 싶기도 했었기 때문에, 미터로 가자고 요구했다.
(물론 서로 실실 웃으며, 문법 무시 저질 영어로 대화했다.)
무지하게 막혔다. 방콕의 교통 체증은 서울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 녀석, 은근히 빙 돌아간다. (가는 길을 지도에 찍고 있었다.)
물론 밀리는 길 피해 가느라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마분꽁(기사 말로는 엠비케~ ㅋㅋ)에 도착했다.
가격은!?!? 98밧... 하여간 이 녀석들 ㅋㅋ
미터기의 숫자를 확인한 후 실실 웃으면서 100밧을 내밀었고, 기사 녀석도 실실 웃으면서 돈을 받는다. 물론 거스름돈은 당연히 없다.
짜식아~ 난 호치민도 갔었단다. 이 정도는 귀엽다.
능그러운 미소의 나라 태국~~

방콕 다니는 내내 여기저기서 다리 찢고 계시던 아저씨.
여기서 공연하고 계셨군.

마분꽁에서 어찌어찌 휴대폰을 사니 20시 반 즈음.
돌아가는 길에는 악명높은 뚝뚝이를 타보기로 했다.
J님이나 동대문 사장님이 극구 말리셨지만, 왜 말리셨을까 궁금했다. ㅋㅋ

일단 가격부터가 범상치 않다. 300밧부터 시작한다.
아우 이 것들이!!
방긋 웃으며 50밧을 제시했다.
150밧 부른다.
쏘리 바이~ 미련없이 몸을 돌려 차량 진행 방향으로 슬슬 걸어갔다.
찻길로 따라오며 가격을 부른다. 가격이 점점 내려간다.
80밧.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최종통보라는 엄숙한 표정.
택시를 탔으면 아마 그보다 쌌을 테지만, 한 번 타보고 싶었기 때문에 낙찰.

사진 어딘가에 있는 개를 찾아 보세요~

뚝뚝이 승차 소감은 쉐따빡 와따헬 이었다.
승차감 별로, 매연, 소음. 게다가 지붕이 낮아서 전망도 안좋다.
가다가 까스도 넣고 간다. 덕택에 뚝뚝이가 휘발유가 아니라 LPG로 간다는 사실은 알게 됐다.


동대문에 가니 잠신님과 나마스떼지님, 지미님 등 여러분이 계셨다.
잠신님의 소개로 동대문 사장님과 인사를 나눴다.
(찾아 오는 한국 사람들도 많을텐데, 덕택에 방콕에 있는 내내 사장님께 많은 배려를 받을 수 있었다.)

동대문에서 쪽갈비와 산 미구엘로 1차를 거하게 한 후, 카오산의 샴록에 갔다.
제법 수준있는 라이브, 자유분방한 분위기에 취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 몸을 흔들어 댔다.
그리고...
난 선불통화 200밧 채워 둔, 오늘 산 휴대폰을 잃어 버렸다.


~부록 : 별 어려울 것 없는 휴대폰 사는 법~

모회사의 렌탈폰을 보면 1주일 기본 만 6천원에 하루 추가 당 천원이란다.
2주면 2만3천원, 3주면 3만원이다.
인터넷으로 알아 본 결과 태국에서 싼 휴대폰은 우리나라 돈으로 2만 얼마에서 3만 얼마란다. (베트남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심카드 시스템이기 때문에 심카드만 바꿔 끼우면,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태국에서는 마분콩 4층이 싸다고 한다. (인터넷은 좋은 것이여~)
마분콩까지는 알아서 간다. (참고로 카오산에서 택시로 50~100밧)

마분콩 4층이다.
언어가 안돼도 상관없다. 진열장에 샘플 휴대폰과 가격을 붙여 두었다.
(안붙여둔 곳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가격도 정찰제가 아니라는 것.
대폭 깎을 수는 없지만 흥정하면 깎을 수도 있다.
대개 어느 가게나 가격이 거의 같지만, 가끔가다 동일 기종에 대폭 싼 가격이 붙어 있는 가게도 있다. 이런 경우, 중고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물건을 사기 전에 새 것인지 중고인지 꼭 물어 본다.
" 이즈 디스 뉴 원?" 정도 가볍게 날려 주시면 대답해 준다.
보통 심카드를 끼워 주나, 가격 약간 싸게 해서 심카드 빼는 곳도 있으니 확인 필.
" 위드 심카드?" 정도 해주면 되겠다.
다리품 팔아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 몇 천원 싸게 살 수도 있으니, 그러고 싶은 사람은 그러고 싫으면 걍 젤 크고 사람 많은 곳 가서 사면 된다.
(별 차이 없다.)

새 것 달라고 하면, 어디론가 가서 봉인 안뜯은 박스를 가져 온다.
(용산에서 보던 그 광경이다.)
어차피 테스트 하려면 심카드 끼우고 켜봐야 하니, 심카드 끼우는 법은 그때 배우자.

좀 쓰다가 되팔고 싶다면, 가격 흥정하고 나서 바로 물어보면 꽤 좋은 조건을 들을 수 있다. (내 경우, 1400밧 휴대폰 2주 정도 쓰고 되파는 조건으로 9백밧에 산다고 했었다.)
좀 번거롭지만, 렌탈보다 싼 건 확실하다.(게다가 새 것이다.)
그 가게 명함에 되사는 가격 적어 달라는 센스도 좋다.

요금 선불 충전도 바로 하려면 해도 되고, 아니면 편의점 가서 잔뜩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내밀어도 알아서 충전해 준다.
(그런 외국인이 많아서 그런지, 말 안해도 보통 눈치로 알아서 해준다.)
" 하우 머치?" 라고 물어오면 " 원 헌드레드" 나 " 쓰리 헌드레드" 라고 대답해 주시면 되겠다. (2백밧 짜리, 4백밧 짜리 그런거 없다. 횽한테 조낸 맞는다. -ㅂ-;)

난 삼성 슬림 바형 C-130을 샀다.
(휴대폰 랜탈 업체에서 1주 만6천원, 추가 1일 당 천원이라는 그 기종이다.)
당시 어느 매장이나 있던 가장 보편적이면서 덜 후져 보이는 주력 기종이었다.
가격은 처음 샀을 때 천4백 밧, 잃어버리고 다음 날 딴 가게 가서 샀을 때는  천3백5십밧.
처음 갔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써 붙여 둔 가격이 정찰이겠거니 하는, 한국 사고방식으로 그냥 돈주고 샀다.
잃어 버리고 다시 가서 사려니, 그 가격에 사는 것이 억울해서 깎았다.(다른 가게에서)
두 번째 휴대폰은 애지중지 잘 챙겼다.
나중에 베트남 넘어가서 심카드 바꿔 끼우니 탈없이 자알 작동했다.

듣자니 주파수가 달라서 미주 지역과 나머지 지역의 호환은 조건이 있긴 하지만, 다들 심카드 체계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심카드 체계가 여러모로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이다.
오직! 한국과 일본 만이 심카드 체계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한다.
뭐가 통신 IT의 강국이란 얘긴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휴대폰 체계를 심카드 체계로 바꾸면 가장 타격을 받을 곳이 어디일까?
생각해 보라.
그러면 현재의 통신체계를 유지하려고 정부에 로비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게 될 것이다.
더불어 무선통신 요금이 왜 비싼지, 왜 인하를 하지 않는지도 부록으로 알게 될 것이다.
뭐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
안다고 달라질 것도 드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