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쁠라부한 라뚜 Pelabuhan Ratu ~서핑~ 3/4

명랑쾌활 2010. 5. 29. 16:38
앞에도 말했다시피, 대양에 맞닿아 있는 해변이라서 그런지 파도의 힘이 좋다.
한국의 동해가 태풍 영향권에 가까와지면 치는 파도보다 더 힘이 좋은 파도가 늘 밀어닥친다.
해수욕에는 적당하지 않고, 서핑하기 딱 좋은 해변이다.

주 고객층이 외국인이다 보니 서핑보드 대여소도 영어 위주로 꾸며져 있다.

해변에서 바라본 대여소 전경.
그냥 소박하다.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주인 아자씨.

흥정에 들어간다.
보통 하루에 10만 루피아, 1만 2천원 정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하루는 오후에 빌렸으면 다음 날 오전까지도 가능하다는 얘기.
들고 튈 만한 물건이 아니어서 그런지, 숙소로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다.
반나절은 5만 루피아.
인니의 모든 상거래가 그렇든 흥정 가능하다.
주로 외국인 상대이다 보니까 가격 높게 후려치고, 깎아가며 절충하는 식은 아니다.
그냥 세 명 정도가 한꺼번에 빌리니 반 나절 정도는 서비스 해달라, 이런 정도?

너무 작은 옷을 주는 바람에 몸부림치고 있는 나.
서핑보드를 빌리면 옷도 덤으로 공짜로 빌려준다.
(공짜로 빌려 주지 않으면 욕 먹을 수준이다.)
피부가 약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팔꿈치까지는 내려오는 옷을 권장한다.
서핑보드랑 문대다 보면 피부가 빨갛게 일어나거나, 긁히게 된다.
(해수욕장에서 웃통 벗고 튜브 끼고 놀다가, 그 날 밤에 젖꼭지 부어서 고생한 남자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웃통 벗고 멋지게 서핑하는 양키들은, 피부가 이미 충분히 단련됐으니까 그러는 것이다. ㅋㅋ

결정적으로 아주 절묘한 부분에 구녕이 뚫려 있다.
정확하게 저 부분으로 젖꼭지가 고개를 내민다.
너무 민망해서 약간 돌려놓고 찍은 사진.

두둥!
결국 거기 있는 것들 중 가장 큰 사이즈로 교체.
문제는 옷 색깔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곳 인니의 남해 해변에는 녹색 옷을 입고 해변에 나가면 니 로로 키둘 여신이 잡아간다는 전설이 있다.
이거 괜찮겠냐고 물어봤더니 낄낄 웃으며 괜찮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종되는 사건이 좀 있었는데, 그 후로는 없댄다.
몇 년 전이라... -_-;;

한국 동해의 파도가 먼 곳에서 세게 치다가 해변 가까이에 오면 수그러지는 것과 반대로, 해변 근처에서 강하게 올라온다.
게다가 보기보다 엄청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파도를 타면 모래밭에 처박힐 때까지 그 힘이 유지된다.
수영 잘 못하는 서핑 초보자에게 딱 적당한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중학생 정도면 저정도는 누구나 탄다고 한다.
직접 타 본 경험에 의하면, 저거 무지 잘 타는 거다.
인니에는 ' 파도에서 널빤지 타기' 라는 뜻의 슬란짜르 Selancar라는 단어가 따로 있다.
단어가 있다는 얘기는 그런 문화가 독자적으로 있다는 얘기다.

일단 대책 회의를... 라고 해봤자 애들 타는 거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영이와 나를 가르쳤던 소년들.
가르친다고 해봤자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서핑보드에 태워 파도 포인트까지 끌어다 주고, 파도에 맞춰 뒤에서 밀어 추진력을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도 초심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거다.
어떤 파도가 적당한 파도인가는 숙력되지 않으면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파도의 속도에 맞춰 스피드를 내지 않으면, 파도가 그냥 휩쓸고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탈 수가 없다.
혼자 탄다면 그걸 팔 젓는 것 만으로 파도 속도와 맞춰야 하는데, 초보자에겐 거의 불가능하다.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서핑 장면은 무지 잘 타는 사람을 찍은 거라 쉬워 보일 뿐, 실제로는 서핑보드에서 일어서는 것은 커녕, 파도를 타러 파도를 거슬러 나가는 것도 어렵다.

강습비는 1시간에 5만 루피아(6천원) 정도인데, 30분을 타던 어쨌든 최저가 그렇다는 얘기고, 두 어 시간을 타도 5만 루피아로 가능하다.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 생각한다.
흥정 잘못하다가 곤란한 경우를 당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
정찰가 제도가 아닐 경우의 양날의 칼이다.

중앙의 히데키처럼 저렇게 파도를 타는 것인데, 일단 타면 일어나지 않아도 뭍까지 계속 밀려 처박힐 정도로 파도 힘이 좋다.
오른 쪽은 영이가 강습 받고 있는 장면.

파도에 맞춰 저렇게 뒤어서 쭈욱 밀어주는데...

일어서다 중심을 잃으면 저렇게 흔적도 없이 처박힌다.
저 때 괜히 서핑보드 잡고 늘어지면 여기저기 부딪혀 타박상을 입으니, 시원하게 떨어져 버려야 한다.

그 앞의 꼬마들은 1m도 안되는 작은 보드를 가지고 나와 능숙하게 잘 타고 논다.
한 명은 여자아이.
파도가 뭍까지 오기 때문에 저렇게 얕은 곳에서 탈 수 있다.
파도를 타는 거리가 짧을 뿐이다.
교육이 잘 되어 있는지, 지금 있는 곳보다 더 깊은 곳까지는 가지 않는다.
(이 녀석들 수영 잘한다. -_-;)
나를 가르쳤던 소년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저렇게 어렸을 때부터 타기 시작했으며, 여기 아이들은 다 저렇다고 한다.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스윽 나타나, 옆에 앉는 개 한 마리.

바닷가의 개답게 바닷물을 즐긴다.

개가 좋아할 급소를 잘 아는 내게 걸리면...

다 이렇게 된다.
개에게 있어선 마성의 인간이라고나 할까... 음홧홧!
(근데 입맛이 쓰다. 여자에게 마성의 남자이고 싶다... -_-;)

해변하면 역시 축구!
어딜 가나 애들 노는 모습은 똑같다.

아니다, 한국에서는 이제 보기 힘든 광경이겠다.
다들 학원이다, 과외다 바쁠테니.
모쪼록 어린 시절을 희생한 보답을 누리기 바란다.
그나저나 너도 나도 다 학원, 과외면 나중에 누가 위에 서고, 누가 치닥꺼리 하려나?
어릴 때 실컷 놀고, 커서 치닥꺼리 하는 것보다 더 비참할 일이다. -_-;
이건 건전한 의미의 경쟁이 아니라, 치킨 게임이다.
얼마나 더 열심히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더 희생할 것이냐의...

우리가 있어 서퍼의 미래는 밝다!
보아라, 저 드넓은 바다를!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