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발리 아메드 Amed] 3. 아메드에서 산길 타고 라항안 스위트 Lahangan Sweet

명랑쾌활 2023. 10. 4. 11:49

오늘 낮 일정은 각자 갖기로 했다.

아내는 맛사지 풀케어, 친구 동생은 스킨 스쿠버, 난 스쿠터 라이딩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내 일정이 돈이 가장 않든다. 하하...

혼자 여행하던 시절엔 돈 별로 안들어서 자주 다녔는데... 으음...

 

아메드는 스노클링과 스킨 스쿠버가 유명하다.

아침 먹고 숙소 직원에게 스킨 스쿠버 물으니, 가까운 다이빙 샾에 친구 동생을 데려다 줬다. (그리고 친구 동생은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ㅇㅅㅇ;)

저녘에 들어보니, 다이빙 샾 도착했는데 마침 출발하려는 그룹이 있어서, 바로 합류했다고 한다.

침몰한 작은 배 포인트도 있고, 왕거북이 만나서 바로 옆에도 가보고, 그럭저럭 괜찮았댄다.

비용은 120만 루피아였나, 150만 루피아였나 그랬다.

 

아내를 아메드 스파에 데려다 놓고 출발.

 

아메드 뒷산 고갯길 타고 올라가 라항안 스위트 전망대 Lahangan Sweet 갔다가, 그대로 넘어가 렘푸양 대사원 Pura Agung Lempuyang 지나서, 구글맵 눈여행 때 찍어둔 경치 좋을 거 같은 노변 가게 들러 커피 한 잔 때리고, 아메드로 복귀하는 코스다.

 

일단 라항안 스위트까지.

고갯길 따라 계속 오르막 코스다.

원래 사전 정보 조사 때는 리스트에 없었는데, 공항 픽업 기사에게 갈만한 곳 물어봤을 적에 추천한 곳이다.

아메드 뒷길은 위험하니 큰 길 따라 빙 돌아서 가라고 했는데, 그런 말은 또 안듣는 게 맛이다.

 

출발.

오랜만에 혼자 움직이니 예전 혼자 여행다니던 시절 기억난다.

신경 분산될 일행 없이, 가고 싶으면 가고 서고 싶으면 서고 낯선 곳 둘러보며 이런 저런 사색도 하고...

그래, 이 맛이었지.

온전히 혼자, 편하게 침묵하고 이러저리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을 타는 즐거움.

 

저 멀리 병풍같은 산을 타넘...지는 않고, 그 옆에 고갯길이 있다.

 

아스팔트 길이 빗물에 쓸려 반쯤 무너져 내렸다.

 

저 끝부분부터 본격적인 산속 굽이굽이 오르막 고갯길이 시작된다.

워낙 길이 좁고 경사가 심한데다 180도 꺾어지는 굽이길이 이어져서 중간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진 찍을 짬이 거의 없었다.

 

적당한 곳이 있어서 한 컷.

저 끝에서 완전히 U자 코너 구간에 급경사까지 겹쳐있다.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길이었다.

스로틀 조절이 서투르면 코너링하면서 길 중앙을 넘어 반대편까지 침범해서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이나 오토바이와 사고가 날 수 있다.

 

혹시 고갯길 바깥쪽으로 벗어나면 가드 레일 없이 그대로 추락이다.

오토바이 익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 그럭저럭 타지만 뻣뻣한 - 사람은 이쪽 코스는 자재하길 권한다.

어차피 고갯길 전까지만 경치가 좋고, 오르막 타는 중에는 시야가 막혀 경치가 그리 좋지 않다.

 

오르막 고갯길 끝지점.

렘푸양 대사원 - 라항안 스위트 이어지는 길과 만난다.

사진 오른편이 올라온 길, 왼편이 라항안 스위트 가는 길

 

오른쪽이 라항안 스위트 2.5km 안내판.

왼쪽의 더 크고 잘 보이는 안내판은 라항안 스위트 가기 전에 있는 식당 것.

마을 사람들 다수가 돈을 모아 만든 것보다 개인이 장사하겠다고 만든 것이 더 크고 좋은 게 바로 자본주의의 묘미다.

 

저쪽은 렘푸양 대사원 방향

 

차 한 대 반 너비의 아스팔트 오르막길

산등성이를 따라 난 길이라 양옆은 경사 급한 산비탈이다.

 

통신탑을 건설한 덕분에 비교적 상태가 좋은 아스팔트 길이 깔렸을 거라 추측한다.

인니 시골을 여행하다 보면 인적이 드문 것에 비해 지나치게 상태가 괜찮은 포장도로가 산꼭대기까지 이어진 걸 간혹 볼 수 있는데, 그런 경우 어김없이 통신탑 같은 국가 기간 시설이 있다.

 

라항안 스위트 진입로 도착

딱 봐도 민간 자본 투자 사업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마을 땅 개발한 곳 같은 분위기다.

 

진입로 맞은 편.

벌써 경치가 좋다.

 

지프를 타면 입구까지 데려다 준다. 왕복 5만 루피아고, 입장료는 입구에서 따로 내야 한!

'아직까지는' 지프를 반드시 타야하는 건 아니다.

가격 등등 물어보면서 지프 타야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아니다. 오토바이 타고 올라가도 된다. 그런데 길이 매우 안좋아서 위험하니, 오토바이 잘 못타면 지프 타고 올라가길 권한다.' 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위험하네 어쩌네 겁 주며 지프 이용을 유도하지도 않고 쿨했다.

하지만, 방문객이 많아지면 지프 타는 걸 강제할 확률이 90%라고 예상한다.

당연히 장삿속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안전 때문이다.

길 좁고 위험한데, 어중이 떠중이 많아지면 100% 사고나기 때문이다.

그냥 오토바이 부딪히는 사고가 아니라, 길 한쪽이 절벽급 급경사다.

 

라항안 스위트 진입길 초입

비포장 흙길이다.

그나마 여기는 잘 닦인 편이고, 좀 더 들어가면 물길 지나가서 깊이 파이고 돌이나 자갈로 잔뜩 덮인 길이 나온다.

게다가 급경사 코너가 많고, 길 한편이 가드레일 없는 산비탈 코스도 있다.

지금껏 오토바이로 인니 이곳 저곳 다닌 길 중 최고 난이도다. 길이 너무 위험해서 사진 찍을 짬도 없었다.

아메드에서 여기까지는 온 고갯길도 난이도가 높지만 뒤에 사람 태우고도 올 수 있겠는데, 여긴 나도 자신없다.

만약 아내랑 왔다면, 중간에 내리게 하고 혼자 올라갔을 난코스가 몇 군데 있었다.

엔간하면 지프 타길 적극 권한다.

그냥 걸어서 올라가는 서양인 두어 명 봤다.

 

구경 다 하고 내려가기 전에 찍은 사진.

울퉁불퉁한 흙길이라 미끄러지기 쉬워서 스로틀을 실수로 세게 당기면 헛바퀴 돌며 방향이 휙 틀어진다.

작은 자갈돌이나 움풀 파인 물골 경사 옆면을 밟으면 바퀴가 확 틀어지고.

라인을 잘 봐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저속을 유지하도록 스로틀 조절을 할 수 있어야 덜 위험하게 지날 수 있다.

재능이 아니라 숙달의 영역인데, 렌탈 오토바이의 상태는 천차만별이라는 게 문제다.

여행 다니며 제법 타봤다는 정도로는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알리려 구구절절 설명했다.

그럼 난 잘타서 올라간 거냐 싶겠지만, 운이 좋았던 게 크다.

염치불구하고 낭떠러지 반대편인 우측으로 붙어서 올라갔고 (인니는 좌측 통행), 다행히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이나 사람이 없었다.

몇 차례 식겁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 그때 잘못 조작했으면 최소한 자빠지는 사고는 당했을 거다.

 

라항안 스위트 입구 앞 도착

개인이 타고 온 오토바이는 몇 대 없다.

입장료 외국인 3만 루피아.

오랜만에 외국인 취급 받았다. ㅋ

지난 몇년간 어딜 가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현지인 취급 받았는데, 팬데믹 기간 햇빛을 별로 쐬지 않아서 때깔이 좀 돌아왔나 보다.

 

입구 통과하면 이런 길을 따러서 다시 몇 분 정도 들어간다.

 

흙길이라 허접해 보이지만 큰 수고가 들었을 거다.

주변 풀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열대지방은 두어 달만 지나면 풀이 발목애서 무릎 높이까지 무성해진다.

그렇게 무성해지면 뱀이나 각종 동물이 활동하게 되고.

보도블럭을 까는 건 돈이 필요한 일이라 복잡하지만, 노동력을 쏟아 부으면 되는 일들은 열심히 했을 거다.

 

대략 이런 분위기다.

 

대충 그려본 라항안 스위트에서 보이는 뷰 범위 (노란 원 안)

 

남서쪽 경관

 

저 골짜기 사잇길로 아메드에 이어진다.

 

섬같은 산골 마을

 

서쪽 풍경

아궁 산 Gunung Agung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인데 아쉽게도 구름에 덮였다.

일부 시설이 아직 공사중인 게 보인다.

펜데믹 기간 동안 모든 게 올스톱이었다가 다시 재개하는 것 같다.

 

좀더 안쪽으로 가면...

 

아메드 진입하는 주도로에 늘어선 마을이 보인다.

해안가에 늘어선 안쪽 마을은 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늗다.

 

전망대 끝

 

북서쪽 경관을 볼 수 있다.

 

 

발리 어딜 가나 있는 발리 스윙 5만 루피아.

인니 안전 의식 수준을 아는 난 저거 못미더워서 못타겠던데, 여자들은 잘도 타더라.

안전할 거라 믿는 건지, 인생샷 앞에 용감한 건지.

 

발리 스윙 아무도 안타서 심심해하는 관리인 마을 청년과 담배 한 대 피우면서 노가리 깠다.

밑동네 렘푸양 대사원이 대박 치는 거 보고 자극 받아서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조성했단다.

아궁산 보이는 경치는 이곳이 훨씬 끝내준다고. (인정한다!)

2018년도부터 개장했는데, 팬데믹 뚜드려 맞는 바람에 문 닫았다가 작년 말부터 다시 문 열고 계속 개선 중이고,

렘푸양 찍고 오거나, 렘푸양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몇 명 노력으로 될 규모의 일이 아니다.

잘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