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식 결혼을 하려면 당연히 무슬림으로 개종해야 합니다.
정확히는 무슬림이라는 증거를 구해야 합니다.
한국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신앙은 개인 내면의 문제인데 뭔 증거가 있고 자시고냐 싶겠지만, 인니 현지인의 신분증에는 종교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인니 국가 원칙 상 신앙은 국민의 의무이고, 국가가 인정하는 6개 종교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등록증에는 종교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외국인에게 종교 선택을 강제할 순 없겠지요.)
그래서 외국인은 무슬림 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정확한 명칭은 '이슬람 입교 확인(선언)서 Surat Pernyataan Ikrar Masuk Islam 입니다.
보통 인니 정부가 인정하는 이슬람 최대 단체인 무이 MUI (Majelis Ulama Indonesia) 각 지역 지부에서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무함마디야 Muhammadiyah 라는 다른 단체도 있습니다만, 성향이 과격해서 인니 정부도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
원래 현지인 무슬림이라면 굳이 MUI에 가입하든 말든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외국인이나, 타종교 신도인 현지인이 MUI에 가입함으로써 단체의 공신력에 기대어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근거인 셈입니다.
입교 확인서 발급에 필요한 서류는 하기와 같습니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 여권 복사본
- ITAS
- SKTT 복사본 or Domisili 원본 (실거주 증명)
- 증명사진 3매 (3*4 사이즈 빨간 배경)
- 마뜨라이 Materai (수입인지) 2장
SKTT는 ITAS 등록을 절차대로 완료했다면 가지고 있을테니, 그 복사본을 쓰면 됩니다.
지역에 따라 반드시 Domisili를 요구한다면, 살고 있는 집 관할 통반장에게서 발급 받습니다.
마뜨라이는 깐또르 뽀스 Kator Pos (우체국) 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1만 루피아 짜리만 있습니다.
정식 절차는 기도법, 교리, 주요 코란 구절 암송 등 교육을 최소 2주 이상 받아야 입교 자격을 부여 받습니다.
기독교의 세례나 천주고의 영세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식 절차를 통해 입교를 하고자 한다면, 사는 곳 인근 머스짓 Mesjit (이슬람 사원) 에 찾아가 얘기하면 됩니다.
딱 2주가 아닌 모양입니다. 2달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머스짓마다 다른 건지, 교육 받는 사람의 진도에 따라 다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천주교의 대세처럼 이슬람 입교도 상황에 따라 교육 건너뛰고 약식으로 받는 방법도 물론 있습니다.
이슬람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습니다. (한국의 군대에서도 날림으로 세례나 영세를 받기도 하지요. ㅋㅋ)
약식 절차를 원한다면, 인맥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슬람 사원에 대뜸 찾아가서 약식으로 입교 확인서 달라고 한다 해서 냉큼 알았다고 할 문제는 아니니까요.
납득할 명분 없이 약식으로 펑펑 발급해 준다면, 돈 받고 찍어준다고 소문 나기 십상입니다.
가장 유력한 건 아무래도 예비 배우자 쪽에서 알아서 해결해 주는 방법이겠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정식으로 이슬람식 혼인식으로 하기를 바라는 집안이라면, 이슬람 입교도 제대로 정식 절차대로 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쪽 집안에 "대충 약식으로 이슬람 입교 할 방법 없을까요?"라고 할 수는 없으니 난감한 상황 되겠습니다.
예비 배우자 쪽에서 도움 받기 애매하고, 정식으로 하는 건 죽어도 싫다면, 주변의 무슬림 현지인에게 물어 물어 방법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결혼하기 위해 이슬람에 입교하고 싶은데, 약식으로 좀 간소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냐." 뭐 이런 식으로요.
그럼 자기가 자주 가는 머스짓의 우스탓 Ustad (종교 지도자) 에게 물어보거나 주변에 알음알음 수소문해서 알아봐 연결해 주는 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 우스탓은 정확히는 종교 지도자는 아닙니다. 마을 이슬람 사원을 관리하고 기도를 주재하며 종교 관련 의문을 설명해주거나 다툼을 교리로 중재하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존중을 받습니다. 이슬람 사원 규모에 따라 한 명 이상이 있기도 합니다.
약식이지만, 최소한의 조건은 있습니다.
사안의 성격상 명시된 정확한 기준이 없습니다만, 제 경험과 다른 경험자들에게 들은 바를 종합해보면...
수낫 Sunat (포경) 확인 - 남성 한정, 만디 버사르 Mandi Besar, 참관자들 입회 하 입교 의식 진행, 세 가지입니다.
* mandi 목욕 ** besar 큰
수낫 확인은 지역에 따라 하는 곳도 있고, 그냥 넘어가는 곳도 있습니다.
수낫 확인한다고 해서 종교 지도자가 무식하게 바지 까고 검사하는 거 아닙니다.
포경 전문의원에서 발급 받은 수낫 확인서를 요구합니다.
이미 포경을 한 사람은 포경 전문의원에서 확인서를 발급 받으면 됩니다.
아직 포경을 하지 않은 사람은 한국에서 포경을 하고 와서 발급 받든, 인니에서 포경 수술을 하고 발급 받든 하면 되고요.
인니인 대다수가 무슬림이라 포경 전문의원은 곳곳에 있으니, 가까운 곳 아무데나 가면 됩니다.
시술 경험이 많기 때문에 기술 수준이나 숙련도만 따지면 한국의 의사들보다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레이저 시술하는 곳도 드물지 않습니다. 한국에 비해 저렴하고요.
포경 시술만큼은 의료수준 낙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깡시골 돌팔이의 재래식 시술이 아닌 이상에는요.
아니면 이참에 한국 가서 해바라기 포경이라도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30대 이상 한국인은 대부분 포경 수술을 했을테고, 이하는 안한 사람이 꽤 많겠습니다.
30년 전까지 한국은 비이슬람 국가인데도 남성의 99%가 포경 수술을 했고, 포경 수술 안하면 놀림을 받았던 세계 유일의 국가였지요.
한국에서 살 적엔 당연해서 아무 생각없었는데, 외국 살다 보면 한국이 참 특이한 나라라는 걸 자주 느낍니다.
대세를 따르지 않는 구성원을 안좋은 쪽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강해요. 구성원들 스스로도 대세에 편입해야 한다는 강박이 강하고요.
만디 버사르 역시 지역에 따라 하는 곳도 있고, 그냥 넘어가는 곳도 있습니다.
입교 의식 전에 씻는 곳에서 빤스만 빼고 다 벗은 후, 우스탓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을 부어 씻으며 기도 의식을 하는 겁니다. 침례교 세례 의식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남들 다 보는 곳에서 하고 그러지 않습니다. 씻는 곳 안에 들어가 문 닫고 합니다.
우스탓이 물을 부어주며 샤하다 Shahada (신앙 증언) 을 선창하면, 씻으면서 따라합니다.
아랍어 발음이라 생소한데, 발음이 많이 틀리면 비슷하게 발음할 때까지 반복해서 시킵니다.
한 어절씩 짧게 끊어서 선창하기 때문에 따라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만디 버사르 의식이 끝나면, 모자와 상하의 주는 걸 입고 입교 행사를 하면 됩니다.
모자는 뻬찌 Peci, 상의는 꼬꼬 Koko, 하의는 사룽 Sarung
뻬찌와 사룽은 공통이지만, 상의 복식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참관자들 입회하 입교 의식은 예외없이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둘러 앉은 가운데, 의식 주관자 앞에 앉아 진행합니다.
의식 주관자는 우스탓이 맡기도 하고, MUI의 관할 지역장인 울라마 Ulama 가 와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오른손을 마주 잡은 상태에서 주관자가 샤하다를 선창하면, 그대로 따라하기를 두 차례 합니다.
'아슈하두 알라 일라하 일랄라, 와 아슈하드 안나 무함마단 라수 룰라'
아랍어 발음이라 어렵습니다.
정식으로 입교 전 교육을 받는 사람은 질리게 외웠을테니 술술 하겠지만, 약식으로 진행하는 사람이 잘 할 턱이 없죠.
한 어절씩 끊어서 따라하게 해줬는데도 자주 틀렸습니다.
틀렸다고 때리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ㅎ 맞는 발음 할 때까지 반복해서 선창해줍니다.
지역장인 울라마가 주관했다면, 의식이 끝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입교 확인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입교자가 먼저 서명, 두 명의 참관자가 서명하고, 최종적으로 울라마가 서명해서 줍니다.
서명하는 장면을 모두 영상으로 남깁니다.
약식이지만 야매 아닙니다. 부족해도 넘어가거나 생략하기도 하지만 진지합니다.
입교 확인서는 관할 지역장 서명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우스탓이 진행했다면 다음날이나 며칠 후 받을 수 있습니다.
입교 확인서까지 받으면 행사는 끝났습니다.
보통 종교인 쪽에서 요구하지 않지만, 수고비를 전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면전에 직접 주기 보기는, 지인을 통해 전하는 편이 모양새가 좋습니다.
복장을 받았다면, 그대로 가져가면 됩니다. 대여해준 게 아니라, 지급한 겁니다.
수낫 확인과 만디 버사르를 생략하고 입교 의식만 했다면 운이 좋은 겁니다.
그냥 평상복 입교 의식만 덜렁 진행하고, 하루 이틀 후에 입교 증명서를 받았다는 분도 있더군요.
우스탓이 맹세 행사 진행하고, 울라마에게 서명과 도장꽝 받아다 줬을 겁니다.
융통성 있는 우스탓과 설렁설렁 느슨한 울라마가 있는 지역이라면 이렇게 얻어 걸릴 수 있습니다.
보통 약식 입교 의식만 하길 원하겠지만, 의외로 깐깐합니다.
종교 문제라 외국인이 무턱대고 찾아가서 간단하게 해달라 말라 흥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돈 얘기 괜히 잘못 꺼냈다가 봉변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10여년 인니 살면서 친분 관계가 길게 맺어진 현지인 지인들에게 수소문했습니다.
그 중 한 지인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현지인 지인이 바로 옆집 이웃이라 가깝게 지내는 우스탓 Ustad (마을 이슬람 종교 지도자) 을 연결해줘서 수낫 확인 없이 만디 버사르 받고 해결했습니다
만디 버사르 없이 입교 행사만 하면 된다는 쪽을 소개해준 지인도 있었는데, 수낫 확인서가 필요하다더군요.
아무리 의사라지만, 이 나이에 치료도 아니고 검사 받겠다고 바지 까는 게 수치스러워서 그냥 돈 받고 가라로 확인서 끊어주는 곳 없나 수소문해봤는데 (이눔의 편법 인생 ㅋㅋ), 그 널리고 널린 포경 의원들 중 한 곳도 없더군요.
그래서 만디 버사르 뽝 받고, 끝냈습니다. ㅎ
요런 걸 받습니다.
이제 혼인 신고를 위한 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아, 이제 저더러 테러리스트 되는 거냐고 시비 걸 인간들 튀어나올라나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