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V

[공급자 위주의 인니 서비스 문화] 2. 인터넷 해지를 하며 겪었던 일

명랑쾌활 2020. 4. 29. 11:21


유선 인터넷 서비스는 한국과 비슷합니다.

설치 기사가 와서 보내 통신선을 전용 모뎀에 연결하여 설치합니다.

전용 모뎀은 대여품이기 때문에 해지를 하면 반납해야 합니다.

인니도 예전엔, 해지하겠다고 통보하면 직원을 보내 모뎀을 회수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문제는 회수하러 오는 직원이 제때 온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했던 몇 차례 이사 중에 단 한 번도 직원이 이사하기 전에 방문한 적이 없었습니다.


최근 약간 시골이었던 지역을 떠나 이사를 했습니다.

인터넷 해지 연락을 했더니 괴상한 소리를 하더군요.

해지 신청자가 모뎀을 대리점에 직접 반납해야 한댑니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물으니, 모뎀 회수율이 너무 낮아서 그렇다네요. ㅋㅋ


모뎀 회수율이 낮은 이유는 두 가지일 겁니다.

저처럼 해지 요청을 해도 직원이 안와서 놓고 갔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고객이 이사 가기 직전에 신고하거나 아예 신고를 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의 해결 방편으로 고객에게 전가하는 건 요상합니다.

정직하게 절차대로 해지하려는 선의의 고객만 불편하게 만드는 희안한 해결책이지요.

애초에 신고하지 않고 그냥 이사 가버리는 이용자에게는 모뎀을 대리점에 직접 반납하라는 방침이 소용이 없으니까요.


인니의 상거래 문화가 공급자 위주이기 때문일 겁니다.

서비스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고객 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서투릅니다.

또 다른 이유로, 인니인들은 대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 해결보다는 책임 회피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한 탓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뎀 반납을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방편을 쓰게 되더라도 문제 해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상부에서 회수율에 대해 질책을 받게 될 때 이용자들 탓으로 돌리기 쉬워집니다.

모뎀 반납이 이용자의 의무가 되었기 때문에, 대리점은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 셈입니다.


이사하기 전날, 차로 30분 걸려 대리점까지 가서 모뎀을 반납했습니다.

반납하면서 그날까지 사용한 요금도 같이 납부했고요.

외국에서 살다 보면,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상황을 자주 겪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