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마시고 늘어져 있으며 곰곰히 생각해봤다.
원래는 내일 오전에 롸이딩 한 바퀴 더 돌고 저녁 비행기로 복귀하는 일정인데, 너무 힘들다.
특히 비포장길을 또 달릴 생각을 하니 썩 내키지 않는다.
누가 의무로 하란 것도 아닌데 뭔 고민을 하나 싶다.
바로 여행사에 연락해서 항공편 취소하고 정오 즈음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바꿨다.
싫으면 억지로 할 필요 없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내일 오전에 다른 일정 없이 쉬다 바로 떠날테니, 원래는 내일 돌아 볼 예정이었던 근처 가까운 해변이나 슬슬 가보기로 했다.
지도 상에는 이름도 없는 해변이다.
비포장~ 비포장~
얼레? 이거 정말 이름 없는 해변 맞나?
도대체가 달리지 않을 수가 없는 길에, 가보지 않을 수 없는 언덕이 보인다.
고맙게도 언덕 꼭대기까지 오토바이로 갈 수 있다.
이런 곳이 관광지가 아니라 그냥 동네 뒷동산이라니, 도대체 말이 안나온다.
반대 방향으로 빤따이 꼬브라 Pantai Kobra 에 가보기로 했다.
코브라 해변이라니, 안가볼 수 없지 않응가.
구글에 길이라고 표시된 곳인데, 이걸 길이라고 해도 될까 싶다.
그나마도 중간은 무너졌다.
해변쪽 부분이 무너져서 더이상 진행할 수 없어서, 좌측 나무 사이를 뚫고 갔다.
(그렇게 지나다닌 흔적이 있었다.)
낑낑대고 겨우 지나쳤는데, 왠 마을 사람 하나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가온다.
"어디 가는 길이여?"
"코브라 해변 가는 길인디요."
"거긴 안가는 게 좋아. 깡패 많어."
"그래요? 그냥 슥 둘러보기만 할 건데요."
"저번에도 외국인 하나가 거기서 오토바이 도둑 맞았댜."
"그래요? 그럼 가지 말아야겠네요."
"여까지는 괜찮어. 여서부터 저어짝 서쪽 방향으로는 다 괜찮은디, 저짝은 안좋아."
나중에 숙소 매니저 헤루에게 물어보니, 담배값이나 좀 달라고 하는 양아치들은 간혹 있는데, 나처럼 인니어 의사소통 원활하면 크게 위험할 일은 없다고 한다.
예전에 승기기 Senggigi 지역 사람들이 롬복 남부 지역 사람들은 사납고, 외지인이 잘못 들어가면 봉변 당하니 십상이니, 가지 말라고 했었던 일이 생각난다.
혹시 지역마다 나뉘어 서로 헐뜯고 척지고 사는 지역 특성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바로 스쿠터를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가 뒷동산을 지나 서쪽으로 향했다.
말 잘 듣는 여행자는 숨겨진 대단한 건 못봐도, 위험 당할 일도 거의 없다.
아, 말 잘 들어서 함정에 빠질 일이 있으려나?
언덕이 군데군데 있는 지형이라 경치 좋은 곳들이 불쑥불쑥 나온다.
구글의 위엄
이렇게 삼거리로 표시된 곳이...
이 곳이다.
남부 롬복은 관광 포인트로 개발되지 않은 곳들 중에 멋진 곳들이 수두룩 하다.
해변에 바위섬이나 동산 등을 끼고 있어서 경치가 단조롭지 않다.
롬복 남부에 염전이 있었다.
다음 날 자카르타행 비행기 타러 공항 가는 길에 운전기사에게 들은 깨알 지식이다.
표시된 지역 양쪽의 움푹 들어간 지역이다.
다음은 롬복 동부를 여행해볼까 생각중입니다만, 적당한 숙소가 없어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숨바와 섬으로 이어지는 라부한 롬복 항구 Labuhan Lombok (말 그대로 롬복 항구라는 뜻) 근처까지 찍고 나면 이제 숨바와로 넘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재작년에 외로움증에 걸리지만 않았다면 벌써 지나쳤을 곳들이군요.
뭐 이런 것도 좋습니다.
차근차근 다음에 시간 나면 가고 할 곳이 있다는 것이요.
직장 다니면서 주말 이용해 백두대간 종주하시는 분들 기분이 이런 걸까요?
어쨋든, 이제 다시 혼자 다니는 여행이 괜찮아 진 거 보면(예전만큼 썩 좋지는 않습니다), 나이탓 말고 수입이 있느냐 없느냐가 큰 영향을 주나 봅니다. ㅎㅎ
좋은 데 많이 가보려면 또 열심히 돈 벌어야겠습니다!